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나가는 바닷가의 맞은편에는 바닷마을이 있다. 이제 곧 개발의 붐을 타고 여기 작은 마을도 조만간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듬뿍 찍어 놓기로 했다. 마을의 이름이 있지만 그냥 바닷마을이라 부르기로 했다. 바닷마을의 집들의 특징은
대문이 없다
.
마을로 슥 올라가는 순간 시간이 30년은 후퇴한 것 같은 동네다. 그물을 손질하고 집으로 온 최 씨
아저씨는 매일 밤 소주를 한 잔씩 하고 모아 둔 빈병들이 꼭 병정들 같고, 겨울이 오기 전 마을의 골목에는 동네 꼬마들이 저녁 먹기 전에 딱지
치기를 하고 구슬을 굴릴 것 같지만 이제 골목에서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잘 볼 수 없다
.
그래도 어슬렁 다니면 휴가 나온 첫째 놈의 군 반바지를 빨아서 널어두고, 둘째 애의 양말도 잘 빨아
널어두고. 개구쟁이 녀석들은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지면 골목에 조용히 나와 골목에 불 켜진 화장실이 보이면 콩알탄을 투척하여 어른들을 놀라게
했고, 바닷가로 달려나가 폭축을 터트렸다
.
마을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멀리 나가 수확의 결실을 양생하며 피곤을 잊어가고 따뜻한 가을 햇살에
졸음에 겨워 그늘진 곳에서 꾸벅꾸벅 조는 어르신이 있고, 한 곳에서는 오징어를 잘 말려 팔리기를 기다리고, 그 틈을 어떻게 해 볼 요량의
갈매기들이 그 주위를 방황한다. 서열에 밀린 갈매기들은 맞은편 횟집 지붕에 가득 모여 앉아서 꺼져가는 가을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시간을
죽이며 회의를 한다
.
바닷마을과 바다에도 어김없이 시간이 지나 저녁이 오고, 하루도 못내 아쉬운지 묵은 시간이 무거워
옷자락을 땅에 질질 끌며 이동하고, 강의 끝과 바다의 시작이 어딘가에서 서로 힘을 겨루듯 새로운 시간과 묵은 시간이 맞부딪히면서 뒹굴며 섞인다.
바다도 해를 놓치기 싫어하고. 밤과 낮, 아침과 새벽은 손등과 손바닥 같은 사이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절대 만날 수 없는 사이. 관계에서도
그런 사이가 있는 것 같다
.
바닷마을은 그렇게 모락모락 가을의 하루를 보내고 시간을 따라 나도, 우리도 서로가 모르는 새 조금씩
인생을 물로 채워가고 있다. 우리의 인생을 사진처럼 단순히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으로 나눌 수는 없다. 그 중간에 그늘이라는 부분도 있고 뿌연
부분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고 보내는 바닷마을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