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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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일본인을 '국화와 칼'이라는 비유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국화'는 그들의 황실을 나타내는 꽃이고, '칼'은 무사도를 상징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심지어 상반되는 이미지를 지닌 국화와 칼을 제시함으로서 일본인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베네딕트의 연구에 나 역시 호기심과 흥미로움을 갖고 읽어나갔다. 사실 베네딕트의 연구는 현지 조사 없이 이루어졌다. 더구나 그녀는 일본과 멀리 떨어진 미국에 살고 있다. 다른 나라, 그것도 먼나라 일본의 문화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이 그들의 보편적인 특성과 특수성. 그리고 세분화된 정서까지 끄집어 내고 설명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74년이 지났음에도 일본인을 비유하는 말로 '국화와 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연구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설득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까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일본인과 일본문화의 특성을 그들이 우리를 강점했던 시기에 너무도 가까이에서 보았던 우리에 의해 쓰여진 것이 아닌 베네딕트라는 미국인이 기술한 연구 내용을 읽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제3자의 시각이기에 오히려 더 객관적이고 참신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한다.

 

 

'국화와 칼'은 그들의 모순성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모순성은 책 곳곳에 서술되어 있다. 특히 1945년 8월 14일 천황의 무조건적 항복이 있기 전 그토록 악랄했던 일본군이 항복 선언 후에는 모든 사람이 승복하고 거역하려 들지 않았다. 심지어 패전 후 일본인들은 호의적으로 미국인을 환영하기까지 했다. 하루아침에 그들의 전선이 침략행위에서 상호존중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런 모습은 미국인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볼 때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 점은 그들에게 주(忠)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고있는가를 보여주면서도, 그들의 모순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고 있는 부분이었기에 꽤나 인상적이었다.

 

 

가정 내에서의 '알맞은 위치' 즉, 가장의 절대적 권위, 성별의 차이, 장자 상속권 등은 우리와도 흡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5장에서는 우리와 확연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일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와 세상에 빚을 진 사람이라 생각하는 일본인들. 심지어 어머니가 자식의 갓난아기때부터 성인이 되고 나서까지 해준 모든 일을 빚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그들. 그들에게 온(恩)은 반드시 보답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부채의식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일본인들이기에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의 출현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온(恩) 중에 가장 최고인 고온(皇恩)을 갚기 위해 서슴없이 죽음을 택한 행동인 것이다.

 

 

번역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살짝 아쉽게 다가왔지만, 인류문화학자인 저자의 연구서인만큼 나에게 새로운 지식의 즐거움을 안겨준 책이다. 이 글을 읽은 후, 책의 내용이 옳다, 그르다를 논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시 일본에서 생활한 적이 없는, 심지어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일본 본토에서 오랜 세월을 거쳐 쌓아 만들어진 일본인의 행동 특성 그리고 그들의 문화적 특성을 미국인의 관점이지만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연구임은 분명하니까말이다. 그리고 '국화와 칼'에 보여준 일본인의 모순성은 지금 현재 어떤 모습으로 다시 표출하고있을지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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