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 토로의 세계는

정열적 살인과 죽음의 애정

아름다운 퇴폐와 고혹적인 악취

백색의 설원에 펼쳐진 붉은 피와

부드럽고 뾰족한 가시와

가지 않는 시간과 날짜

끔찍한 범죄가 남긴 화려한 흉터

동물적인 감정과 치욕적 상실과 싫어할 수 없는 욕구

그리고

시작과 동시에 끝을 알리는 복수와 사랑

할머니의 할머니가 들려줄 것 같은

발목 잘린 초현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까슬까슬 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건 손톱 옆의 홈에서 살갗이 바늘처럼 삐죽 비어져 나왔을 때가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잡아 뽑아 버리자니 살갗이 죽 딸려 나올 것을 알기에 조심스럽고 가만 놔두자니 여러 손가락이 자꾸 까슬까슬한 것을 느끼려 그곳으로 간다. 놔둘수도 버릴수도 없는 까슬까슬한 그것이 꼭 내 마음 속에 들어온 너와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가 까슬까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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