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겨울방학 때 카페에서 아르바이틀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카페에 린다 론스테드의 롱롱 타임을 많이 틀었는데 사장님이 그렇게 나무라지 않은 이유는 메뉴판을 내가 직접 만들었었다. 메뉴를 프린트하고 그 옆에 커피나 음료의 그림을 어딘가에서 베껴 그리고 파스텔로 엷게 채색을 해서 코팅을 해서 사장님께 보여드렸더니 아주 좋아했다. 사장님은 카페를 하나 더 하고 있었는데 그곳의 메뉴판도 만들면서 그곳의 주방에서 커피를 고집스럽게 타는 형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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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내리는 솜씨가 끝내줘서 목포에서 스카우트 해왔다는 것이다. 커피를 똑똑 내린 다음 대나무로 된 젓가락 같은 것으로 한 번 저은 다음 향을 맡고는 됐다 안 됐다를 말했는데 내가 어쩌다 내린 커피는 전부 버렸다. 커피에 관해서는 똑 부러지는 형이었다. 나는 그 주방장 형과 어쩐지 꽤 친해지게 되었는데 카페에는 나를 제외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누나도 두 명이 더 있었다

2층에 위치한 카페는 3층까지 있고 화장실 옆에는 내실이 있어서 잠도 자고 싱크대에 가스레인지와 냉장고가 있어서 사장님이 직원들의 식사를 늘 해 놓았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한 사람씩 내실에 들어가서 밥을 챙겨 먹었다. 맛이 없을 것 같은데 집에서 먹는 음식과 비슷하여 그런대로 먹게 된다. 목포에서 온 주방장 형은 입맛이 맞지 않은지 라면을 주로 끓여 먹었다. 윙 소리가 약하게 카페 내에 들릴 때면 내실에서 라면을 끓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면 냄새가 카페에 퍼지는 걸 막기 위해 환풍기를 돌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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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 내밀면 형은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 다음에 젓가락을 건네주었다. 그곳에 쪼그리고 앉아 먹는 라면은 맛있었다. 꼭 독서실에서 독서실 지기 형이 잠이 들 때 몰래 끓여 먹는 라면 맛이 났다. 두 젓가락 정도 먹고 있으면 밑에서 사장님이 부른다. 내려가려 하면 형은 괜찮다며, 좀 더 먹고 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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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내가 동생처럼 느껴졌나 보다. 쉬는 날에는 보통 카페에 오지 않는데 주방으로 와서 나와 같이 놀아 주었다. 나는 아르바이트였지만 아침부터 마치는 밤까지 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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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회식 같은 것을 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카페가 문을 닫으면 대학생 누나 두 명과 형과 나는 한 테이블에 닭이니 족발이니 안주를 깔고 술을 마셨다. 모두가 다른 곳에서 생활하다가 모이게 되니 할 이야기가 많았다. 대학생 누나 중 한 명은 의상을 전공했고 한 명은 모르겠다. 일본어인지 아무튼 외국어를 전공했다. 아무튼 그 누나의 친구들은 그 누나를 와카리,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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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는 카페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형이 나에게도 담배를 권했지만 아쉽게도 나는 담배를 피우지 못했다. 아니 한 대 정도를 피우면 한 시간을 해롱거려야 했다. 거참 이상했다. 술은 괜찮은데 담배는 속과 머리를 머구 헤집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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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카드나 화투를 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카드나 화투에 아직도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참 재미없는 인간이다. 술을 마시다가 카드를 하려고 하면 나는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고 말하지만 형은 옆에서 좀 앉아 있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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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 누나들은 옷 벗기기 카드를 했는데 정말 지는 사람은 거짓말처럼 하나씩 훌렁훌렁 벗었다. 브라까지 다 벗은 한 누나는 한 손으로 양 가슴을 이렇게 가리고 한 손으로 카드를 쳤다. 내가 옆에서 보고 있음에도 아무도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뭐야? 같은 욕과 벗어라, 같은 외침이 오고 갔다

 

카페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반은 몇 장 갖다 놓고 사람들이 없을 때 틀어서 듣곤 했는데 메가데스를 틀었다. 시끄럽고 시끄러운 헤비메탈이 나오니까 형과 누나들이 시끄럽다며 한 마디씩 했는데 그것뿐이었다. 시끄러운 메탈이 저들의 전투력을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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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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