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 MIDNIGHT 세트 - 전20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했다. 이번에 읽어 본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로, 1914년 발표된 '더블린 사람들'에 수록된 중편이다. 제임스 조이스를 20세기 현대문학예술의 거장이라 불린다. 그는 소설 기법 뿐만 아니라 역사, 철학, 미학, 음악, 물리학, 정치, 신화, 심리학 등 백과사전과도 같은 모든 지적 주제를 소설의 몸으로 들여와 성찰하였다. 이 책 속에는 이밖에도 역시 '더블린 사람들'에 수록된 '에러비', '가슴 아픈 사건'도 같이 들어있다.

'더블린 사람들'은 20세기 초 더블린에 사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을 통해 영국 식민주의 지배를 받던 조국 아일랜드의 무기력과 좌절, 그리고 절망을 묘사한 제임스 조이스의 첫 단편소설로 총 15편으로 이루어졌다. 더블린은 아일랜드의 수도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당시 더블린은 영국의 오랜 지배로 민족주의가 극에 달했던 시기로 투쟁과 갈등, 대립의 시대였다. 특히 제임스 조이스같은 예술인들은 인간의 영혼을 구속하는 엄격하고 경직된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종교적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곳으로의 정신적 해방을 꿈꿨다. 바로 그런 바람이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주인공 스티븐으로 그려졌는데 이 작품은 내가 처음 제임스 조이스를 만난 책이었다. '더블린 사람들'에서는 어떤 깨달음을 우리에게 던져줄지.....

'더블린 사람들'의 마지막 작품 '죽은 사람들'은 주인공 게이브리얼이 연말 만찬에 아내 그레타와 함께 이모집에 참석한다. 고민을 거듭한 연설을 끝낸 후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육체적 욕구를 느낀다. 그러나 아내에게서 만찬에서 들었던 어떤 노래 때문에 옛 연인이었던 죽은 마이클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그 순간 자신의 사랑이 죽은 사람에 비해 아주 초라한 것을 느끼게 된다. 여전히 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죽은 사람들'이 수록된 '더블린 사람들'은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비해 짧은 글로 이루어져 읽기에 어려운 점이 없다. 연말 만찬에 모인 사람들은 아일랜드 중산층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인공 게이브리얼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데, 아일랜드의 환대 전통이 사라짐을 아쉬워한다. 민족주의자 아이버스 양의 목소리를 통해 게이브리얼은 친영파로 그려져있다. 또한 문학은 정치를 초월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아일랜드어가 내 언어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정치적. 종교적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곳으로의 정신적 해방을 꿈꿨던 제임스 조이스 자신을 투영한 것이리라...

자기 중심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이브리얼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아내에게 품었던 욕정은 아내에게서 소년 마이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실망과 질투로 변해버린다. 가스 공장에 다녔던 몸이 약한 소년 마이클이 아내를 만나기 위해 비를 맞았고 그 때문에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이클이 자신보다 진정으로 아내를 사랑했음을 깨닫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결국 그는 관용의 눈물을 흘린다.

오랜 세월 마이클의 눈빛을 가슴에 묻고 살았을 아내에 대한 이해는 결국 죽은 마이클에 대한 이해로, 더 나아가 수많은 죽은 자들의 이해로 이어졌다. 자신의 옆에 누운 아내가 어느 죽은 자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가를 깨닫게 된 순간 게이브리얼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게이브리얼이 흘린 눈물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그의 관용의 눈물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에 대한 관용일 것이다. 눈 역시 산 자와 죽은 자의 공간 모두에 내리고 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이 관용과 포용의 마음으로 가득차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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