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저녁 벤 녀석이 태울 것 같은 비닐하우스를 찾아다녔다. 매일 몇 킬로미터나 되는 근처에 있는 낡고 쓸모없는 비닐하우스를 찾아 다녔다. 떨어지고 찢어진 비닐을 겨우 달고 비닐하우스라는 걸 알아차릴 수조차 없는 비닐하우스는 몇 개나 되었다. 벤 그 녀석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고 했다. 그 녀석이 태울만한 비닐하우스는 내가 다 알아볼 수 있다. 벤 녀석이 비닐하우스 하나를 태웠다면 나는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뭐 해요?

예?

뭐 하냐고?

그냥 보는 거예요

 

한 달 가까이 매일 비닐하우스가 있는 곳을 다녀도 타버린 비닐하우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비닐하우스를 찾아다니면서 나는 벤 녀석이 나로 하여금 비닐하우스를 태워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 녀석이 건네준 마리화나를 피우면서 나의 머릿속에 비닐하우스를 태운다는 이미지를 심어 준 다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미지는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 점점 커져가고 있는 착각이 든다.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꿈을 꾸면 어린 내가 태워버려 활활 타오르는 비닐하우스를 보며 일종의 절정기를 느낀다. 벤 녀석이 태워버리는 것을 기다리기 전에 내가 비닐하우스를 태워버리는 것이다. 내가 쓸모없고 소용없는 것들을 태우는 것이다. 없애는 것이다. 그러는 편이 마음이 편할지 모른다. 태워 없애는 것. 수많은 인간들 중에 개츠비 같은 벤 녀석 만이 하는 이 짓거리를 나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그래야 혜미가 돌아올 것 같으니까. 커다랗고 하루 종일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럼에도 잘 굴러가는 쓸모없는 비닐하우스를 내가 태워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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