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이겠지만 그림에 빠져 버렸다. 무엇인가에 빠져버린다는 건 굉장한 에너지가 드는 반면에 멍하게, 멍한 상태로 그것에만 빠져들어 진공상태에 싸여 프로틴 약에 기대어 어떤 하나만 생각하는 데이빗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 세계에 들어가 있는 환상이 든다

 

복잡한 세상사를 잠시 끊고 무미건조해지기에 좋다.

매일 무미건조하게 지낸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염려도 없고 실존적 공포도 잊을 수 있게 지내는 것이 무미건조하게 지내는 것이다 . 더불어 행복한 샤랄라도 없다 그저 덜 불행하게 지낼 수 있을 뿐이다

 

키가 작고 배가 나오고 파마를 한 박사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많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도 많지만 글과 그림을 동시에 잘 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했는데 나도 은근슬쩍 범주에 넣어 혼자 자신감을 끌어 올려 본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정말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 그리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생활을 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반면에 재미없게 일을 하는 사람에 비해 자본축적과는 멀어진다

 

자본축적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나는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잘도 지냈다.

그것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고 앞뒤재본 적도 없었다.

좋아하는 것을 생활에 집어넣어 지낸다는 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골고루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악마와 천사를 동시에 안고 둘 다 울지 않게 하려고 동시에 젖병을 물리는 것과 비슷하다

 

알아야 하고 중요한 것은

한 걸음씩 나아간다,

는 것이다

 

승리 같은 결말이 되지 않으려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준 사람들은 좋아했고 그것으로 가능성을 보았다.

이만큼 차오르는 욕심을 버리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방대하게 쓰고 있는 글도,

마우스로 그리는 그림도,

그리고

복잡하고 꽈리처럼 얽힌 인간관계도

술술 풀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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