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일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경제의 모든 것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4
짐 스탠포드 지음, 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경제학자가 하는 말을 믿지 마라' 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저자 짐 스탠포드는 경제학자다.

자신이 경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가 하는 말을 믿지 말라니...

그럼 자신이 지은 이 책의 진실성까지 의심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자는 경제학자의 입장에서가 아닌, 경제 활동을 하는 한 사람의 입장으로 이 말을 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경제학자들은 중립적이지 못하고 기업과 자본가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기에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가 어렵다.

따라서 저자는 평범한 일반 사람들도 경제학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경제학자들에게 속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 또한 경제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경제와 관련된 질문에 이미 만들어진 해답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학자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속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경제학에 대한 상식은 알아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경제학이라 말하면 다소 어렵게 느끼기 쉽다. 아니 사실 어렵기는 했다.

대학시절 전공과 매우 밀접한 학문이 경제학이었기에 여러 경제학 수업을 들으면서도 어려운 점이 많았다.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들이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여러 번...

그러나 이 책은 경제학이 그리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경제학이란 우리가 하는 일에 관한 학문이며 누군가 무엇을 생산하면 그것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그리고 분배 받은 이는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학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경제학이란 사실 너무나 쉬운 학문이다.

 

이 책은 내가 과거에 전공수업을 들었던 그런 복잡하고 세밀한 경제학에 대한 개념이 아닌, 노동자와 소비자 등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경제 상식을 노동이나 임금, 소비와 투자와 같은 개념을 통해 읽는이들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특히 노동자들이 생산 활동을 할 때, 자신의 권익을 위해 싸우라고 말한다.

자신의 정당한 몫을 얻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지 알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경제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필수인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 생활에 변화를 일구어 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1부 '경제학의 기초'부터 5부 '자본주의의 평가와 개선'까지 읽어나가면서 우리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경제학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은 태어나면서부터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학문이다.

따라서 경제학과 자본주의의 개념을 경제학자들의 전유물로만 생각지 말고 나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경제학에 대한 이해와 이를 통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과거 노동자의 임금이 낮아지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 말했지만 이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임금이 줄자 소비를 줄이게 되었고 그에 따라 기업의 이윤도 떨어져 생산과 고용 역시 줄어들게 되었다.

 

이처럼 짐 스탠포드의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는 경제학이라는 어렵게 생각되는 학문과 이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여러가지 이론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서 잘못된 이론을 바로잡고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왕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거 제대로 된 자본주의의 이해 속에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짐 스탠포드가 무조건 경제학자들의 이론이 잘못된 것이라 한다면 이 자체가 잘못된 판단일 것이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닌,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이 자본주의를 좀 더 쉽고 가까이 느끼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는 경제 활동을 하는 수 많은 보통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경제 속에서 해야 할 역할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또한 정당한 권익을 얻기 위한 길라잡이를 하고 있는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너무 어렵게 생각되는 경제학을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흡사 경제학 강의를 듣던 시절 읽었던 무시무시한 책들을 연상케하는 책의 구성은 좀 아쉽다.

좀 더 부드럽고 편안한 구성이었다면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쉬운 경제학에 대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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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비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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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부분 밀림이나 정글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기아로 허덕이는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하는 이런 모습 외에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무궁무진하다.

한가지 예를 들면 전 세계 석유의 9.5%와 다이아몬드의 60%가 아프리카 땅에 묻혀있다고 한다.

이렇듯 아프리카는 우리가 단순히 생각할 때 빈곤의 땅이라 여겨지지만 사실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곳곳의 내전과 갈등, 잘못된 부의 분배는 아프리카를 여전히 빈곤의 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아프리카의 문제들은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기도 했고 덕분에 우리가 자세히는 알지 못하더라도 아프리카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마주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통해 아프리카의 아픔을 마주하는 일은 드물었었다.

이런 와중에 서머싯 몸 수상 작가 '크리스 클리브'의 두 번째 소설 <리틀 비>를 만났다.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아름다움 임과 동시에 가슴 저릿한 슬픔이다.

<리틀 비>는 그 슬픔을 시작으로 한다.

 



아프리카 서부, 기니만(灣)에 면한 나라 '나이지리아'.

아프리카 석유 사업으로 파괴된 마을에서 살아남아 도망친 '리틀 비' 자매를 몇 명의 사내들이 뒤쫓아 온다.

