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2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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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도영과 아저씨 민석은 이승에서 죽은 후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구미호 서호에게 제안을 받는다. 그것은 49일간의 시간을 이승에서 다른 얼굴의 모습으로 머무를 수 있는 대신 뜨거운 피 한 모금을 달라는 것이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두 사람은 이승에서 49일간을 머무르면서 그동안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되고 훌훌 털고 저승으로 간다는 이야기이다.

 

구미호는 익숙한 이름이다. 전설의 고향에 등장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던 여우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이 주는 선입견이 컸다. 여우의 환생 아니면 구미호 여우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것이라 생각에, 좀 유치한 내용이 아닐까하는 선입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다시 이승으로 온다는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있기는 하지만 내용은 결코 유치하거나 재미만을 추구하는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위주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내 기준에서 판단하기에 상대방을 오해하게 되고, 그 오해는 쌓이고 쌓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때까지도 영원히 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도영에게는 형과 할머니는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라 끔찍하게 싫은 존재이며, 이승에 다시 와서도 보고 싶지 존재였다. 구미호 식당에서 다시 알바생으로 형을 마주했을때도 형은 그저 예전의 끔찍한 기억 속에 존재하는 형일 뿐이었다. 그러나 저승으로 가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 중 많은 것들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다. 특히 할머니는 항상 자신을 귀찮은 존재로 생각했기에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도영이 알지 못한 할머니의 그 깊은 사랑 뒤늦게 깨닫고 가슴 아파했다. 형에게도 엄마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이 먼저 두꺼운 벽을 치고 보고 싶은 각도에서만 보고, 듣고 했음을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호텔의 셰프였던 민석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집착에 가까운 사랑이었다. 진실된 사랑이 왜곡된 집착은 참으로 무서웠다. 오해, 의심, 폭력, 미행.... 상대방을 자신의 울타리에 가둬두려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민석은 자신의 사랑이 이기적이었음을 지영을 살리기위해 뛰어든 남자 친구의 모습을 통해 알게 된다.

 

작가는 도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민석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책 속에는 나의 좌우명인 '후회하지 않는 삶'에 대해 언급한 구절이 나온다.

살아가며 행복과 불행, 둘 중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오로지 자신들의 몫이야.

제대로 살면 행복하지.

제대로 산다는 것은 후회하지 않는 삶이지.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마음을 열고 살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어.

마음을 열면 나에게는 물론 모두에게 너그러워지고 여러 각도에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거든.

구미호 식당 중 p228

그 구절이 너무도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내가 늘 생각하고 있는 내용이기때문이다.

 

민석이는 대사 중 조각달 비유를 통해 자신의 사랑이 이기적인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대사가 나온다.

나는 지영이에게 조각달로만 살라고 했던 거 맞는 거 같다. 내가 조각달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말이야.

나는 지영이가 반달 모양의 사랑, 보름달 모양의 사랑을 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어.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눈과 귀를 다 막고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어.

내 뜻대로 따라주어야 사랑이라고 여겼어. 내 생각이 정답이라고 여겼어.

정답이라고 정해놓고 나면 다른 제안은 절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용서도 못했어.

사랑은 조각달 모양도 있고 반달 모양도 있으며 보름달 모양도 있다는 것 진작 알았더라면

나와 지영이 관계는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구미호 식당 중 p223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너그러웠는가를 생각해보았다. 하루하루를 후회하지 않도록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혹시나 너무 주변을 살피지 않고 내 고집대로, 내 생각대로 판단하고 행동하지 않았는가를 생각해본다.

 

- "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것인가요?"

나는 작가의 이 물음에 '오늘에 내 온 힘을 쏟으며,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보내겠다'라고 답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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