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자들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김성훈 옮김 / 살림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두툼한 책이 보통의 다른 책의 2배 분량이다. 도살자들은 추리소설이라기 하기보다는 범죄소설에 더 가깝다. 범인임을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거나 고도의 추리력을 갖고 범인을 잡는다는가 하는 설정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과거 종결된 '뢰르비 살해 사건'의 주범이 복역중인 비아르네만은 아님을 다 알 수 있다. 비아르네와 같은 기숙사학교 출신의, 지금은 잘나가는 최상류층 엘리트에 속하는 다른 인물들도 연류되어 있음을 일찍부터 눈치채고 있다. 작가는 범인이 누구인지에 촛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최상류층 엘리트로서 비윤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으며, 감정 표출의 대상 혹은 재미를 위해 기숙사학교 시절부터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죄의식 없이 사는 파렴치한 그들의 결말에 촛점에 두고 썼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사회도 묻지마 범죄가 텔레비전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한여름에도 낯선 사람들이 무서워서 문을 꽁꽁 닫고 살아야하는 현실이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어느 모 재벌 회장도 자기 아들과 싸움을 벌인 술집 종업원을 찾아가 사람들을 시켜 실컷 두들겨 팬 후 맷값이라며 수표를 던져주었다는 기사가 몇 년전 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그네들이 바로 이 소설의 도살자가 아닐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여기 등장하는 토르스텐. 디틀레우, 울릭, 죽은 크리스티안, 키미 등은 묻지마 범죄자였다. 이유도 없었다, 그냥 그들의 눈에 보였기 때문에 폭행을 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뢰르비 사건'처럼 살해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남부러울 것없이 풍족한 생활을 하지만 분명 반사회적인 행동을 서슴치않고 하는 비윤리적인 사람들이다.

 

어느 날 책상 위에 놓여있는 '뢰르비 살인 사건'파일을 보면서 특별 수사반 Q의 칼 뫼르크와 아사드는 종결 사건임에도 의문을 품고 재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사건의 핵심 인물이며, 범죄에 가담한 그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존재 키미의 종적을 찾으면서 하나 둘씩 그들이 행한 묻지마 범죄를 알게되고 경악하게 된다. 같은 패거리 일원인 키미까지도 강간하고, 그녀의 뱃속에 들어있는 태어나지도 않은 어린 생명의 목숨도 빼앗아간 파렴치한 인간들에게 키미는 복수를 시작한다. 정상적인 것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의 사냥 모임에 몰래 찾아간  칼 뫼르크 형사와 아사드는 발각되도 이미 폭행당하고 죽은 다른 피해자들처럼 공포에 휩싸이게 되지만 키미의 도움으로 죽음을 면한다. 하지만 이미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황폐한 키미는 한때 같은 공범자이면서 자신과 자신의 아기의 행복을 빼앗아버린 나머지 패거리들을 가두고 폭파시켜 버린다. 그리고 그녀 역시 자신의 잘못을 알기에 자신의 몸을 기차에 던져버린다.  

 

그들이 저질렀던 죄질에 비해 죽음이라는 결말은  너무도 약한 벌이다. 그들에게 법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돈이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을 서야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 아닐까? 우리나라 전·현직고위공직자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청문회를 앞두고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땅 투기, 군입대 면제, 거기에 자식들까지도 법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 또한 국민들의 인기를 받고 몸값이 오른 인기 연예인들의 불법 행위. 국민들의 사랑이 없이 그 자리에 오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못한다고 억대의 돈이 오가는 불법 도박으로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으니 돈 없는 일반 서민들의 입에서는 한숨만 나온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핀란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법제화한 나라로 유명하다. '도살자들'이 활보하는 사회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짐승들의 세계와 다를 바 없다. 폭력이 난무한 사회 속에서 불신과 자괴감을 느끼게 만든 것이 인간이지만 다시 믿음과 신뢰가 있는 따뜻한 사회로 만드는 것도 우리 인간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살아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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