어려워진 관계의 회복을 위해 나이지리아 해변으로 남편과 휴가를 온 영국인 '새라'.

부부는 그 해변에서 도망치고 있던 리틀 비 자매를 만나게 된다.

자매는 해변에서 마주친 새라 부부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다.

그러나 새라 부부가 묵고 있는 호텔의 경비군은 새라 부부에게 위험하니 빨리 호텔로 돌아가라고 한다.

게다가 리틀 비 자매를 쫓아 온 낯선 남자들은 부부에게 자매를 살리는 조건으로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건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새라 부부. 바로 이 날의 사건은 리틀 비 뿐만 아니라 새라의 앞날에도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리고 2년 후,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던 새라 앞에 갑자기 리틀 비가 나타난다….

 

소설 <리틀 비>는 '리틀 비'와 '새라', 두 여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리틀 비'의 목소리로 '리틀 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새라'의 목소리로 '새라'의 삶을 알아갈 수 있기에 지루할 틈 없이 더 재미있었고 한 여인이 자신이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는 동안엔 다른 여인의 일을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난 매력도 있었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주는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이름까지 버리고 '리틀 비' 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게 된 소녀.

백인들의 땅에 온 리틀 비가 난민 수용소 생활을 하며 겪는 일들과 그곳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읽는이의 가슴을 저릿저릿하게 만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리틀 비가 가족과 함께 자신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사는 길은 없었는지...

'리틀 비'는 어린 나이에 많은 아픔을 겪었지만 '새라'와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아픔을 하나 둘 극복해 나간다.

 


전혀 다른 곳에서 살던 두 여인의 삶이 이토록 엉키고 설키게 된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사실 난 운명을 그다지 믿는 편은 아니지만 우연한 첫 만남 이후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엮어 놓은건지, 사실 그들이 서로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운명'이라는 단어 이외에 다른 단어는 생각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머릿속의 멍해지도록 전해오는 터질 듯한 감동'이라는 띠지에 적힌 글이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소설 <리틀 비>는 우리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는 게 사람이지만 희망 또한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소설이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려했던 부끄러운 우리들에게 이 작은 책 한 권이 던지는 메세지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영화가 개봉되면 그 때 다시한번 <리틀 비>의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

 

『흉터가 아름다운 이유는 죽어가는 자에게는 생기지 않는 것이 흉터이기 때문이다. 흉터의 의미는 '생존'이다.』라던 리틀 비의 이야기에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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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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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시작해서 표지까지. 읽는 사람을 미소짖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오쿠다 히데오를 처음 만난건 공중그네를 통해서였다.

공중그네를 읽으면서도 참 유쾌한 작가구나 싶었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 해피데이』는 6개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각 이야기들 모두 흔히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을 내세우는데 평범한 캐릭터에서 뽑아내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통해 다시한번 오쿠다 히데오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끌렸던 건 사실 작가의 명성과 재미있는 표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가 들려주는 유쾌한 가족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었다.

평범한 가족들이지만 어떻게 보면 전혀 평범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다.

누구나 평범한 삶을 살면서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는데 『오 해피데이』도 역시나 그런이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집에 있는 필요없는 물건을 처분하는 재미로 옥션에 빠져든 전업주부 노리코,

아내와의 불화로 집에 혼자 남게되어 집을 마음대로 꾸미는 재미에 푹 빠진 마사하루,

부업을 하는 일로 만나게 된 한 남자에게서 묘한 남자의 향기를 느끼는 히로코, 

회사의 부도로 어쩌다보니 아내 대신 살림을 맡게 된 유스케,

남편이 직장을 그만 둘 때마다 왠지 모를 영감이 떠올라 일러스트 작업에 열중하게 되고 일을 더 잘해내는 하루요,

친환경적인 생활이라는 로하스에 빠진 아내 덕분에 매일 현미밥을 먹게 된 소설가 야스오.

이 여섯 사람과 그들의 가정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오 해피데이』는 사소한 듯 하면서도 사소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소설에 등장하는 그들의 삶이 지금 우리의 삶의 모습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 매력이 있다.

사실 소설 속에서 우리의 일상과 똑같은 일들만 반복된다면 그 소설은 재미있는 소설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평범한 속에서 유쾌함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이 평범한 일상의 소설에서도 우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만약『오 해피데이』의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고 책을 읽었더라도 이 책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 같다.

