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에 실종된 딸, 향이 돌아왔다. 하지만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오직 하루. 그마저 잠이 들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딸. 엄마 전미선은 오랜만에 훌쩍 커버려 집으로 온 딸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잠이 온다는 딸에게 그만 화를 내고 만다. 향은 여행 가는 그날 아침에도 엄마는 나에게 그러더니 왜 그러냐고 딸도 화가 나서 말하고 집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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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유리만 보면 맞은편에서 손바닥 지문이 보이는 상원은 그 환영 때문에 생활이 불가능하다. 나의 손이 나의 손 같지 않아서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 운전대를 잡아야 생활이 가능한데 운전대를 잡을 수 없으니 생활이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딸은 그런 아빠에게 아빠의 잘못도 아니니 이제 괜찮다고 하지만. 손바닥 지문 환영은 더 자주 보이고 상원은 고통스러워 욕실에서 자살을 시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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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우는 이유는 짝을 찾기 위해서, 외롭기 때문에 우는 거야. 밤에도 우는 이유는 밤낮없이 외롭게 때문에 우는 거야. 그러니 매미처럼 되지 않으려면 항상 옆에 붙어 있어. 석호와 아내는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눈을 떠 보면 냉장고에 가득 붙어 있는 배달음식점 팸플랫 뿐이다. 혼자서 아무리 김치찌개를 만들어도 아내가 끓여줬던 김치찌개의 맛이 나지 않고. 그러다 어느 날 가득 붙어 있던 배달음식 팸플랫을 거둬내니 거기에 아내가 적어준 김치찌개의 레서피가 붙어있고, 석호는 그대로 김치찌개를 해 먹어 보는데. 한 숟가락을 떠먹는 순간 석호는 기억이 썰물처럼 밀려오고. 이 맛에 웃음이 나오는데 곧 울음으로 바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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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3가지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만든 영화다. ‘봄이가도’ 이 영화를 보면 대번에 봄에 일어났던 그 기억이 떠오르게 된다. 이 영화는 한국인만이 강하게 감정을 가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제목처럼 봄은 가버리고 만다. 특히 그날 그때의 봄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그 봄에 그대로 머무른 사람의 가족은 머물지 못하고 또 다른 봄을 맞이하게 된다. 봄이가도 다음 봄을 맞이하는 건 남은 사람의 몫이다. 슬픔도 남은 사람의 몫이며 마음의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 역시 남은 사람이 짊어지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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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어 있지만 거기서 벗어나 슬픔이 덜 익어서 아직 터지기 직전의 감정을 담아낸 영화로 감독들은 담아냈다. 영화는 내내 조용하고 덤덤하게 흘러간다. 무엇보다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들의 연기가 좋다. 아픔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노력하는 감정을 처절하지만 담담하게 연기를 해내고 있다. 그래서 보다 보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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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아픔을 하나씩 몸에 지니며 살아간다. 그것을 어떻게든, 어떤 방식으로든 감당하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 죽으면 더 이상 내일 죽지 않아도 되니 죽은 사람은 아픔도 알지 못한다. 영화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의 자리를 보며 일상을 살아간다.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슬쩍슬쩍 드러붙는 날 모두에게 새로운 봄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