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했다. 이번에 읽어 본 책은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로 단편 '어셔가의 붕괴', '붉은 죽음의 가면극', '검은 고양이'가 함께 들어있다. 특히 1843년 발표된 '검은 고양이'는 주인공의 잔혹성, 불안, 공포, 광기 등을 그려낸 수작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비평가인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으로 들어가 본다.
학창 시절 읽었던 '검은 고양이'는 흔히들 말하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내용의 소설이다. '전설의 고향'도 무서워서 보지 못하는 나로서는 책을 읽고 난 후 얼마나 무서웠던지.... 마음이 여리고 동물을 사랑했던 주인공이 만취 후 홧김에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 플루토에게 행한 잔인함과 폭력성 ,,, 플루토와 닮은 고양이를 다시 도끼로 죽이려 할 때 이를 말리던 아내를 도끼로 죽이고 벽에다 시신을 숨긴 주인공의 행동...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도착적인 행동들이다. 이런 주인공의 행동은 다분히 알코올 중독에 의한 것이지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행한 영혼의 갈망이라 표현했다. 그렇다면 주인공이 보여준 허용되지 않는 원초적 충동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아마도 애드거 앨런 포의 불행한 삶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도둑맞은 편지'은 탐정 셜록 홈즈가 연상되는 소설이다. 뒤팽이 등장하는데 추리 소설의 효시라고 불리는
파리경찰청장 G가 사건을 들고 뒤팽에게 도움을 청한다. 편지를 훔친 사람은 D장관. 이 편지가 공개되면 편지 주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기에 그의 손에서 편지를 빼앗아야 한다는 것이다. 뒤팽은 너무도 간단하게 D장관의 허를 찌르고 편지를 찾아오고 거액의 보수까지 챙긴다. 세계 3대 탐정이라 불리는 우귀스트 뒤팽. 애드거 앨런 포의 뒤팽은 이후 추리소설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 사람으로 아서 코넌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즈,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에르퀼 푸아로가 있다.
'어셔 가의 붕괴' 역시 그의 '검은 고양이'처럼 등골이 오싹한 분위기가 자아내는 소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음산한 분위기로 일관한 것도 공포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주인공 로더릭 어셔의 편지를 받고 그의 집을 방문한 나. 오랜만에 보게 된 저택의 모습은 완전히 퇴색해 버린 모습이었다. 속은 다 썩었지만 겉으로는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문의 마지막 계승자인 쌍둥이 로더릭과 매들린 남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로더릭은 여동생 죽음 이후 점점 더 정신이 붕괴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폭풍우가 치던 밤 로더릭에게 듣는 으스스한 말. 죽은 매들린이 수의를 입고 어셔에게 넘어지는 모습...나는 혼비백산 도망치고 만다. 로더릭의 죽음으로 어셔가는 제목 그대로 붕괴하고 만다. 저택의 분위기와 남매의 병은 이 소설을 더욱 암울하고 음산하게 만든다. 육체와 정신이 병들어 붕괴되어가는 남매의 모습 속에서 애드거 앨런 포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어셔 가의 붕괴'는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탁월한 공포소설임이 틀림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