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천무후 성공전략 - 남자를 손에 넣고 중국을 치마폭에 담다
장석만 지음 / 부표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측천무후,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 그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여인에 대해 쓴 책을 읽었다. 책을 처음 받기 전에는 단순한 선입견에 정사와 야사를 교묘하게 섞어서 흥미를 유발한 책이려니 싶었다. 그럼에도 읽고 싶었던 것은 여성들이 쉽게 드러내지 않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누구보다 탁월하게 발휘한 여성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고 첫 두 세장을 읽어가자 예상과는 다른 책의 구성 방식에 즐거워졌다.

 

이 '남자를 손에 넣고 중국을 치마폭에 담다'란 책은 측천무후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다루고 있으되 단순하게 시간 순으로 그녀의 생애를 쫓아간 것이 아니었다. 총 3부 7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각의 장마다 일정한 주제를 넣어 한 장이 끝나면 그 장에서 역설하고자 한 측천무후의 성공의 비결이나 전략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그래서 그녀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책 서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녀만의 남성 공략과 성공 키워드를 훌륭하게 제시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를테면 성공을 바라는 이삼십 대 여성들이 알아야 할 71가지 비결 정도의 책이라고나 할까. 다만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꼼꼼하게 정리해놓은 흔해빠진 성공 비결서가 아니라 한 걸출한 여걸의 일생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렇게 만난 측천무후는 읽을수록 대단하다는 감탄만 나왔다. 가진 것은 미모와 재능(하긴 이 두 가지가 있다면 무서울 게 무에 있겠냐만은)밖에 없는 가난한 소녀가 나중에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왜 이리도 험난한지. 왠만하면 보통 여자들은 몇 번은 까무러치고 최소한 두세 번은 자살 미수를 하거나 정신과 신세를 졌을 상황에도 이 측천무후는 굴하지 않았다. 책에서는 71개나 되는 챕터를 이용해서 그녀의 성공 비결을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기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불굴의 의지력이 아닐까 싶다. 한편 역사가들에 의해 폭군으로 명망을 날린 그녀였지만 책을 통해 본 그녀의 일생은 단순한 폭군으로 비하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일인자가 되기 위해 정적들을 제거하는 수순은 누구든 당연하게 밟는 게 아닐까? 유독 그 싸움에서 여자라고 고분고분 온순하게 대했다간 측천무후란 이름조차 우리는 알지 못했을 터이고. 무엇보다 난 그녀가 수렴청정에 만족하지 않고 결국 주나라라는 새로운 나라를 세워 15년간 번영과 평화를 누리는 나라로 키웠다는데 감명을 받았다. 그녀는 정적들에게는 무서운 폭군이었지만 백성들에게는 존경할만한 군주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쉽고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었지만 동시에 받아들이기 불편한 메시지도 몇 가지 담고 있었다. 이를테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미모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논리. 미모를 갈고 닦은 후에 비로서 실력 그리고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저자의 성공관이 무척 껄끄로웠다. 여자는 꼭 성공한 남자의 그늘에서 눈에 띄는 미모와 재능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 내지는 회의가 들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책에서는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해서 측천무후의 미모 관리 비결이 나온다. 읽다 보면 물론 고대사의 주인공에게서 현대의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성공 전략이 이렇게 많았다는 게 놀랍기도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사람이 사는 세상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구나 싶어 약간 허탈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읽어 본다면 의외로 참고할 부분이 많은 비결서이며 동시에 재미있는 역사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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