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던 리치, 이 영화의 미술은 정말 훌륭하다. 몹시 아름답고 아주 화려하다. 매혹적이며, 그간 지나치면서 또는 영화 속에서 봐온 빛과는 다른 질의 빛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빛이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아주 고혹적이면서 하나의 미술작품으로도 훌륭하다. 하지만 사람을 잡아당기는 이 아름다움이 불쾌하고 불안하고 기괴하다. 영화를 가득 메우고 있는 미술에 빠져들 때쯤에는 이미 내 모든 세포가 불쾌하고 괴기하게 변하는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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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렘브란트의 그림 속에는 빛이 꼭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인공적인 조명을 비춘 것 같은, 그래서 렘브란트의 그림을 조금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림인지 사진인지, 그리고 보는 시간을 좀 더 길게 끌고 가면 그림 속의 인물이 마치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할 것 같은 기괴한 분위기가 있다. 그림 속 사람들은 표정이 거의 없다.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 역시 어쩐지 기괴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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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던 리치: 소멸의 땅, 이 영화는 미국에서는 어나힐레이션 이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했고 소설은 국내에도 출간되어 있다. 소설은 3부작이며 영화는 1부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가 난해하다고 하는 사람은 당연하지만 소설을 읽으면 난해함이 풀릴 수 있겠지만 영화를 난해한 상태로 보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 영화, 서던 리치가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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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알렉스 가랜드로 엑스 마키나를 연출한 감독이다. 이 사람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잘 끌어가는 연출을 하고 있다. 엑스 마키나도 서던 리치도 뚜렷한 결말을 말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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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엑스 구역, 쉬머라는 공간이 왜 생겨났으며, 점점 대지를 잡아먹고 영역을 넓혀가는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쉬머라는 그 구역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집중을 하고 있다. 초현실적인 공간의 쉬머는 환상적이며 아주 몽환적인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속에 들어가는 순간 그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외의 현상이라는 것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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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머에서는 서로 다른 종의 세포의 굴절과 분열 그리고 병합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속에서 기존 세포가 망가진 곰이 ‘헬프 미’라고 하는 부분은 정말 소름 끼친다. 영화에는 잔인한 장면도 여과 없이 나오며 몸속을 기어 다니는 내장기관의 모습 역시도 아주 음산하고 불쾌하고 기괴하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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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영화의 음악이 기괴하고 괴기하다. 바닥에 붙어 있는 신경 줄을 뜯어 올리는 듯한 음악 역시 아주 음산하고 미간을 좁히게 만든다. 영화는 여러 번 보다 보면 숨어 있는 복선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보는 내내 상상을 하게 만들고, 그 상상이 영화를 놓치고 되고, 다시 영화에 집중하다 또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 미스터리하고 영화 적 요소에서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흡족할 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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