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정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먼지가 가득하고 부예진 하늘이 계속되는 날이다.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몇 날 며칠 이어지는 궂은 대기의 아침마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다 보니 점점 쓴맛이 덜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원액에 중독이 되어 간다. 혀의 면적에 닿는 눅진한 커피의 점성과 목으로 넘어갈 때
어떤 음식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쓰고 진한 검은 물의 여운이 내가 바로 커피 본래의 맛이야,라고 하는 것 같다. 매일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원액의 세계에 빠져든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로 유명한 일본의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늙은 고양이에 대해서 쓴
글과 흡사할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다른 동물과 달라요.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지배하죠. 분명히
기르는 건 난데, 어느새 그렇게 돼 버린다니까요. 집 안에 작은 왕이나 여왕을 모시고 사는 거죠. 아니, 권모술책으로 군림하는 라스푸틴이랄까.
누구에게 접근해야 자신에게 가장 득이 될지 꿰뚫는 것 같아요. 방해하는 자는 배제하려 들고 자신의 영역을 제 편할 대로 구축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아는 거죠. 사악하다면 사악하다고 할 수 있지만, 뭐, 그게 매력이랄까 마력이라서.
말하자면
오기와라 히로시의 말처럼 커피 원액도 마시기 싫음 관둬라 식의 자신감이 가득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독하고 진하지만 불순물을 섞지 않고 마시면 괜찮은 것들이 간혹 있다. 요컨대 맥켈란은 닛으로
마신다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