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거리를 막걸리로 봤다. 조깅을 하고 오는데 저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누군가가 나를 보며 거수경례를 하기에 나도 모르게 맞받아서 경례를 하면서 누구지 하며 다가가니 자전거 남자는 그저 눈을 비비는 거였다. 아아 뭔가 불안한 징조. 그래서일까 지금까지 그럴 일이 없었는데 아이폰 밧데리가 40분 만에 1%가 되어 버리고 아이패드는 이만큼 충전을 하면 90%가 넘어야 하지만 41%밖에 차지 않았다[차지했지만 차지 않았다, 차지는 차지 못했다 ㅋㅋ 그냥 혼자 만의 유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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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가 싶더니 겨울바람이 불어왔다. 사람들이 겨울 패딩을 입고 나왔다. 두 시간 전에 이 거리를 달린 거 같은데 벌써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 비가 오더니 또 금세 그치고 낮에는 그렇게 덥더니 밤에는 겨울이 와 버리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신데렐라 언니 같다. 그런데 신데렐라 언니의 이름은 뭘까. 분명 그녀들도 모지리에 나쁘지만 이름은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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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난 바닷가의 오후는 늘 그렇듯 뿌옇고 코가 간질 간절하며 밝은, 수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너무나 평온해서 ‘너는 여기에 없었다’의 호아킨 피닉스를 떨어트려 놓아서 평온을 깨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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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눈이 설악의 꼭대기를 설원으로 장식해서 그런지 그럴 때가 아닌데 벌써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말라서 한구석에 있었다. 밟으면 바삭바삭하는 메마른 경쾌한 소리가 그곳에 사람을 머무르게 한다. 가끔 소리가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 길거리에 레코드 가게가 소멸하지 않았을 때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머물렀고, 여름에 조깅을 하다 매미가 우는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면 그 자리에 서서 머물렀다. 따지고 보니 그 외에, 소리가 사람을 머물게 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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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의 향연. 노란색은 사라진 독일의 코닥 필름으로 담아내면 기가 막힌 노란색을 담아낼 수 있다. 코닥은 노란색의 색감을 노란색으로 담아내는 특허가 있다. 그래서 필름 카메라에 코닥 필름을 넣어서 노란색을 잘 담아내면 정말 멋진 것이다. 은행잎의 노란색이 한가득 펼쳐진 거리는 마치 이 거리를 지나고 나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같은 곳으로 빠질 것만 같다. 지나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져서 모험을 하는 곳. 그곳에서 물고기를 타고 다니다가 배고프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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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시장의 돼지국밥만 한 게 없다. 토렴해주는 곳. 밥알이 탱글탱글하여 겨울 속의 소박한 뜨거운 맛. 역동적이고 시원한데 얼큰한 맛이 뒤에 따라오는. 오물오물거릴 때 소주를 한 잔 마시고 사발을 들고 국물을 마시고. 크으. 등을 구부리고 돼지국밥을 먹는 아버지들의 모습 속에서 쓸쓸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겹쳐지는 묘한 느낌도 받는다. 돼지국밥은 여자 혼자서 먹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남자의 음식 같은. 옆 테이블에서는 이미 술이 취한 아버님 두 분이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콜리니코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지만 트로트 노래 가사에 대해서 내가 맞니 네가 틀렸니로 언성을 높이고 주인 할머니에게서 이제 고마 집에 가라 마, 같은 소리를 듣고 있다. 할머니의 손에는 국자가 들려있다. 그러면 국밥 집에서는 가장 무서운 사람이 된다. 그런 가을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