 

오쿠다 히데오에게는 그만이 가진 재미있고 독특한 시선이 있다.

그 독특한 시선을 통해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고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의 매력은 충분히 발휘되고도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 왠지 모를 나른함에 어떤 뭔가가 간절히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오쿠다 히데오의 『오 해피데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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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시킨 정조
김용관 지음 / 오늘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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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왕들 중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왕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조선 제 22 대 왕「정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극적이고 인상적인 생을 살았던 왕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방송된 여러 드라마 속에서도 정조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김용관의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는 일반인들에게 '경영'이라는 다소 낯선 분야의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정조'의 삶을 통해 여러 이유로 그동안 이 분야의 책을 가까이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이 분야의 독서를 통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경영 부문 독서의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정조'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것은 '드라마'이다.

나는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이 드라마들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본인은 드라마 광으로 어쩔 수 없이 쓰는 글이니 읽기 싫은 분은 패스하시길...)

우선 생각나는 드라마만 해도 이서진 주연의 MBC 드라마 '이산'과 책으로 출간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 그리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깊게 보았던 KBS 드라마 '한성별곡 正'까지….

이 드라마들 속에서 정조의 모습은 많은 부분 서로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 세 드라마 속에서 정조는 공통적으로 '개혁 군주'임이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 MBC)

드라마 '이산'의 경우 500년 왕조사에서 가장 파란만장하고 가장 굴곡진 인생을 살았던 임금으로 그 인생의 성공과 좌절,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주로 담았으면서도 정조의 열린 생각과 민주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 출처 : SBS)
 

 '바람의 화원'에서는 정순왕후와 벽파로부터 벗어나 아버지 사도세자를 복권시켜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정조의 모습을 그린다.  여기에 정조의 예술적 치세를 강조, 드라마의 중심을 이끄는 역할의 정조를 만날 수 있었다.

   

 

 
 

 

 

 

 

 

 

 

 

 

  (사진 출처 : KBS)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정조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한성별곡 正'... 

이 드라마는 내가 수작이라 생각하는 몇 안되는 드라마 중 하나이다.  

사실 드라마 홈페이지의 등장인물 소개에는 '정조'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었고 다만 '임금'이라 소개되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 특성상 역사적인 사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한 역사 왜곡이라는 질타를 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거나 '정조'가 '시호' 즉 왕이 죽은 뒤 붙여진 이름이기에 '정조'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추측은 해볼 수 있겠다.  한마디로 드라마적 허구성을 충분히 이해해달라는 그런 뜻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 누구나 그 '임금'이 '정조'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 속에서는 번뇌와 갈등속에서 다소 괴로워하는 정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의 신념이 현실에 조롱당하고, 나의 꿈이 안타까운 희생을 키우는데... 포기하지 않는 나는 과연 옳은 것이냐..." 라고 묻던 드라마 속 정조의 대사는 특히 잊혀지질 않는다. 

이제 책으로 돌아가보겠다.

"내 인생은 고로여생(孤勞勵生)이다." ─p.253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으면서 다른 드라마 보다도 특히 배우 '안내상'이 '한성별곡'에서 연기한 정조의 모습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자신의 인생을 고로여생, 즉 고단하고, 힘들고, 외로운 인생이라 표현한 부분과 이미지가 자꾸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난 여태껏 30년 동안 나를 비방하고 나를 욕하는 자들 속에 묻혀 살았다. 나는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잠든 날이 많고 옷을 벗지 못하고 지쳐 쓰러진 날이 많았다. 함부로 불이 꺼진다느니 생애를 마치려 한다느니 그런 나약한 소릴 하지 마라. 그대와 나는 그런 호사스러움도 없는 운명이다" ─p.286

정조의 인사 배치에 임명장 받기를 거부했던 '이가환'에게 한 이 말에서 이 '고로여생'은 그대로 드러났다. 정조의 이 이야기에 눈물로 임명장을 받은 이가환을 누구나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p.20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에서 강조하는 정조의 모습은 이 책의 부제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 통치의 무기로 삼았다는 점이다.

정조의 할아버지 '영조'는 어머니가 천민 출신(무수리 출신)이라는 점과(참고로 요즘 한창 방송되고 있는 MBC 드라마 '동이'의 주인공 한효주가 바로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다.) 이복형인 '희빈 장씨'의 아들 '경종'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으며 집권하게 되었고 이러한 컴플렉스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 결국 양위 파동으로 아들 사도세자를 비극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그러나 정조는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는 엄청난 취임 일성을 시작으로 자신이 죄인의 아들이라는 컴플렉스를 자신감으로 승화시켰다.

