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무수히 작은 빗방울의 입자가 저온의 날, 온 세상을 축축하게 하는 어둠이 깔리면 모리타 도지의 ‘우리들의 실패’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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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이런 비슷한 날에 사진부에서 실컷 두드려 맞고 선배들이 투다리에 우리를 데리고 갔을 때 모리타 도지의 노래가 나오는 것을 들었다. 2년 전에도 바닷가 근처에서 일본인 마사에 상이 하는 꼬치 집 앞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와 들어가서 맥주를 마신 기억이 있다. 그때도 이곳에 글을 한 번 적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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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다리에서 분위기 안 좋은 가운데 들었던 모리타 도지의 ‘우리들의 실패’는 그동안 들었던 가요와는 달랐다. 모리타 도지의 목소리도, 피아노 연주도, 알 수 없는 일본어도 모든 것이 햇볕이 스며들지 않는 그늘 같았고 이상스레 했지만 물이 모래 속에 흡수되듯 빨려 들어 몇 번이나 다시 들려달라고 해서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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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 년 동안 자주 듣게 된 건 ‘립반윙클의 신부’에서 마시로와 함께 나나미가 이 노래를 부른 장면 때문이다. 아마 3시간 짜리 감독판을 봐야 그 장면이 나온다. 립반윙클의 신부는 정말 좋은 영화였다. 거기서 나니미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 않는다. 나는 싫어하는 음식이지만 이 사람이 좋아해서 억지로 먹지 않는다. 그런 나나미는 타인에게는 불필요하고 답답한 존재일 뿐이지만 원래부터, 날 때부터 그런 나나미를 있는 그대로 마시로는 받아주고 친구로 생각하는 그 이야기는 정말 가슴의 여기를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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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립반윙클의 신부가 생각하고, 저온의 차가운 계절이면 모리타 도지의 ‘우리들의 실패’를 듣는다. 누군가의 마음을 차분하게 눌러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사진을 뒤집으면 고흐의 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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