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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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초등학생의 짧은 사귐의 이야기에서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큰언니의 임종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노년의 여인 이야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살아가는 모습을 써내려간 소설 '우리가 쓴 것'..... 우리는 누구일까? 바로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있는 여성이면서 '나' 이기도 하다. 그녀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1. 매화나무 아래

둘째 언니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중환자실에 들어간 큰언니, 그리고 여든이 된 '나'의 이야기이다. 나이 때문인지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인듯해서 가슴이 짠하다. "...사는데 악착같았거든.." 한국전쟁 후 황폐화된 이 땅에서 자식들 굶기지 않으려 몸 부서지는 줄 모르고 악착같이 살아왔던 어머니들이 떠올랐다.. 어느틈에 사람 죽는 일이 너무 가깝고도 태연한 나이가 되어버렸다고 말하는 '나'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봄의 꽃을 생각한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또 다시 겨울이 오고.... 계절의 순환 속에 우리네 인생도 겨울이 가듯 떠나면 또다른 봄이 오는 것이겠지..... 눈에서 꽃을 보듯 동주 할머니는 모든 것을 긍정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2. 오기

자신이 발표한 소설을 읽고, 고등학교 선생님이 전화를 걸었다. 술을 마시면서 털어놓은 아버지의 가정 폭력 이야기를 어떻게 소설로 쓸 수 있냐고... 하지만 소설은 '나'의 집에서 행해졌던 '오빠'의 폭력과 차별을 쓴 내용이다. 선생님이 자신의 가정사를 쓴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현실이 아닐까. 얼마나 '가정폭력'이 가정마다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으면 선생님 집안일로 착각을 했을까..... 남성주의적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사회 문화적인 차별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자 그녀를 망가뜨리고 공격하는 사람들....차별 없는 사회로 가는 길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3. 가출

아버지의 가출로 드러나는 엄마의 삶. 은행을 다녀본 적이 없는 엄마. 집안의 모든 일은 아버지의 결정으로 이루어졌고, 엄마는 집에서 그저 밥하고 빨래만 하는 존재로 살았었다. 폭력은 없었지만 가부장적인 태도로 살았던 아버지가 가출했다. 무엇 때문에? 아버지는 가사 노동을 제외한 모든 일들을 자신의 일이라 생각한 사람이다. 아버지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웠던 것일까.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아무 것도 할 줄 몰랐던 엄마가 은행 업무를 딸에게 배우고, 자식들에게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등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버지 가출이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겠지? 엄마가 비로소 집안에서의 존재감을 찾게 되었으니까....

4. 미스 김은 알고 있다.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는 미스 김. 정해진 일이 없는 대신 회사의 모든 일을 도맡아 했지만 결국 잘렸다. 그후 회사에서는 분실사고 같은 이상한 일들이 자꾸 생긴다. 미스 김 손을 거쳤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거나 오류가 발생했다. 이메일도, 직원 주소록 전화번호, 심지어 음식점 전화번화와 메뉴도.... 이 모든 것들을 없앤 사람은 누구인가? 갑질에 희생당한 이름도 없는 모든 미스 김이여! 부당한 것들에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갖기를...

5. 현남오빠에게

10년 째 만나고 있던 현남오빠의 청혼을 거절하고 이별을 통보하는 편지를 쓴 '나'. 10년 동안이나 '나'의 의지가 아닌, 모든 것을 현남오빠의 뜻에 따르도록 조정당하는 삶을 살았고, 결국 나는 무능하고 소심한 사람으로 만들어졌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 가스라이팅 당한 '나'가 오빠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끝내준다. '강현남, 이 개자식아!' 통쾌하게 한 방... 축하해. 그래 강현남하고 잘 헤어지는거야. 스스로 가꾸는 너의 인생은 더 빛나고 멋있을거야.....

6. 오로라의 밤

"며느리하고 시어머니는 단둘이 여행을 올 수가 없어. 그 둘은 절대 그럴 수가 없는 사이야." 나도 이 말에 긍정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절대 그럴 수 없는 사이.... 그러나 남편을 먼저 보낸 주인공과 시어머니는 캐나다로 오로라를 보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난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동거인이며 하우스메이트, 인생의 마지막 동반자로서 생각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누구의 에미도 아니고, 누구의 집사람도 아니기에 편하게 같이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살아가는 삶도 중요하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나의 삶'이 먼저라는 것을.....

7. 여자 아이는 자라서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성교육을 필수적으로 배운다. 중학생 주하의 학교에서도 남학생들의 성희롱이 일어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태도이다 . '남자애들은 원래 생각이 없다. 그냥 장난이었을 것이다.....' 성희롱 문제를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해버리는 어른들의 성차별주의적 생각이 과연 당신의 자녀들에게 올바른 여성관을 심어줄 수 있을지 안타깝다.

 

 

8. 첫사랑 2020

코로나 19로 인해 원격수업을 하는 초등학생 서연과 승민. 사귀자는 승민이의 말에 그러자고했지만 초등학생이기에 카톡이나 문자에 제한이 따른다. 결국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바로 헤어지자고 고백하는 서연이... 자신의 생각을 똑부러지게 전하는 서연이를 보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차별에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어른 서연이의 모습을 그려본다.

사귀자고 고백한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 말하는 서연이부터 말녀라는 이름을 환갑이 한참 넘어 개명하며 살아가는 동주 할머니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나이라는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멋진 여성들이다. 여성, 남성은 부분집합이 되어서는 안된다. 동등한 인격체로서 서로 존중해 주어야하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고통받거나 차별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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