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너대니얼 호손 지음, 박계연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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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유명한 작품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자.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다. 청교도의 엄격한 규율, 도덕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보스턴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일. 

우리나라에도 간통죄가 존재한다. 성도덕과 일부일처의 혼인제도, 가족생활의 보장, 특히 남편의 외도로부터 여성의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장치로 만들어진 것이 간통죄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이 저지른 잘못은 남편이 있음에도 다른 남자와 몸을 섞었고 그 후 그 남자의 아기를 낳았다는 것이다. 분명 그녀가 저지른 잘못은 간통죄에 속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손가락질을 당하고 평생 치욕의 상징인 주홍글자를 가슴에 달면서 살아야 할 만큼 큰 죄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영국에서 태어나 암스테르담에서 결혼 생활을 하다가 헤스터 먼저 바다 건너 보스턴으로 왔고, 학자인 남편이 2년이 다 지나가도록 소식이 없게 되면서 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보스턴의 보수적인 사회는 그녀를 이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그녀의 남편을 동정을 했으며, 그녀를 감옥에 가두고 처형대에 세 시간을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 세워 손가락질을 당하게하고 평생을 가슴에 치욕의 상징인 주홍글자 A를 달도록 판결을 내렸다.

차라리 감옥에서 몇 년이고 죄값을 치르는 것이 그녀에게는 더 나은 형벌이 아니었을까. 평생 주홍글자는 그녀를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만들 것이며, 늘 자신을 고통의 늪으로 빠뜨릴 것이다.

금고형기가 끝나고 헤스터 프린은 아기와 함께 넓은 세계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지만 마을에 그냥 살기로 결정한다. 죄를 범한 곳에서 스스로 벌 받기를 바란 것이다. 평생을 치욕속에 살아갈 수도 알면서도..... 그리고 하루하루의 삶이 고통이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오히려 그 고통이 자신의 영혼을 깨끗하게 만들 것이며, 그러한 삶을 통해 결국 새로운 순결을 획득하게 되리라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마을에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알아내려했던 비밀, 아기 아빠의 존재, 그녀가 입을 다물고 마음에 묻어둔 사람, 바로 이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딤스데일 목사였던 것이다.

그녀를 사랑하기는 했을까. 한번도 자신의 딸인 펄과 그녀가 사는 오두막에 찾아오지 않았던 그였지만 딤스데일 목사에게 전 남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그를 만난다. 그녀에게 그는 어떤 존재였을까. 원망의 마음을 왜 품지 않았을까. 오히려 헤스터는 그를 존경했다. 숲 속에서 7년 만에 만난 헤스터는 딤스데일 목사가 스스로를 타락한 영혼의 소유자로 자책하고 고통스러워 하면서 살고 있었음을 보게된다.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로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있는 딤스데일. 오히려 존경과 칭송을 받을수록 그의 내면은 더 큰 고통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7년동안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무거운 짐을 짊어진채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었던 모습을 눈앞에서 본 헤스터는 그가 얼마나 안스러웠을까. 세상의 전부였던 그에게 보스턴을 떠나 넓은 곳으로 멀리 떠나갈 것을 제안하고 결국 두 사람은 배를 타고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딤스데일은 자신의 잘못을 7년 전 헤스터 프린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했던 장소인 처형대에서 사람들앞에서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눈을 감는다. 그동안 그를 짓눌렀던 죄의 무게가 가벼워졌음을 분명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펄의 아버지임을 말하는데 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차라리 헤스터처럼 주홍글자를 가슴에 달고 비난의 시선을 직접 당하는 것이 더 나았으리라. 그의 설교와 기도를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수록 그는 더욱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끊임없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다. 죽기전까지 비겁한 자신의 양심에 채찍질했을 딤스데일, 그가 더 불쌍한 인물로 느껴진다. 

바다를 건너 정착한 새로운 세계는 희망과 꿈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오직 사회적 규범이라는 잣대에 의해 심판하고 비난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곳이었다. 사회적 가치 기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종교였다. 사랑과 자비도 없는 종교.

죄의 대가를 스스로 받고자 주홍글자를 가슴에 달고 살았던 헤스터. 한번 빠졌던 늪에 다시 빠지는 누를 범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간 헤스터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7년 동안 엄격한 규율 속에서 끊임없는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살았지만 마지막으로 선택한 진실의 고백을 통해 늪에서 나온 딤스데일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기에 또한 박수를 보낸다.

사랑과 고통 속에 몸부림쳤던 두 사람의 삶. 두 무덤과 검은바탕의 '붉은 A'가 쓰여진 한 개의 묘비로 두 사람은 서로를 운명을 죽어서도 영원히 같이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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