즉위 초반부터 정조가 우리에게 교훈을 남기는 대목이다.  

또한『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다보면 문득문득 나오는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오늘날의 정치, 정치가들의 문제와 매우 흡사한 상황때문이었다. 

"권력을 쥔 자들이 탐욕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이를 본받고 있는 꼴입니다. 돈을 가진 부자들이 각 지방의 도로들을 점유하고 갑자기 값을 올려 팔고 다시 사고팔고 해서 재산이 적은 사람들은 토지를 가질 수 없습니다." ─p.123 

1778년 '윤면동'이 올린 상소의 내용이다. 이 부분을 읽다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왠지 씁쓸해진다.
 

"시대의 소명은 경장更張이다."  ─p.135 




 
위 정조가 등장하는 세 드라마를 이야기하면서 드라마에서 표현된 정조의 공통적인 모습이 '개혁 군주'라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 책에서도 정조는 끊임없이 개혁을 화두로 삼고 "선비 한 명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공자의 말을 믿고 따르며, 개혁을 실천하지 않는 관료들을 꾸짖고 많은 반대 속에서도 개혁의 상징 인물들을 꾸준히 배치했다.

또한 이를 위해 무조건 내 편이 아닌 '강력한 적이 있어야 강력한 내 편이 있을 수 있다'는 특별한 인재관리 기법을 보여주었다.

느슨한 안정감보다 팽팽한 긴장감을 즐긴 정조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정조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많은 교훈을 남긴다.

신하들에게 따끔한 충고와 함께 선물도 자주했던 정조, 적에게 더 강한 적으로 남을 것을 주문하는 정조, 사치에 대한 폐단을 역설하는 정조, 매년 종로에서 상인들을 직접 만나 대화, 토론했던 정조... 어진 임금이란 무엇인지, 군주다운 군주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정조의 경영에는 분명 배워야 할 점과 함께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분명 한 기업이나 한 나라를 운영, 책임지는 이들에게 있어 이 책은, 하나의 자극이 될 것이다.
 

정조는 끊임없이 개혁을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정조는 끝내 개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다.(정조의 죽음에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1801년, 정순왕후가 수렴청정 기간 동안 정조의 개혁정치 중 하나였던 공사노비 혁파를 실시했던 일과, 1886년 정조를 존경했던 고종이 공노비 해방 85년 만에 개인 노비의 세습을 철폐한다는 개혁 조치를 취한 것을 제외하면 역시나 정조가 죽은 뒤에도 그가 개혁하려던 것들은 실천되지 못했다.

물론 정순왕후와 같은 세력들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무렵 조선은 깨어있지 못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만약 정조가 그대로 죽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임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경영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덕지덕지 많은 포스트잇을 사용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는 정조 그리고 영조와 사도세자의 삶까지 엿볼 수 있었고 그들의 잘못까지도 지적해주는 통쾌한 책이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정조'를 통해 우선 '경영'이라는 다소 낯선 단어는 잊게 만들고, 곧바로 정조의 삶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아...이게 경영이구나.', '경영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느끼게 함과 동시에 '경영'이라는 낯선 단어를 친숙한 단어로 여길 수 있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분노를 차가운 열정으로 승화시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정조에게서 이제 '경영'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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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 3
노나카 히라기 지음, 정향재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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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카 히라기의 『연인들』에서 우리는 두 커플을 만날 수 있다.
살아온 세월만큼 여유가 느껴지는 '오누키'와 그의 젊은 연인 '아야카' 커플,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매력적인 여인 '마이코'와 그녀의 곁에 늘 함께하는 친구이자 연인인 '교이치' 커플...

작가는 이 두 커플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것일까…….

 

오누키와 아야카는 내가 보기에도 '이 둘은 서로 정말 사랑하는 것인가?' 라는 물음에 뚜렷이 답할 수 없는 커플이다.

이십대 중반의 아야카와 그녀보다 무려 열다섯 살 연상의 오누키는 함께 살면서도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쿨하고 자유로운 커플이랄까? 오누키는 언제든 그녀가 자신 곁을 떠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고 아야카는 그런 오누키가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더라도 별다른 질투의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아야카가 두 살 정도 되던 해에 3층 맨션 베란다에서 떨어진 이후 가끔씩 찾아오는 다리의 절룩거림처럼 아야카는 문득문득 공기의 무거움과 함께 삶에 불안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아야카 스스로는 본인과 오누키의 관계를 권태와 체념이라고 생각한다.

