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여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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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가 사랑한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 맨체스터 빈민과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생생하게 그린 '메리 바턴'으로 찰스 디킨스에게 엄청난 찬사를 받았고, 샬럿 브론테와는 깊고 오랜 우정을 나눴다고 한다. 작가 소개 글에 나온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에서 무력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의 입장을 첨예한 문제의식과 강력한 서스펜스로 그려낸 인상적인 고딕소설을 남겼다.'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여러가지 요인들이 나를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작품 속으로 다가가게 했다.

'회색 여인'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1 여성과 공포라는 테마로 이루어진 다섯 권 중의 하나로 책 제목이기도 한 '회색 여인', '마녀 로이스', '늙은 보모 이야기' 총 3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아주 아름답고 젊은 여인의 그림. 그러나 이 여인이 공포로 얼굴색을 완전히 잃어서 '회색 여인'이라 불렸다고 한다. 무슨 연유로 그 여인은 공포에 떨면서 살았던 것일까? 회색 여인은 그 남자의 딸을 낳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려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녀는 딸에 게 장문의 편지를 써서 알려준다.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 드러나는 놀랄만한 진실. 당신은 이해할 수 있을지.....

자신의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신중하지 못한, 원치않는 결혼을 하게 되는 아나 셰러. 이것만으로 그녀의 결혼은 행복할 수 없을텐데 결혼 후 비이성적인 분노와 포악한 성질,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차단시키는 남편의 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녀는 남편이 화를 낼까봐 자리를 피할 정도로 무서워만 했다. 그녀에게 위안이 되는 사람은 아망테라는 하인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외출한 틈을 타 자신에게 온 편지를 가지러 몰래 남편 방에 들어간 그녀는 남편이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갖고 온 것을 발견한다. 그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자신의 아내가 필요 이상의 것을 알게 된다면 죽이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몰래 듣게 된다. 심지어 그는 잔인한 폭력 조직의 한 사람이었던 것.... 당신이 아나 셰러라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하인과 도망가지만 그녀들을 찾기 위해 끈질지게 쫒아오는 무리들.... 바로 앞에서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아나 셰러가 느낀 것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최악의 공포스러움과 무서움이었을 것이다. 아름답던 여인이 18개월 사이 회색 여인이 될 수밖에.....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숨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남성들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에서 여성은 한낱 영원히 무력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기만하다. 이보다 더한 공포가 과연 있을까?



'마녀 로이스'를 읽으면 저절로 '마녀 사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어주기는 것을 원했던 철없고 생각없는 어린 소녀의 한 마디는 부모를 잃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어린 소녀를 마녀로 만들어버렸다. 그들에게는 마녀라는 대답 이외의 그 어떤 말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결국 교수형에 처한 소녀 로이스.... 그녀를 다시 영국으로 데려가려 했던 휴 루시는 경악하고 만다. 훗날 그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용서해 달라는 참회문을 썼지만 죽은 로이스는 살려낼 수 없을 터....

'늙은 보모 이야기'는 유령이 등장하는 섬뜩한 이야기이다. 한 남자를 사랑한 자매의 비뚤어진 사랑법은 자신들을 스스로 지옥과 같은 곳으로 몰아넣는다. 한 여인은 미쳐서 얼어 죽었고, 한 여인은 자신이 지은 죄로 끊임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늙은 보모가 십 대에 어린 아씨를 보살피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구어체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사랑과 이해가 얼마나 중요하고, 사랑과 이해가 바탕이 된 가족 관계라면 결코 이런 비극적인 일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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