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라의 소설 읽어보셨습니까. 원작이 러브크래프트인 이 영화는 1986년인가 작품입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순수한 감정, 그중에서 제일 위에 있는 공포를 문학의 저변으로 확대시킨 사람이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거든요. 러브크래프트는 공포 문학으로는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어요. 두려움이라는 건 한 번 경험해 보고 나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는, 그리고 두려움이 정신을 가득 지배하면 슬픔, 기쁨, 환희, 애완 같은 다른 감정은 가질 수 없습니다. 공포라는 건 인간의 가장 밑바닥 내지는 제일 위에 있는 감정이라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공포의 주체가 되는 영화 속 크리처, 고스트, 이종(외계인)의 모습은 대체로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보면 됩니다. 러브크래프트는 평단에서는 좋은 평을 듣지 못했고 뒤에 나온 후배 소설가들도 러브크래프트의 문장력을 칭찬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소설은 문학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불행한 인물이었어요. 저렴한 질의 종이에 잠깐 읽고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소설이 실리는 펄프 잡지에 기고를 하면서 인기를 얻었어요. 주러 호러, 공상, 판타지, 갱스터물이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 잡지를 통해 코난 더 바바리안, 타잔, 쾌걸 조로 같은 캐릭터가 탄생했어요.

러브크래프트는 193746세라는 말도 안 되는 나이에 죽었습니다. 영화사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험한 존재 에일리언이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이거든요. 에이리언의 디자인은 이미 1973년부터 제작이 되었다고 하니 영화라는 산업? 문화는 참 대단한 것 같아요.

러브크래프트의 족적은 짧았지만 그가 지닌 그 어마어마한 세계관, 상상도 생각도 하지 못할 암울하고 음울한 분위기와 기이한 표현과 독특한 묘사는 현재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러브크래프트는 흔히 말하는 크툴루 신화의 밑거름을 닦은 사람입니다. 크툴루 신화는 그리스 신화나 중국 신화 같은 신화인데 역사는 짧아요. 판타지 문학에서 빛으로는 반지의 제왕의 톨킨을 말한다면, 어둠에 관해서는 단연 러브크래프트입니다.

그는 인간이 지니는 아주 순수한 공포, 저 밑바닥의 근원직인 공포는 미지에서 오는 공포라 확신하여 소설을 썼어요. 그래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는 지정할 수 없고 톡정할 수 없는, 사람의 생각으로 파악이 전혀 되지 않는 음산한 존재가 늘 소설의 주위에 숨어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가 말하는 공포는 고대 신들을 본뜬 거대한 형상과 그 앞에서 그야말로 처정하게 무력한 인간, 결국 인간은 공포에 무릎을 꿇고 맙니다. 인간은 공포를 느낀 다음 수순으로 그 공포 앞에서 경이의 순결함을느기고 그 공포의 아름다움에 흡착되어 버리게 됩니다. 공포가 주는 미학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그건 뱀에게 쫓기는 쥐가 궁지에 몰리면 뱀에게 발악을 하다가 서서히 먹히는데 그 먹힐 때 쥐도 쾌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무튼 러브크래프트가 현재 공포소설의 신격화로 추앙받게 된 이유가 설명이 가능하게 합니다. 현재 영상산업에서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영화뿐 아니라 미술, 게임, 소설, 애니메이션까지 러브크래프트의 스타일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산업이 많어졌어요.

그는 자신의 소설 중 단편인 우주에서 온 색채를 가장 사랑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나홈이라는 농부의 밭 가운데 운석이 떨어지는데, 그 안에서 지구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색채를 발견하게 되면서 진행됩니다. 나홈의 가족들은 그 색채 때문에 점점 광기에 빠져들어 죽어가고 그 색채에 의해서 사람이 타들어가듯이 잿빛으로 변해서 부서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빛이, 지정할 수 없는 색채가 뿜어져 나오며 그 범위가 서서히 넓어지는데 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 소설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작품이 근래의 영화 서던 리치입니다.

