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 MIDNIGHT 세트 - 전20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했다. 이번에 읽어 본 책은 모파상의 비곗덩어리이다. 안타깝게 20대부터 앓아온 신경질환이 모파상의 생활을 끊임없이 위협한 가운데 그는 주옥같은 단편소설을 써 나감으로써 천재적인 문학성을 보였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에 소개된 모파상의 작품에는 비곗덩어리 외에도 두 친구, 목걸이가 들어있다.

1870년 보불 전쟁 당시 루앙을 떠나려는 열 명의 인물들이 마차에 올라탄다. 백작 부부, 도의원 부부, 포도주 도매상 부부, 수녀 두 명 그리고 민주투사와 비곗덩어리라는 별명이 붙은 매춘부 등 당대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이 등장한다 . 모파상은 이들의 가면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면서 그들 내면에 감추어진 적나라한 본성을 드러낸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모습과 행동으로 애국자인양 고상한 척하며, 도덕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척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그들의 본 모습은 위선으로 똘똘 뭉친 이기적인 인간이었던 것이다.

민주투사란 별명이 붙은 코르뉘데를 뺀 남자들의 대화는 돈이었고 그들은 가난한 자들을 멸시했다. 그들은 가진 자들의 유대감 속에서 동지 의식까지 느끼고 있다. 마차에 탄 그들에게 비곗덩어리는 경멸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배고픔이 찾아오고 그녀가 내민 음식을 먹고 난 후, 호의적인 태도로 바뀐다. 심지어 그녀가 루앙을 떠난 이유를 듣고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토트의 여인숙 앞에 도착한 그들 앞에 독일 장교는 마차에서 내리라는 명령을 하는데 베곗덩어리와 코르뉘데를 뺀 나머지 여행자들은 고분고분한 태도로 고개를 수그르며 그의 지시를 따른다. 심지어 인사말까지 건네면서.....하지만 비곗덩어리와 민주 투사는 가장 늦게 내리고 적군 앞에서 위엄 있고 고고한 태도를 보인다. 바로 적군을 향한 저항적인 모습인 것이다. 너무도 상반되는 모습을 통해 누가 진정한 애국자인가를 비판하고 있다.

다음 날 길을 떠나려는 여행자들에게 장교는 그들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이후 이틀동안 여행자들은 점점 더 조급해졌고, 비곗덩어리로부터 장교가 자신과 자고 싶어한다는 말을 소리를 지르며 전해준다. 장교의 말을 전하는 비곗덩어리는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 이 말을 들은 여행자들은 입을 모아 저열한 장교를 비난하고 저항을 다짐했다. 하지만 앞에서 보여 준 그들의 태도를 볼 때 우리는 그들 모두가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곗덩어리가 희생하기를 바라겠지....

결국 그들이 떠나고 싶어하는 욕망의 화살은 비곗덩어리로 향한다. 그들은 그녀를 원망하고 있다. 프로이센 장교를 찾아가지 않는 그녀를....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매춘부라는 이유로 경멸의 눈길을 보냈던 그들이 이제는 장교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고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으니.....

그 후 여행자들은 다양한 논리와 도덕의 예를 이용하여 비곗덩어리를 설득하고 결국 그녀는 장교에게로 가고 만다. 다음날 마차에 오르는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전과 같지 않았다. 등을 돌리고 그녀와 거리를 두는 그들. 여행 첫날 비곗덩어리의 음식을 같이 먹었던 그들은 이제 그녀와 음식나누기를 거부한다.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자신을 희생물로 이용했고, 그런 다음 더럽혀져서 쓸모없어진 물건처럼 내친 그들의 위선에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잃어버린 존엄성과 자신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자신의 희생이 헛된 것이었음을 알고 눈물을 흘린다.

비곗덩어리의 희생의 결과가 자신에게 쏟아진 경멸과 비난 뿐이었다. 그들의 집단적인 이기심은 최악의 수준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그 희생이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행동이라면 더욱 강요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없다. 거룩한 성직자인 수녀도, 민주투사라 말하는 코르뉘데도.... 이것이 최악의 순간에 놓이게 될 때 드러나는 인간의 감추어진 본성임을 모파상은 말하고 있다. 나의 가슴 한쪽에도 있을 위선과 이기적인 모습이 영원히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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