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담출판사에서 출간한 '풍차 방앗간의 편지'는 프로방스어와 라틴어까지 정확하게 해석했을 뿐 아니라 24편 전체를 완역했다고 한다. 머리말을 제외한 24편의 작품에는 이미 읽었던 단편도 들어있지만 24편 전체를 수록했다는 점이 내눈을 강하게 잡아 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사랑했던 프로방스 지방의 날씨, 인물, 풍경, 전설, 자연, 풍속, 민요 등을 소재로 쓴 작품이다보니 책을 읽는 내내 프로방스 지방이 매우 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고즈넉하면서 푸근한 우리네 시골 같다고나 할까.... 알퐁스 도데의 고향인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 프로방스의 색채를 가득 담은 선물 같은 소설이 바로 '풍차 방앗간의 편지'이다.

24편의 작품 중 개인적으로 '별'이라는 단편을 제일 좋아한다. 한창 감수성이 넘칠대로 넘쳐 있는 십 대 소녀의 감성을 자극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쉬움과 여운을 남기고 지금까지도 조용히 마음 한켠에 아련하게 자리잡고 있는 작품이다. 프로방스라는 작은 마을의 서정적인 풍경과 함께 순박한 목동의 순수한 사랑.... 지금도 내 머릿속에는 자신 있게 밤하늘의 별에 대해 스테파네트에게 설명하는 목동의 모습이 떠오른다.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은 1860년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풍차라는 기존의 것이 사라지고 대신 공장에서 기계로 밀을 찧눈 새로운 것이 들어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옛 것이 쓸모 없어져 버렸지만 끝까지 변화를 거부하고 옛 것을 고수하려는 인물이 코르니유 영감이었다. 이 영감의 비밀이 밝혀진 후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우리의 마음에 감동을 준다. 코르니유 영감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그 비밀을 알게 된 후 그의 풍차 방앗간이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코르니유 영감 만큼 마을 사람들 역시 순수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아를의 여인'은 다른 작품과는 다른 비극적인 내용과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행실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퍼져 있는 아를의 여인을 사랑하는 장. 그녀에 대한 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던 장은 그 모든 것을 사랑으로 극복하지만,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장의 아버지에게 아를의 여인과 내연 관계에 있는 남자가 편지를 보낸다. 결국 아들 장을 설득해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데.... 장은 부모님 걱정에 명랑한 척하며 지내지만 결국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의 사랑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감싸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어찌되었을까?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지냈던 장의 가슴에 맺힌 상처가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할 수 있기에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불행으로 끝낸 이야기이다.

'스갱 씨의 염소' 블랑케트는 밧줄과 울짱으로 자유를 구속당한다. 비록 눈 앞에 놓인 풀이 있어 마음껏 먹을 수 있지만 너른 들판과 산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싶었던 블랑케트는 자유를 꿈꾸고 결국 오두막을 탈출한다. 그러나 자유를 마음껏 누렸지만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너무 자신만만했다. 블랑케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안정적이지만 구속된 삶보다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자유를 만끽하는 삶을 택했던 염소.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고 너무 방종했음을 알아야겠다.

누구보다 값진 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나이가 있다. 바로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라 불리는 남자. 황금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것을 알게 된 사나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황금을 마음껏 쓴다. 주위에는 이를 알고 황금을 얻기 위해 사나이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황금으로 원하는 것을 사고, 얻을 때마다 그의 머릿속의 황금은 사라져간다. 물질적 욕심이 결국 정신적인 황폐함까지 야기시킨 것이다.

프로방스 속담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인 '교황의 노새'는 교활한 인간에게 7년 동안이나 앙심을 품었던 노새가 결국 벼르고 별러온 강력한 뒷발길질 한 방으로 복수를 한다. 속시원한 사이다급 통쾌함을 느낄 것이다.

눈길을 잡는 이야기 '두 여인숙'은 생기와 활기가 넘치는 새로 지은 여인숙과 오래되어 부서지고 잡초만 무성한 낡은 여인숙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낡은 여인숙의 여주인은 손님이 들어온 것도 모른 채 정신없이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그 이유는 알게 된 순간 가슴이 찡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맞은 편 여인숙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남편. 그리고 남편의 노래를 듣는 여주인이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알제리에서 경험한 메뚜기 떼. 이 단편을 읽을 때 펄벅의 '대지'를 영화로 만든 장면 중 메뚜기 떼가 마을을 습격하는 모습이 머리에 떠오른다. 메뚜기 떼가 지나간 자리를 책에서 말한다- 폐허 그 자체였다.

'고셰 수사의 약초 술'은 타락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보여준다. 굳건한 신념으로 살아가는 고셰 수사가 가난에 허덕이는 수도원을 일으키기 위해 만든 약초 술... 이로인해 수도원은 많은 돈을 벌지만 고셰 신부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만다. 약초 술 제조를 중단시켜야 할 수도원장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고셰를 계속 부치긴다. 이기적인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단편이다.

때로는 소외된 인간들에 대한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에 대한 씁쓸하고도 냉정한 인식을 보여 준 알퐁스 도데. 우리는 '풍차 방앗간의 편지'를 통해 웃음과 기쁨, 슬픔과 애환 등 인간의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