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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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깊이 마음에 닿는 소설을 읽어본다.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동질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고 할까...

나의 선택과 의견은 중요하지 않은, 지금 주어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길로 살아가야하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살아가야했던....... 그녀. 그녀가 선택한 홀로서기가 비록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끝은 원대하길 바라면서 짧은 글을 쓴다.

정류장은 어떤 사람은 자신의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목적지에 다다렀기에 버스에서 내리는 곳이기도 하는 그런 장소이다. 도착과 떠남이 반복되는 공간. 우리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안식처로 향하는 도착점이라 생각하고 내리는 사람...... 다른 안식처를 찾기 위해 다시 떠나는 사람........잠시 머물러있다가 떠나는 곳. 그곳이 바로 정류장이다.

그녀가 머물러있던 삶은 무미하고 재미없고 고단한 나날들의 연속이다. 넉넉하지 않은 집의 장녀로, 변변히 잘 하는 것도 없는, 그저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는 그 이유만으로 조용히 살았고, 남들이 살아가는 보통의 삶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모른 척 무시하고 외면해 왔던 시를 쓰고 싶다는 욕망을 표출한다. 동생의 응원에 힙입어 들어간 야간대학에서 그녀는 시를 공부한다. 그러나 제부의 폭력에 도망쳐온 동생의 자식들을 돌보면서, 엄마 대신 집안일을 하게되면서 시 쓰기를 갈망하던 그녀는 '오늘은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딱 한 달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는다.

최선을 다해 사랑했던 그 남자가 고통의 무게를 나눠 짊어지자는 것도 거절한 채 헤어진 그녀. 자신보다 가족을 택했던 그녀이지만 그 삶은 지겹고 지긋지긋하고 지루할뿐이다. 학교 동기, 선후배들의 등단 소식이 들릴 때마다 찾아오는 질투감, 상실감. 너무 늦은 것 같기에, 혼자 동떨어져 걸어가는 것 같기에... 그녀는 길 잃은 아이처럼 어쩌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했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죽기 전 걸려온 전화 속 말. 그녀는 아버지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있게 한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었을까......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그녀는 장례식을 치른 후 엄마와 동생 앞에서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을 한다. 그리고 시를 쓰기 위해 방을 얻고 온전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예전처럼 다시 그를 만난다. 그리고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하면서,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도 그녀는 자신의 쓰고 싶은 시를 원없이 쓰고 있다.

우리는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질 수 있다. 그녀가 처음 선택한 길은 자신보다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고자 한다. 답답함의 연속이었던 그녀의 삶에 드디어 조그만 등불이 켜졌다. 비록 지금은 볼품없는 그녀이지만 언젠가는 그녀의 원대한 꿈을 이루리라 생각한다. 부디 그녀가 앞으로도 자신의 길을 향해 굳건히 나가기를 바란다. 그녀의 사랑 역시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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