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깅을 하는데 달리는 코스에 사람들이 부쩍 줄었다. 그 많던 사람들이 에고고 하며 추위에 나올 엄두를 못 내는 것 같다. 아직 시월인데. 작년 이맘때와 다른 점은 작년에 늘 보이던 길고양이 양추 녀석의 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고, 비슷한 점은 추워진 정경의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차가운 바람이 휘잉 몰아치면 책장을 넘기듯 강변의 물결이 숨을 쉬고 그 위에 떠 있는 오리들이 오선지의 음표처럼 물결치는 모습은 작년 이맘때와 흡사하다. 역시 그 흐름을 눈으로, 촉감으로 느끼고 있으면 실감이라는 것에 부쩍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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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을 하고 맥주를 사들고 야심하게 안주해서 먹으려고 도시락을 싸왔다. 멍게만큼 좋아하는 게 고추 된장무침인데(참 저렴한 입맛이다, 나는 남들이 사랑하는 고기는 잘 먹지 않는 것 같다) 고추 된장무침이 맛있으려면 된장이 맛있으면 된다. 된장은 불영계곡에 있는 외가에서 공수해온 것인데 이제 먹던 게 떨어지면 끝이다. 고추는 썩 맛이 없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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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의 고로가 된다. 치즈를 이렇게 잘라서 같이 먹으면 위장에 불을 지르는 고추의 힘을 치즈가 오냐오냐하며 덮어준다. 걸어온 길이 다른 두 가지의 맛이 음,,, 조화를 이룬다. 이자나이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오물오물 씹고 있으면 괜찮지 않은가. 히히호호 고추의 이 매운맛과 마음을 평정시키는 된장의 맛이 치즈의 감각으로 느껴지는 이 활력. 이때 맥주를 한 모금. 오오 히레히레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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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감을 넘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맛이,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묘한 맛이, 멍게에 뒤지지 않는 맛이 나를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구나. 이때 계란 프라이를 한 입. 이것이 오늘의 MVP구나. 우호.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이야 맛있게 먹어 버렸다-고로가 되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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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모든 것을 차갑게 만들고 시리게 하는 마력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몸을 웅크리고 추위를 피해 몸을 말고 있는 모습은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볼 수 없기에 겨울에는 더 따뜻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곧 겨울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