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딕 소설이라는 단어에 낯설어하는 많은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고딕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에드가 알렌 포의 '어셔가의 몰락' 등이 이에 해당되는 소설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중세의 고딕 양식 건축물이 주는 폐허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잔인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소설이 바로 고딕 소설이다.


'공포, 집, 여성'에는 여성 작가가 쓴 네 편의 단편 소설이 나온다.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회색 여인', 버넌 리의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 루이자 메이 올컷의 '비밀의 열쇠', 메리 셸리의 '변신'...... 여성 작가의 글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남성보다 여성이 우위에 놓여 있어 사건을 주도적으로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네 편의 소설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회색 여인'이다. 찰스 디킨스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여성 고딕 장르를 이끌어 간 작가이다. 제목에 드러난 색깔처럼 작품 전제가 공포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딸의 약혼을 파기하기 위해 쓴 편지 속에는 회색 여인이 매순간 겪었던 공포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자신이 억압받는 공간에서 하녀와 함께 탈출하지만 살아가는 내내 공포 속에서 살아간 아나 셰러. 자신의 잘못된 선택은 결국 악연이 되어 딸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결과를 낳는다. 회색 빛깔처럼 밝은 빛이 보이지 않는 두 여인의 삶이 안쓰럽게 느껴졌던 몰입도 최고인 작품이었다.


버넌 리의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는 오키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려 외따로 떨어진 고택에 들어가면서 생긴 일을 그리고 있다. 우아하고 절묘하게 아름답지만 늘 도도하면서 무심한 태도와 표정을 보이고 있는 오키 부인 앨리스 오키. 여주인공 앨리스는 250년 전에 살았던 조상 앨리스 허키와 이름이 같을 뿐아니라 모습까지도 닮았다. 오직 그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과거의 앨리스와 그녀가 남편과 공모해 죽인 러브록에 관한 것... 자신의 남편에게 사랑스런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녀.... 과연 앨리스는 과거 앨리스의 현신일까? 아니면 영국 신사적인 모습으로 늘 가문의 영광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남편에 대한 조롱일까? 결국 남편 오키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무너뜨렸다. 모호하고 먼 미소를 머금은 듯한 그녀의 눈이 자꾸 생각한다. 여성은 그저 남성에게 복종하고 가정을 충실히 지켜가는 것이 미덕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을 과감하게 주도적인 존재로 만들고 정신적으로 남성보다 우위에 올려놓은 점에서 이 소설의 가치를 생각해 보고 싶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비밀의 열쇠'. 그녀의 작품 '작은 아씨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소설 내용인지라 더욱 관심이 갔다. 트레블린 가에 얽힌 비밀. 그 비밀을 풀기 위해 트레블린 가에 잠입한 폴. 영주인 리처드 경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딸 릴리언. 그리고 폴의 사촌 여동생 헬렌.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은 헬렌의 출생과 이어진다. 드디어 밝혀지는 비밀... 그러나 루이자 메이 올컷답게 해피엔딩으로 소설은 끝나버린다. 살짝 결말이 아쉬운 고딕 소설이랄까


메리 셸리의 '변신'은 돌아온 탕아가 생각나는 소설이다. 독단적인 성격의 주인공 귀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많은 재산을 사치로 다 써버리고 빈털털이가 되었음에도 오만한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다. 그 어떤 충고도 듣지 않다가 결국 아름다운 약혼녀 줄리엣을 두고 추방당한다. 죽음까지 생각하게 될 때 앞에 나타난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난 난쟁이. 보물상자에 눈이 어두워 그와 자신의 육신을 맞바꾼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잘생긴 외모까지 잃은 그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과연 그는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네 편의 소설에서 단연 고딕 소설의 진가는 엘리자베스 게스켈의 '회색 여인'에서 찾을 수 있다. 버넌 리의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는 현실 속 주인공이 만든 분위기에 오키처럼 압도당할 것이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비밀의 열쇠'과 돌아온 탕아를 그린 메리 셸리의 '변신'은 고딕 소설에 속하기는 하지만 다른 고딕 소설에 비해 애교있는 공포스러움으로 읽기에 부담이 없는 소설이다. 고딕 소설이라고 해서 너무 공포스럽게,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