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부터 건방지다는 소리를 왕왕 듣는데 변함없이 건방지다는 소리를 꾸준히 들으니 그것 나름대로 꽤 괜찮은 것이 아닐까, 그런 몹쓸 생각을 한다. 건방지지 않다가 건방져 버리면 문제지 건방진 사람이 지치지 않고 건방진 것은 썩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이대로 살아왔는데 이제부터 바꿀 생각도 없고 바뀌지도 않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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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술을 마시면서 보는 책이 있는데 작고 가벼워서 어디를 가도 들고 다닐 수 있다. 꼭 가방에 넣지 않아도 이렇게 안주머니나 패팅 주머니에도 들어간다. 밤에 모든 것을 끝내고 집에서, 국밥집에서, 바에서, 맥줏집에서 홀짝이며 이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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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얼토당토않는 이유로 사람들과 술을 마시러 갔다. 쓸데없는 이야기, 아아,,, 시간 아까운 이야기들, 술이 어느 정도 됐을 때 나는 대화에 끼지 못하기에 이 책을 꺼내서 읽었다. 그래도 질문하면 대답은 다 잘 했다. 하지만 집중 안 한다고 날아드는 소리들. 에이  XX 거참 오기 싫다는 거 지들이 억지로 끌고 와서는 에이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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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첫 문장과 끝 문장을 술을 마시고 읽으면 몸이 산산조각이 나는 기분이 든다.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서 깊고 깊게 생각을 많이 한다. 한 번 죽고 나면 내일부터 죽을 일이 없다고 한 셰익스피언가 그 사람의 말 맞다나 죽고 나면 모든 것이 끝이기에 죽기 전에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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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도 여러 번 봤고 죽어가는 모습까지도 지켜봤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기에 죽음, 그 미묘하고 안타깝고 지정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스러운 법칙에 대해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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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어떨 것 같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 덜 불행한 삶이 아닐까. 내가 죽으면 넌 조금 슬퍼해줄까. 잘 죽었다고 박수 칠까. 아니면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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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으면 어떡하지

외갓집에서 키우던 개가 죽으면


죽음을 옆에서 꽤 봤지만 적응이 도저히 안 되는 게 죽음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영원히 소멸해버리는 것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키우던 개들도 이제 다 죽어 사라졌다. 그들이 내 품에 안겨 서서히 몸이 식어가져 딱딱하게 굳어갈 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나의 얄팍한 생각이나 사고로 접근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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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네 꿈속에서 죽는 게 내 안부다, 이만큼 술과 잘 어울리는 문장이 있을까. 근래에는 내내 이런 생각에 술을 마시면서 슬쩍 꺼내서 읽어보곤 한다. 내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내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이 깊어지는 밤에 

 

 

 

시인 백인경

서울오면 연락해 중 트램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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