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디로 구입한 라디오 헤드의 더 밴드즈 앨범은 세 번째로 구입한 것이다. 앞에 두 번은 카세트테이프로 구입을 했는데 늘어져 망가졌다. 이 앨범은 13년에 구입한 것으로 아주 최근에 구입한 축에 속한다. 앨범에 대해서 재미있는 건 오래전에는 EMI 코리아 같은 음반회사가 살아 있어서 그런 곳에서 한국판으로 시디를 만들거나 했는데 이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 메이딘 아메리카에서 3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날아온다. 속지의 삽화도 좋다. 나이스 드림의 뮤직비디오를 종이 위에 그대로 끄집어 낸 것 같다.

 

대학 시절 좌뇌는 아메리칸 메탈을, 우뇌는 히데의 저팬 록에 매료되어 있었는데 그 사이를 강력하게 파고든 밴드가 라디오 헤드였다. 더 밴드즈 앨범에 있는 모든 노래가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쳤다.

 

톰 요크는 한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다. 더 밴드즈 앨범의 꽃미남 시절에는 그 모습이 확연하게 보였지만 요즘의 톰 요크는 온 얼굴이 찌그러져서 그런지 한쪽 눈이 그렇다는 것을 쉬이 느끼지 못한다.

 

톰 요크는 한쪽 눈이 찌그러진 것 때문에 학창시절 아이들에게 늘 따돌림을 당했다. 톰의 어머니는 그런 톰을 보며 안타까워 수술을 한 번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한 간에 학창시절 톰 요크를 따돌리는데 앞장선 아이가 한국인이라 톰 요크가 한국에는 공연을 하러 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라디오 헤드의 한국 단독 공연은 아직 없다. 몇 해 전에 지산록페에 와서 한 시간가량 소름 끼치는 공연을 하고 간 것이 전부다.

 

이 앨범의 노래를 들으면 대학시절 에어컨도 없는 자취방에 헤드셋을 끼고 좁은 방에서 땀을 미친 듯이 흘리며 저스트에 맞춰 몸을 마구 흔들었던 기억이 있다. 흐느적거리는 음악인데 강력하고 그 강력한 음악에 점점 손과 몸이 빨려 들어간다.

 

블랙스타를 들으면 스산하고 차갑고 맞으면 눈물이 나는 바람이 부는 듯하고, 하이 앤 드라이는 마치 테킬라를 여러 잔 마신 것 같은 느낌으로 나를 이끈다. 그리고 나이스 드림에 다다르면 이런 이야기가 떠오른다.

 

 

 

 

 

 

푸른빛이 거대한 천장에 감돌기 시작했고 곧 그 푸른빛은 세계에서 모여든 이들에게 골고루 뿌려졌다.

그곳에 모인 모든 이들이 고개를 들고 톰욕을 쳐다보았다.

모호한 눈빛의 톰욕은 노래를 불렀다.

탐욕에 가득 찬 저항도 없었고 노출에 의한 굶주림도 없었다.

톰욕은 오직 노래를 불렀다.

문틈으로 스며드는 안개처럼 톰욕의 목소리는 푸른빛을 받고 모여든 그들의 마음에 울려 퍼졌다.

탐욕에 가득한 대중의 눈도 점점 따뜻한 자신들의 마음에 동화되어 간다.

기타의 리프 소리가 모여든 그들 내부의 잠재된 앙금을 풀어 주었다.

그들은 양손을 앞으로 뻗고 톰욕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이스 드림. 나이스 드림.

톰욕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생생함과 격렬함은 모여든 사람들의 에테르를 하나로 모았다.

목소리와 기타 소리가 현실을 파괴했고 사람들은 톰욕의 노래에 맞춰서 양팔을 좌에서 우로 흔들었다.

노래는 공간을 제어했고 사람들의 가슴속 깊은 부분의 한곳을 건드렸다.

나이스 드림. 나이스 드림.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톰욕의 목소리에서 어떠한 가능성을 읽었다.

시간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듯이 노래에도 거역할 수 없는 감각과 물 같은 부드러움이 있었다.

톰욕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

옆의 사람을 안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

눈물을 흘리며 입을 막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

제각각의 모습이지만 그들은 톰욕의 노래를 듣고 있다.

나이스 드림. 나이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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