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오래된 단편집 ‘개똥벌레’를 보면 ‘헛간을 태우다’가 있다

 

그것은 단지 태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두 달에 한 번쯤 들판에 버려진 쓸모없는 것들을 태우는 거야

말하자면 범죄행위

그런데 아주 간단해

석유를 뿌리고 성냥불을 그으면 끝

세상에는 쓸모없이 타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들이 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없어지는 거야

그런 것들이 진짜 많아 그런 것들은 전부 태워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

10분도 걸리지 않아 그런 것들을 없애는 일은

태워 없앤다 해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것들

늘 가까이에 있지

그리고 그것들은 없어지기를 바란다는 것도

누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야

그건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거야

그것들이 태워지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뿐이지

비처럼 말이지

비가 오면 홍수가 나고 다 떠내려가는 것이라는 벤의 말처럼

쓸모없는 것들은

바꿔 말하면 쓸모없는 인간들

그런 인간은 이미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정해진 대로 살아간다

누군가 자신을 태워주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계획과 노력이 아무 소용이 없는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세상에서 사라져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을

태워지기를 바라는 것들과

태워없애기를 바라는 사람들

정답을 애당초 없고

답은 애초에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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