서런 치지, 이 영화의 미술은 훌륭합니다. 몹시 아름답고 아주 화려해요. 매혹적이며, 그간 지나치면서 또는 영화 속에서 봐온 빛과는 다른 질의 빛의 움직임을 볼 수 있어요. 빛이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아주 고혹적이면서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잡아당기는 이 아름다움이 불쾌하고 불안하고 기괴해요. 영화를 가득 메우고 있는 미술에 빠져들 때쯤에는 이미 내 모든 세포가 불쾌하고 괴기하게 변하는 착각이 듭니다.

꼭 램브란트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아요. 램브란트의 그림 속에는 빛이 꼭 살아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인공적인 조명을 비춘 것 같은, 그래서 램브란트의 그림을 조금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림인지 사진인지, 그리고 보는 시간을 좀 더 길게 끌고 가면 그림 속의 인물이 마치 나에게 뭐라고 말 할 것 같은 기이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림 속 사람들은 표정이 거의 없거나 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 역시 어쩐지 기괴하게 보입니다.

서던 리지는 미국에서는 아나힐레이션 이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했고 소설은 국내에도 출간되어 있어요. 소설은 3부작이며 영화는 1부를 영화로 만들어졌어요. 국내개봉은 안 했습니다. 이 소설 역시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스티븐 킹도 이 소설을 칭찬하고 좋아했어요.

이 영화는 엑스 구역, 쉬머라는 공간이 왜 생겨났는지(러브크래프트의 우주에서 온 색채,에서 처럼 빛의 구역이 느닷없이 생겨났어요), 점점 대지를 잡아먹고 영역을 넓혀가는 것을 해결하려 들지도 않아요. 쉬머라는 그 구역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초현실적인 공간의 쉬머는 지구에 없는 색채로 인해 환상적이며 아주 몽환적인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속에 들어가는 순간 그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외의 현상이라는 것이 일어납니다.

쉬머에서는 서로 다른 종의 세포의 굴절과 분열 그리고 병합이 이루어져서 생물체가 이상하게 변종이 됩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도 모르는 새 복제가 되거든요. 쉬머 속에서 살고 있던 곰이 세포가 망가져서 헬프 미라고 하는 부분은 소름이 쫙 끼치죠. 무엇보다 영화의 음악이 기괴하고 괴기합니다. 바닥에 붙어 있는 신경 줄을 뜯어 올리는 듯한 음악 역시 아주 음산해요. 이 감독은 이전에 엑스 마키나를 연출한 감독인데, 그 영화 보셨습니까?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죽 끌고 가는 스타일의 연출을 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공포는 주는 주체가 크리처나 살인마, 이종이나 괴물이 아니라 색채라는 것이 상상을 넘어서고 충격을 줍니다. 이 색채의 모호함은 미지에서 온 공포라는 것이고 이것이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이거든요.

공포 속 미지의 공포에는 촉수가 있고, 촉수는 늘 에로티시즘을 방불케 합니다. 일본의 공포문화에도 영향을 끼쳤어요. 그로테스트적인 면이 당연하지만 같이하며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은 한동안 전 세계의 극장에 영화가 되어 상영이 되곤 했다가 근래에는 거의 다루지 않았는데 서던 리치가 나왔네요.

공포라는 건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공포는 대체로 사라집니다. 공포라는 건 공포의 주체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공포가 극대화가 됩니다. 그건 영화 뿐 아니라 실제와 실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오래된 영화로 지금 보면 촌스럽지만 당시에는 꽤 높은 특수촬영효과가 있었다. 연구를 통해 미지의 존재가 인간의 뇌로 파고들어 흉측하게 변하여 인간의 뇌를 집어삼키려 하려 하고 그걸 막으려 하는 내용이다. 영화가 공포영화지만, 공포영화가 대체로 그렇듯이 에로티시즘적이다. 축축한 피부와 점액질의 촉수 역시 은밀한 부위를 묘사하고 있고 곳곳에 그런 장치가 있다. 인간은 그걸 좋아하면서도 우아한 척, 싫어하는 척하니 인간이 정말 미지에의 공포 중 으뜸이라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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