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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의 나주 수첩 1 - 송일준과 함께 하는 즐거운 나주 여행 ㅣ 송일준의 나주 수첩 1
송일준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평점 :

나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이다. 다니던 직장을 내년에 떠날 생각이라 이 버킷리스트는 아마도 내년이면 이루지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송일준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아마도 이 분이 작년 나의 작은 소망과 딱 맞는 제목의 책을 냈기 때문일 것이다. 아쉽게도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송일준 작가는 올해 나주 수첩이라는 제목의 두 권의 책을 다시 출간하였다. 나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나주의 진면목을 보여준 '나주 수첩'... 나에게 나주는 생소한 지역이다보니 이 책이 꼭 읽고 싶어졌다.
우리나라 땅덩이가 좁다고 하지만 과연 나는 얼마나 우리나라 곳곳을 다녀보았는가? 생각해보니 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승지만 다닌 것 같다. 그래서 나주가 나에게 낯선 곳으로 다가왔나보다. 그렇다고 나주에 명승지가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나주에는 정말 많은 역사문화 자원과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있으며, 혁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새롭게 부각되는 것과 원도심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것들이 서로 공존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름 세 가지로 정리하자면 먼저 나주에는 전통적인 역사문화관광 자원이 있다. 역사 자원으로서 백제시대 창건한 미륵사에 고려시대 석불 두 점. 나주시 운봉리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정도전이 거처했던 초사. 약전 약용 형제가 각자의 유배지로 떠나기 전 머물렀던 율정점이 있다.

나주의 문화 관광 자원은 상당했다.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이 다양하게 열리고 특히 남파고택의 전통적 가옥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는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했다. 문화 관광 자원은 혁신도시와 원도심의 자원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명하쪽빛마을. 개인정원인 죽설현의 노랑창포꽃밭. 영산포 택촌 포레스트랩, 혁신도시 속 카페 릴케의 정원, 사연이 깃든 빨간 벽돌로 된 1989삼영동커피집, 미스박 커피, 송월동 카페 이디엘, 영산포 대신이발관, 한옥카페 그곳, 남평의 작은 동물원 나주랜드, 공산면 생태공원 우습제...

낯선 곳을 여행할 때 보통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름 있는 곳을 찾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보다 더 멋진 장소가 숨어있다는 사실....그러나 그곳에 살고 있지 않은 외지인들은 보석 같은 숨은 장소를 전혀 알 길이 없다. 이럴 때 한 지역의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은 자연스럽게 안내 책자가 될 것이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그곳으로 향하게 만들 것이다. 작가가 걸어던 장소를 같이 걸어가고, 작가가 느꼈던 것을 같이 공감하면서 어느 순간 나주라는 도시는 친밀한 도시로 바뀌게 될 것이다.
서울에서 나주역까지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다. '송일준의 나주 수첩'을 끼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제 나주는 낯설고 먼 곳이 아니다. 나주가 아닌 제주도에 남겨진 나주 관련 신들의 이야기로 시작한 '송일준의 나주 수첩'을 읽으며, 훌륭하고 멋진 역사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던 작가의 마음에 나 역시 공감되는 이유는 뭘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