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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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엉클 사일러스'는 고딕 소설의 정의를 내리기에 딱 맞는 내용의 작품이다. 중세의 건축물이 주는 폐허스러운 분위기, 비밀 통로, 잔인함, 신비스러움, 소름끼치는 공포, 악몽, 사악함....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고딕 소설의 정의에 부합하는 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800쪽이 넘는 꽤나 두꺼운 소설이지만 내용은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히니 걱정은 붙들어매시라... 줄거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다. 첫 번째 부분은 주인공 모드 루틴이 아버지 오스틴 루틴과 놀의 대저택에 살면서 느끼는 외로움과 공포스러운 삶과 아버지의 죽음 후 그의 유언에 따라 삼촌 사일러스의 집으로 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모드가 살고 있는 대저택이 풍기는 분위기는 음산하면서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말이 없는 은둔자 아버지 오스틴은 그가 믿는 종교 스베덴보리만큼이나 베일에 싸인 느낌을 준다. 자신이 죽은 후 이 세상에 혼자 남게 될 딸을 위해 든든한 방패막이를 해 주는 아버지일까하는 의문이 드는 남자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움을 주는 인물은 단연 모드의 가정교사로 들어온 마담 드 라 루지에르이다. 외모가 주는 이미지와 행동이 이리도 딱 맞을 수 있을까? 표리부동하고 위선적이며, 사악하고 공포감마저 주는 그녀는 결국 오스틴의 서랍을 뒤진 것 때문에 저택에서 쫒겨나가지만 후에 삼촌의 집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두 번째 줄거리는 삼촌 사일러스가 기거하는 바트램-호프 고택에서의 삶이 그려진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엉클 사일러스의 존재는 소설 중반에 드디어 등장한다. 아버지는 유언으로 모드의 양육을 사일러스에게 일임한다. 동생의 결백을 굳건히 믿기에 자신의 딸을 맡겼으리라. 그러나 이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스틴의 사촌 모니카와 닥터 브라이얼리는 만일 모드가 죽게 된다면 그녀의 재산은 모두 사일러스에게 상속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바로 사일러스가 조카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사악한 짓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촌 사일러스는 세간에 떠도는 말처럼 살인을 한 사악한 사람일까? 아니면 아버지의 말처럼 오명을 뒤집어 쓴 결백한 사람일까?


바트램-호프에서 모드는 처음에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서서히 그녀를 옥죄는 공포가 또다시 밀려들기 시작한다. 놀에서 자신을 납치하려했던 삼촌의 아들 더들리 역시 다시 만나게 되면서 모드에게 두려움을 안기고 있다. 설상가상 외모 만큼이나 사악하고 악의에 찬 마담 루지에르가 다시 이 저택에 나타나 공포감을 더해주고 있다. 과연 모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재미는 소설 후반부에서 맛볼 수 있다. 은둔의 삶을 살았던 아버지. 드넓은 영지 놀의 대저택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살았던 모드는 수동적인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거짓투성이고, 사악함과 두려움만이 가득한 속에서 모드가 느꼈을 공포를 짐작해 본다. 이 역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그녀의 몸부림이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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