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했다. 이번에 읽어 본 책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이다. SF 소설의 거장, 과학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웰스는 단연 SF 분야의 선구자임에 틀림없다. 대표작으로 '우주 전쟁'과 '투명인간'이 있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제목. 책보다 영화 제목이 더 익숙할 것이다. 바로 허버트 조지 웰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아, 물론 타임머신 역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이 과거나 미래의 세계로 간다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다. 1895년 출간되었다는 것을 볼 때 '시간여행'이라는 사고 발상에서 씌여진 미래 세계로의 여행 '타임머신'은 당시로서는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획기적이고 놀라운 내용의 소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허버트 조지 웰스를 SF 소설의 거장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여드레를 살았습니다. 그 여드레는 지금까지 어떠 인간도 살아 보지 못한 날들이었지요"
시간 여행자로 불리는 그가 802701년 후의 미래 세계로 여드레동안 시간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 자신이 본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액자식 구성으로 외부 이야기는 '나'가 관찰자로서 시간 여행자에 대한 설명을 서술하는 내용이고, 내부 이야기는 시간 여행자의 시점으로 그가 '나'가 되어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 세계에 도착한 시간 여행자는 현재 인간과 다른 엘로이 종족을 만난다. 120cm 정도의 키 에 지적 수준이 다섯 살 아이와 같은 나약한 종족으로 지상에서 과일만 먹으며 정원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간다. 인류가 자연을 정복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새로운 생활 조건에 적응하기 위한 반작용으로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게을러졌다고 단정짓는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쇠퇴한 모습을 그림으로써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들어 있다.
잃어버린 타임머신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시간 여행자는 지하에서 살고 있는 몰롤 종족을 만나는데, 엘로이 종족과 다르게 진화하여 난폭한 야생동물과 흡사한 모습으로 인육을 먹는 야만적인 습성을 지녔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미래 세계.... 단절된 두 종족의 모습은 인간 진화의 결과이다. 그저 아름답기만 할 뿐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인 엘로이가 어떻게 지상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시간 여행자는 그것을 몰롤이 묵인하고 봐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몰롤이 인육을 먹는 종족이라고 생각할 때 엘로이는 그저 평원에서 맛있는 풀을 뜯고 보기좋게 살이 오른 소떼 이상의 존재는 아닐 것이다.
몰롤 종족에게 붙잡힐 위기에 처했을 때 시간 여행자는 타임머신을 타고 인류의 종말을 보고는 다시 자신의 현실 세계로 돌아온 후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사라진다.
허버트 조지 웰스는 인류의 과학기술과 문명이 완벽한 수준에 도달한 이후의 세계를 상상을 넘어선 암울하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그려냄으로써 웰스가 살았던 당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 있다. 웰스가 활동했던 당시 사회는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격차가 극에 달았던 시기였다. 극단적으로 나뉜 종족인 지상인 엘로이 종족과 지하인 몰롤 종족...지상인 엘로이 종족은 자본가 즉 지배계급을 상징한다. 미래에서 보여지는 이들의 모습은 나태하기 그지없다. 지성은 퇴보하고 게을러지고.... 반면 지하인 몰롤 종족은 노동자 즉 피지배계급을 상징한다. 웰스는 자본주의가 지속될 경우 두 계급의 차이는 점점 심화되어 극명해지고 결국 소설에서 보여진 내용처럼 비참한 미래 세계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사회주의자로서 웰스가 바랐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는 노동자 계급이 사회를 기술적으로 발전시켜나는 것을 원했을 것이다. 소설에서 몰롤을 엘로이보다 더 우월한 존재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웰스의 그런 생각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엘로이의 옷이나 장신구들을 몰롤이 그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결국 몰롤은 엘로이를 사육하고 있었던 것처럼......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행복'이다. 대한민국 모든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미래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