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 140주년 고급 벨벳 양장본 최신 원전 완역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가영 옮김, 최행규 해설 / 코너스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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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 시작은 알료사가 존경하고 따르던 조시마 신부의 죽음 그 이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소설 곳곳에서 묘사되는 알료샤는 이 세상의 악을 선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어리지만 누구보다도 큰 도량을 갖고 있는 청년이다. 조시마 신부의 시신을 대하는 민중들의 모습을 보고 고뇌에 빠지기도 하지만 조시마 신부의 가르침대로 세속으로 나가 인류애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얄료샤의 말과 행동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깊은 감동을 받는다.

미탸 즉 드미트리는 사랑하는 여인 그루셴카에 대한 집착으로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다. 끊임없이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에 살인 욕구를 느낄뿐 아니라 공공연하게 살인하겠다는 말을 남긴다. 결국 이런 경솔한 행동으로 아버지 표도르의 죽음과 관련하여 살인자로 지목되어 법정에 서게 된다. 그의 약혼녀 카테리나, 동생 이반, 아버지의 하인이며 아버지의 사생아일지도 모르는 스메르댜코프와의 관계가 얽히고 섥히며 소설을 이끌어간다. 명예와 자존심을 중시하면서도 실제 그가 보여주는 삶은 그렇지 않다. 방탕하고 무절제한 삶을 살아갔다는 측면에서 자신이 경멸하는 아버지 표도르와 별단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반. 1편에서 보여주었던 무신론자로서 냉철한 이성과 합리성이 2편에서는 현실 속에서 점점 무너져버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메르댜코프와 얽히면서 그는 끊임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신 속에서 또다른 자아인 악마를 만들어내고 결국 환영에 시달리다 섬망증이라는 깊은 정신적 질환을 앓게 된다. 소설 속에서 가장 깨어있는 근대적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그가 처참하게 무너져버리는 모습이 안타깝다.

냉소적이고 뒤틀린 사고로 아버지일지 모르는 표도르를 죄책감 없이 죽인 인물 스메르댜코프. 소설 속 인문 중, 가장 이기적인 욕망이 강했던 인물이다. 발톱을 숨기고 카라마조프가의 비극적인 모습을 누구보다도 즐겼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표도르의 사생아로서,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간질이라는 병은 그를 오도가도 못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에게 희망이 있었을까. 목숨을 부지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은 스메르댜코프를 냉소적인 인간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책 속에서 보여주는 종교와 이념적 갈등 등은 당시 19세기 러시아의 혼란스러웠던 모습의 반영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혼란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적 갈등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주는 알료샤와 러시아의 소년들.... 그 소년들의 미래 속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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