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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1873년 집필을 시작하여 1877년 약 5년에 결쳐 완성된 안나 카레니나는 제1권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달리 불행하다.'라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제3권의 마무리는 레빈의 깨달음을 얻는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절대적 가치인 '행복'.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안나는 자신의 행복을 브론스키를 통해 찾는다. 위선적이며 냉정하고, 계산적인 남편 카레닌에게서 그녀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기에 정열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브론스키에게 그녀는 모든 것을 다 걸고야 만다. 그녀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사랑하는 아들까지도 잃으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다.
우아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 안나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선택한 사랑의 길. 그러나 그녀는 자신 앞에 펼쳐진 험난한 자갈길을 끝내는 이겨내지 못하고, 정신적 아픔에 시달리다 죽음의 길을 선택하고 만다.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 과연 존재할까? 불같이 타오르던 그들의 사랑도 결국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고 변질되어 간다. 그녀의 오만한 사랑은 스스로를 옥죄고, 온전하지 못한 정신상태에서 안나는 사랑했던 브론스키를 벌하기 위한 방법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길은 행복이 아닌 비극적 길이었던 것이다.
안나와 대조적인 인물 레빈. 브론스키를 마음에 두고 있는 키티에게 청혼 후 거절을 당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키티와 결혼한다. 키티와의 결혼 생활에 행복해하고 그녀에 대해 절대적인 사랑을 보이면서도, 키티의 사랑에 자신감 없고, 질투심에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무신론자인 레빈은 난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 없이 사유한다. 한 농부로부터 포카니치 농부가 영혼을 위해 정직하게 하느님의 뜻대로 살고 있다는 말과 레빈 역시 남을 노엽게 하는 일은 안하지 않느냐는 말 속에서 사유의 해답을 찾는다. 이성으로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을 찾으려고만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과 다른 종교들과 그들의 신에 대한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에게는 결정할 권리가 없음을 깨닫는다. 결국 레빈은 앞으로도 지금과 달라지지 않는 생활을 살겠지만 매순간의 삶은 무의미한 것이 아닌, 의심할 여지없는 선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러시아 귀족 사회의 사회적인 불평등과 부조리에 깊은 절망을 느낀 톨스토이. 그는 끊임 없는 사유를 한다. 특히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에 대한 내면적 탐구와 정신적 고뇌가 레빈이라는 인물에 투영된 모습을 보인다. 레빈의 깨달음은 학문에서, 책에서, 철학자에게서 얻은 것이 아닌 농부의 말이 시발점이 되어 끊임 없이 괴롭히던 죽음도 극복해 나가게 된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등장인물의 의식 흐름 속에 나타난 탁월한 심리 묘사는 소설의 몰입감을 더해주면서 살아있는 인물의 삶에 공감 형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참혹한 죽음을 선택한 안나. 결국 그녀의 사랑도 카레닌과 색깔만 다를 뿐 허위에 지나지 않은 사랑이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