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 MIDNIGHT 세트 - 전20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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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했다. 이번에 읽어 본 책은 안똔 체호프의 '6호 병동'으로, 1892년 발표되었다. '6호 병동'에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도 함께 실려있다. 의사로 일하면서 집필 활동을 한 체호프는 러시아 단편문학의 제왕이라 불리는 작가로, 러시아 현대단편소설의 기틀을 마련했다.

시골 자선병원의 별채로 표현된 6호 병동. 6호 병동은 정신병동을 말한다. 더럽고, 악취나고, 바퀴벌레, 빈대, 쥐들이 득실거리고.... 그곳에 감금된 다섯 명의 환자. 그 중 작가는 이반 드리뜨리치 그로모프를 주목한다. 법원 집행관이었던 그로모프. 그의 말은 흑백논리로 한결같다. 이 도시는 따분하고 답답하며, 이 사회에는 고결한 관심이 없고, 폭력과 난잡한 방탕과 위선이 가득하다는 것. 인류는 정직한 부류와 비열한 부류'로 나뉠 뿐 그 중간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과대망상증의 그는 결국 병원에 보내졌다. 그로모프가 바라봤던 폭력과 거짓 투성이인 이 사회는 과연 그의 과대망상적인 생각일까? 누구보다 올바르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곳 병원으로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 라긴이 원장으로 부임한다. 과거 깊은 신앙심으로 성직자가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의사가 된 그는 지성과 정직을 대단히 사랑하지만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한다.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환자를 돌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권태로움을 느끼고 병원에도 매일 나가지 않았다. 의사 라긴은 6호 병동으로 가서 젊고 지적 이반 드미뜨리치를 만나게 되고, 그의 지성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면서 환자들을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이런 라긴의 행동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결국 그는 병원장에서 해임되고 여행을 갔다온 후 6호 병동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구타를 당하고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현실에 타협하며 점점 태만해지고 무관심해져가는 라긴. 사회적 악에 대한 무저항을 죽음과 고통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합리화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당연한 결말이고, 그렇다면 굳이 사람들이 죽는 것을 막을 필요가 없지않겠느냐는 합리화. 고통을 무시하고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이반에 의해 비판을 받는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굶주림, 추위, 모욕, 상실, 죽음에 대해 햄릿처럼 공포를 느끼도록 이뤄져 있고 이런 느낌 안에 삶 자체가 있다고 말하는 이반..... 이론적으로만 현실의 삶을 파악하는 라긴이 얼마나 한심하고 답답해 보였을까? 결국 라긴도 고통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죽게 될 것을...... 작가 체호프는 이반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의 삶과 유리된 철학을 비꼬며, 지식층이 사회악에 무저항하며 부패해가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누가 과연 비정상적인 사람인가? 정신병동 안에 갇힌 사람인가? 아니면 정신병동 밖에서 마음껏 활보하며 다니는 사람인가? 6호 병동에 갇히고 그가 말했던 고통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잘못되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니끼따의 매질로 인해..... 그리고 죽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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