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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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학창시절 필독서로 누구나 한 번은 읽어보았을 '동물농장'.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 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하였다. 내가 읽었던 작품들도 있지만 읽지 않은 작품들이 더 많는 사실.... 이런 이런.... 일단 내가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는 것으로 noon 세트 읽기에 돌입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이 책이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나는 '동물농장'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인간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우화라는 형식을 빌려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서문에서 밝혔듯이 시골에 살았을 당시 어느 꼬마가 커다란 달구지 말을 몰고 굽은 길을 돌 때마다 말에게 채찍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만약 저런 동물들이 자기들의 힘을 인식한다면 우리 인간들은 저들을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없을 것이며, 또한 인간들이 동물들을 부려먹는 것은 부자들이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 조지 오웰. 이것이 '동물농장'의 시발점이었을까? 사회주의 운동의 부활을 위해 소비에트 신화 파괴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확신한 그는 '동물농장'에서 스탈린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서문에 보여준 그의 삶과 정치적 견해는 반영론적 관점에서 볼 때 철저하게 자신이 살았던 한 시대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모습을 강하게 풍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명하고 존경받는 메이저는 동물들을 모아 말한다. "영국에 사는 동물들은 자유가 없습니다. 동물들의 생활은 노예처럼 비참합니다..... 우리의 노동으로 생산한 거의 모든 것들을 인간들이 다 빼앗아 가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우리의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여기서 몰아냅시다." 이렇게 시작된 그들의 반란은 존스를 농장에서 내쫒는다. 메이저의 숭고한 뜻이 수퇘지 나폴레옹과 스노볼로 이어지고 동물주의의 원리를 '7계명'으로 요약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평등할 것만 같은 동물 사회도 결국 새로운 권력이 생기고 이 역시도 탐욕스런 나폴레옹에 의해 스노볼은 쫒겨난다. 권력의 달콤한 맛에 길들여진 나폴레옹과 돼지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동물들을 속이고 자유를 억압하고 명령하기 시작한다. .......


조지 오웰 스스로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동물농장'이 스탈린에 대한 풍자라는 점을 밝혔다. 그렇기에 소설 속의 동물들이 어떤 인물을 풍자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인간을 상대로 투쟁할 것을 연설한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를,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독재자로 군림하게 된 나폴레옹은 바로 스탈린을, 나폴레옹과의 권력 싸움에서 진 스노볼은 트로츠키를 그린 것이다. 스탈린과 트로츠키는 그들의 이념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노선의 차이로 반목했다. 특히 나폴레옹이 독재자로 군림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개는 다른 동물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그런 모습은 자연스레 당시 러시아의 '비밀경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라는 동물주의 원리는 어느 순간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라는 역설적인 말로 변질된다. 이 얼마나 통렬한 풍자인가? 소련을 중공업 위주 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해 경제력과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농업집단화 정책을 실시했으며, 정치적으로도 숙청이 가행되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해야한다는 원대한 이상을 갖고 시작한 그들의 혁명은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소름끼치도록 부패되고 변질되어간다. 늙은 클로버는 그의 희미한 눈에서 놀라운 것을 보게 된다. '매너 농장의 번영을 위해!'를 외치는 돼지들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그리고 카드를 하다 인간과 싸우는 돼지들이 적이라 생각하고 몰아낸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결국 혁명의 본질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권력의 탐욕은 어디까지일까? 권력의 최고 자리에 오르기 위해 나폴레옹과 같은 행태를 벌이고 있거나, 자신보다 힘 없는 사람들을 짓밟고 권력에 빌붙으려고 하거나, 옳고 그름의 잣대도 없이 권력의 그림자라도 잡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 '동물농장'에서 보여준 사회는 시대와 나라를 넘어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갈 수밖에..... 뉴스의 화면에서 비쳐지는 권력을 잡으려는 몸부림치는 그네들을 모습. 이런 행태를 언제까지 봐야하나 긴 한숨이 나온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물농장에서 권력의 저편에서 그저 묵묵히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복서 같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대우 받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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