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티는 82년작으로 저 뒤에 나온 호소자 시리즈보다 리마스터링 덕분에 필름상태가 훨씬 좋다. 이티는 개인적으로 참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몰이해와 비상식 그리고 우주적 관점, 무엇보다 클리셰 덩어리인 이종과의 우정을 기분 좋게 풀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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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티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아이들의 영화다. 그러니까 아이일 때 보는 이티와 어른이 된 다음에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볼 수 있는 이티는 같을 수 있다. 마치 둘리는 그대로인데 우리는 이미 어른이 된 것처럼. 이티는 아이들의 영화다. 그 말은 지금 아이들이 봐도 이티를 좋아할 것이다. 아이의 눈에는 그래픽의 수준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까

 

사실 이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또 이티의 내용은 대체로 어? 글쎄? 하는 사람도 많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무민이 뭔지는 알지만 무민이 도깨비인지를 모르는 것과 무민이 어느 나라의 작품인지 모르는 것과 흡사하다

 

1, 2번은 거티가 엘리엇에게 무엇이라 하면서 들어왔다가 이티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이 귀여운 드류 베리모어를 보라. 만약 이 영화에 거티가 없었다면 영화는 이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을 수 있다. 거티는 그야말로 ‘아이’ 이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이티를 대한다. 놀라는 거티를 만난 이티 역시 목이 주욱 늘어나면서 눈을 크게 뜨고 놀란다

 

3번은 삼 남매가 드디어 고요하게 이티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옷을 입히고 가발을 씌우고 배고프지 않게 하려고 먹는 것을 주고 잠자리를 마련한다

 

4번은 이티와 엘리엇은 감정이 연결이 되어 있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뭐랄까 교감신경 같은 것들이 이티와 엘리엇은 서로 교류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집에서 이티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셔서 취하게 되자 학교에 있던 엘리엇도 딸꾹 취하게 된다

 

5번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패러디 한 장면 같다. 그 영화를 이티가 집에서 시청하고 있다가 이 장면이 연출된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6번은 마음에 드는 몇 장면 중 한 장면이다. 실험용 개구리를 해부하려고 하는데 개구리들을 모두 풀어주는 장면으로 반 아이들도 모두 동참하는데 짜릿하고 통쾌한 장면이었다

 

7번은 거티가 엄마에게 새로운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하는 장면인데, 이티는 마구 다닌다. 하지만 정신없는 엄마는 옆으로 이티가 지나가는데도 바쁘기만 하다. 거티는 이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내내 귀엽기만 하다

 

8번은 처음으로 이티가 거티의 말을 따라하게 된다. 과하게 놀라지도 않고 무심하지도 않게 그저 친구를 대하듯 말하는 거티

 

9번의 장면이 가장 두근거리는 장면 중 하나인데 바로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기 일보 직전의 장면이다. 거대한 숲과 엘리엇이 모는 자전거와 보자기를 뒤집어쓴 이티. 곧 마법이 펼쳐질 것 같은 긴장감

 

10번은 이티의 주제곡이 흐르면서 하늘로 오르게 된다. 슈퍼맨이 등장할 때도 나오는 음악이 있고, 스타워즈가 시작할 때, 정전자의 도신이 도박장에 나올 때 흐르는 주제곡도 있다. 최근에는 원더우먼이 등장하면 흐르는 주제곡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 장면에서 이티의 음악이 흐른다. 이 짜릿하고 황홀한 공중부유는 후에 집단으로 또 한 번 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중반부로 이티와 엘리엇은 행복하기만 하다. 이 꼬마 삼 남매는 이티를 돌려보내기 위해 어떤 일을 펼칠까

 

드류 베리모어는 유명한 연기 명문가의 집에서 태어난 죄?로 거티역과 동시에 스타로 떠올랐지만 거침없이 찌는 살과 약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잘 이겨내고 요즘은 여러 배역(을 따지지 않고)을 해내고 있다. 드류베리모어는 나이는 들었지만 거티의 얼굴이 남아있는 묘한 얼굴이다. 이티는 후속편이 없는 것에 아주 감사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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