일상 속이지만 입을 한 일자로 다물고 눈을 밀사의 눈초리로 만들어서 생활을 들여다보면 일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늘 가까이 있어서, 언제나 가까이 있는데 잘 볼 수 없는 모습들이 있다. 주머니에는 항상 휴대전화가 있기에 그 모습을 기록할 수 있다. 폰을 바꾸기 전이라 카메라의 문제로 인해 화면이 부옇다. 뭐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고 받아들인다.


평소에 늘 다니는 조깅코스가 있지만 그 코스가 질릴 때쯤에 오늘은 이쪽으로 가볼까, 하며 방향을 틀어서 낯선 골목으로 들어가게 되면 마주치는 얼굴들이 있다. 사람의 얼굴이야 스치듯 지나치며 언뜻 보이지만 인간이 아닌 것들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럴 때는 꼭 인간세상 속에 몰래 몸을 숨기고 사는 불법거주 외계인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맨 인 블랙의 그 외계 종족들이 정말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일단 들고 나면 키득키득하게 되고 여러 상상이 몰려든다. 그리고 재미없고 반복된 일상도 꽤나 그럴싸하게 보인다.  


감염병 이후 우리는 평범하기만 했던 일상을 가슴 터지도록 그리워하고 있다. 에반게리온을 보면 붉게 변한 바다를 보며 파란 시절의 바다가 있던 그 평범하던 때를 미치도록 그리워한다. 졸음에 겨워 꾸벅꾸벅 졸기도 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하루를 우리는 너무나 기다리게 되었다. 


일상을 벗어나 일탈 속으로 들어가면 일탈 속에는 일상에서 느꼈던 편안함이 배제되어 있어서 일상을 그리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일상을 뒤로하고 불편하지만 궁금함이 잔뜩 있는 일탈을 향해 뛰어든다. 인간은 참 알 수 없는 존재다. 그래도 이렇게 일상 속에서 일탈적인 모습을 가끔씩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떠나기 싫어 붉어진 채로 나무의 끝에 매달려 그리워하는 얼굴을 만났네

당신의 얼굴을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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