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형 제도의 찬반에 대해 지금도 토론의 주제로 등장하곤한다. 이 책의 내용은 주인공 사요코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덟 살의 어린 딸을 살인자에 의해 잃게 된 주인공 사요코. 죽은 자의 생명은 그 어떤 형태의 속죄가 이루어지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이기에 그 속죄는 공허한 십자가일뿐. 살인을 저지른 자는 마땅히 사형을 구형받아야 된다는 생각한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어느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이다. 남은 자의 고통은 사요코와 전 남편 나카하라을 삶에 잘 나타나있다. 살인! 한 생명을 앗아가는 것 뿐만이 아니라 남겨진 가족의 삶까지도 무참히 무너뜨렸다. 그렇기에 살인은 어떤 이유든간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은 가족에게 살인자의 속죄는 아무 의미없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오직 사형만을 바랄 뿐이다. 나 역시도 충분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우리가 또다른 형태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살인을 저질렀던 두 사람. 그들은 온전한 삶을 살아가지 못했다. 사오리와 후미야는 학창시절 철없이 저지른 행동에 임신을 한다. 그들은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했다. 아이를 낳은 후 숨을 못쉬게 해서 한 생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리고 21이 넘는 긴 세월을 자책과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사오리는 속죄의 삶을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자신을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심지어는 자신은 훔친 음식을 먹을 가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남의 물건을 훔치다 교도소에 가기까지 했다. 자신을 끊임없이 학대하고 살아간 것이다.

후미야. 그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속죄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손으로 어린 생명을 앗아갔지만 의사가 되어 작은 생명을 구하고 싶어 소아과를 선택했다. 비록 법의 심판을 받지않았지만 평생을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며 속죄를 하며 살아갔다. 나쁜 나자에게 속아 임신까지 하고 자살을 하려고 했던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고 그녀의 뱃속의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에게는 속죄의 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후미야의 아내 하나에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남편은 지금까지 21년 전의 사건에 대해 계속 속죄하면서 살아왔어요. ......남편 덕분에 얼마나 ㅏㄶ은 난치병 아이들이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세요? ...... 교도소에 들어가도 반성하지 않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런 사람이 등에 지고 있는 십자가는 아무런 무게도 없을지 몰라요. 하지만 남편이 지금 등에 지고 있는 십자가는 그렇지 않아요. 너무나 무거워서 꼼짝도 할 수 없는 , 무겁고 무거운 십자가에요. ....교도소에서 반성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과 제 남편처럼 현실 속에서 다른 사라을 구하면서 사는 것, 무엇이 진정한 속죄라고 생각하세요?"


인간의 생명은 존엄한 것이기에 어떤 이유가 있는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법의 처벌도 당연히 받아야된다. 사요코와 그의 부모님를 포함한 살인 피해자의 유족은 끝까지 살인자에게 사형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속죄없이 무의미하게 삶을 마감하게 하는 사형과 비록 사형은 내려지지않더라도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면서 평생을 속죄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것일까.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문제에 대한 정답도 없다고 생각한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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