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고 나서 주인공이 수집한다는 링컨 차가 궁금해서 네이버 검색을 쳐봤다. 나오는 이미지가 한 개 밖에 없었다. 나의 검색 방법이 잘 못된 것인지. 하여튼 그렇게 네이버가 토해내는 사진으로 본 링컨은 음... 앞 대가리가 무지하게 긴 것 말고는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겠던데. 그러나 재규어를 겉모습만 번지르레한 포드라고 한 주인공의 차에 대한 개똥철학을 보자면 링컨이 실용적이긴 한가 보다. 그 길이로 봐서는 절대 실용적일 수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주인공을 사로잡은 링컨은 날 매료시키지 못했지만 이 책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맘에 들었다.

생각해보니 존 그리샴 이후로 법정 스릴러를 읽은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그동안은 평범한 사람이 위기상황에 닥치면 괴력을 발휘하는 스릴러 아니면 원래 지옥 훈련을 거친 온몸(미소까지)이 근육뿐인 특수부대원(아니면 그 비슷한 자격을 갖춘)주인공을 나쁜 놈들이 잘 못 건드려서 왕창 깨지는 그런 스릴러만 보다가 간만에 법정 스릴러를 보니 참신했다.

 

 

주인공은 그야말로 인생의 밑바닥에서 헤메는 사람들-마약에 절은 갱들과 창녀을 주고객으로 하면서 가끔씩 홈런도 날리는 유능한 변호사. 이혼을 두 번이나 했지만 두 명의 전처와 훈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설정에서 주인공이 사실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작가의 테크닉도 대단하다. 돈만 밝히면서도 은근히 배어나오는 인간미가 아주 현실적인 주인공이란 말. 철저한 악인도 철저한 선인도 없는 게 현실 아니던가 말이다. 그렇게 인간적이면서도 '난 돈이 좋아'를 온 몸으로 외쳐대는 주인공이 어느날 대박 사건을 물어서 흥분하다가 점점 깊은 사건의 수렁으로 빠진다는 플롯이다.

 

 

요즘은 드라마건 영화건 반전을 지나치게 좋아해서 탈이라는 말이 많은데. 그렇게 반전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보니 독자나 관객도 영악해질만큼 영악해져서 영화나 소설 중간에 이미 범인을 알아보고 시시해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극 초반이나 중간에 범인을 밝히고 들어가면 그만큼 극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긴장이 높아지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용두사미 격으로 퉁퉁 불은 국수 면발처럼 결말이 힘없이 풀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정말 화려한 반전의 엎치락 뒤치락이 압권인 작품이다.

범인과 주인공의 한판 대결을 지켜보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작가의 힘이 대단하다. 이 변호사가 시리즈로 나온다고 하는데 첫 권이 이 정도라면 다음 시리즈를 고대하게 하는 성공적인 첫 데뷔인 셈이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과 번역가의 말을 읽어봤다. 두 사람 모두 이 작품을 쓰고 번역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이렇게 잘 익은 스릴러 한 편을 수확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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