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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전 일하다 검색할 게 있어서 예스 24까지 들어갔다가 무심코 화면 왼쪽에 뜬 베스트셀러 박스를 봤다.
'시크릿'이 부동의 일 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바로 그 밑에 뜬 제목에 눈길이 갔다. '사랑하기 때문에.'
진부하기 짝이 없는 제목이란 생각에 그냥 나가려다 왠지 호기심이 생겨 클릭해봤다. 기욤 뮈소... 그러고 보니 얼마전 신문 광고에서 본 책 같기도 하고. 줄거리를 읽어본다. 음... 이거 물건인 것 같다. 읽어보고 싶잖아. 그래서 내친 김에 서평을 읽어본다. 역시나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그 진부함이 또 끌린다.
그래서 칼바람을 맞으며 나간 시내에서 이 책을 샀다. 책의 도입부만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이쁜 아이도 하나 있는 미남 미녀 커플이 어느 날 5살 먹은 그 이쁜 딸을 잃어버린다는 내용이다. 그 충격으로 정신과 의사였던 아버지는 노숙자로 전락하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잃어버린 지 5년 후에 잃어버린 바로 그 장소에서 아이를 찾게 된다는 줄거리... 여기까지 읽게 되면 사실 누구라도 계속 읽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를 잃고 쟁쟁하던 정신과 의사에서 노숙자로까지 전락하게 된 아버지의 아픔과 그 5년 간 과연 그 아이는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 라는 의문을 기필코 풀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게 마련이니까.
그렇게 집어든 책은 과연 손을 떼지 못하게 했다. 매 챕터마다 제목 위에 한 두 줄씩 인용한 동서양의 작가와 철학가들의 잠언도 그 챕터의 내용과 어울리면서 동시에 다시 곱씹어보고 싶은 영혼의 지혜 같은 울림이 있었고. 상처 입은 사람들을 감싸 안으며 치유하는 소설 내용이 뭐랄까. 동양적 철학과 서양의 스릴과 서스펜스를 절묘하게 섞은 이야기 전개가 무척이나 박진감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거의 식스 센스에 버금가는 반전도 있어 읽으면서 '앗, 뜨거워.' 하는 느낌도 받았다. 물론 지나친 우연(그중에서도 행운의 빈발)이 가끔 소설의 긴장감과 현실감각을 느슨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만하면 잘 쓴 소설이라는, 베스트셀러가 될만한 자질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 읽고 나니 뭔가 허전하고 아쉽단 생각도 안 드는 것은 아니다. 이것보단 별다른 이야기 전개나 박진감은 없어도 삶의 수많은 편린들을 자잘하게 펼쳐보이는 한국 소설들이 더 알차고 예술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왠지 이 소설은 현 시대가 요구하는 장점을 두루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의 박진감 있는 전개,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없는 구성과 화려한 등장인물들. 언제부터인가 소설과 영화가 정체를 분간할 수 없게 교접하고 있는 요즘 세태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 우리 작가들도 그 멋진 필력으로 이런 이야기를 써서 돈 많이 벌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 하나는 길게 여운이 남는다.
작가가 지그재그로 여러 등장인물을 출연시키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것이 해결된 듯, 잊혀진 듯 보이지만 과거는 언제까지나 사람들의 마음 속에 또아리를 튼 채 남아 있다. 그 과거를, 그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지 않는 한 모든 행복은 허깨비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