'체념'을 폭신한 깃털 이불로, '권태'는 사랑과 비슷한·부드럽고 기분 좋은·오래 써서 낡아빠진 담요 같은 것으로 여기고 그 깃털 이불과 담요의 조합에 만족한다.

권태와 체념의 커플임에도 불구하고 아야카는 비오는 날 우산이 없는 오누키를 마중나가는 길, 불쾌하게 젖어드는 발이 상쾌함으로 바뀌어 감을 느낀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그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이런 아야카의 모습에서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것 같은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아야카 커플의 사랑은 어떤 색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야카는 오누키와 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어떤 테이블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곳엔 한 커플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그 자리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끌리는 아야카.

그 여자는 실내에서도 검은 선글라스를 낀 모습이다.

아야카의 시선을 따라 그 테이블에 눈을 돌린 오누키는 또 그 자리의 남자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짖는다.

여자가 여자를, 남자가 남자를 바라보며 그들은 묘한 느낌을 경험한다.

 

그 테이블의 주인공은 시각장애인 마이코와 늘 그녀의 곁을 지키는 교이치 커플이다.

마이코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기념한 자리였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던 그들에게 한 여인이 다가온다. 아야카다.

그림을 그리는 아야카는 마이코에게 조심히 자신의 모델이 되어달라 부탁한다.

갑자기 다가온 아야카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교이치와 달리 마이코는 얼굴도 보지 못한 아야카에게서 흥미로움을 느낀다.

이렇게 그 두 커플의 인연이 시작된다.

 

교이치는 가끔 마이코와 자신이 고치 안에 갇혀 웅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안은 따스하고 안전하지만 가끔은 숨이 막혀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늘 마이코의 곁을 지키는 그이지만 이럴 때면 가끔 혼자 있고 싶어 거짓말도 한다.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지금이 좋다며 말을 돌리는 마이코는 그런 교이치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일까?

시력을 잃기 전 마이코는 교이치의 친한 친구와 연인사이였다.

불의의 사고는 그녀에게서 시력과 함께 사랑하는 연인까지도 그녀에게서 빼앗아갔다.

마이코의 엄마 이외에 그녀의 사고 전후의 삶을 함께 한 사람은 교이치 뿐이다.

처음엔 우정 나중엔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진행된 듯한 이 커플의 사랑은 또 어떤 색일까?

 

늘 그 공간, 늘 그 일상으로 심심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교이치 커플에게 어느날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바로 마이코에게 그림의 모델이 되어달라며 다가온 여인 아야카 때문이다.

아야카를 알게 된 뒤부터 점점 달라지는 마이코를 보며 교이치 또한 그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기는 듯하다.

삶에 변화를 느끼게 된 건 교이치 커플 뿐만이 아니다.

문득 찾아오는 다리의 절룩거림처럼 정체모를 삶의 불안을 경험하고 있던 아야카는 마이코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면서 차츰 안정을 느끼고 예술가로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자신보다 훨씬 어린 교이치 커플을 만나더라도 늘 분위기를 주도하며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오누키 또한 그들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만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아야카가 모르는 오누키의 젊은 시절을 말이다.

 

이렇게 이 두 커플은 서로의 잔잔한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며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삶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며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인생이 180도 바뀔 만큼의 큰 변화는 아니지만 두 연인들이 우연한 만남으로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누군가의 삶에 아주 작은 영향이라도 미치며 살아왔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물론 좋은 결과로 향하는 긍정적인 영향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내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늘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쉽게도...

 

사실 두 커플이 서로 가진 상처를 극복하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서로 크게 개입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상대가 사는 '삶'이라는 잔잔한 수면 위에 아주 작은 흔들림만 주었을 뿐이다.

그 흔들림의 원인이 수면 위에 살랑이는 바람이든 흩날리는 꽃잎이든, 그 흔들림이 커지고 커져 삶을 변화시킨건 연인들 '자신'이다.

그들은 언제든 강렬한 자신만의 색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언제든 그 누군가의 색에 서서히 물들기도 할 것이다.

 

아야카와 교이치 커플이 서로의 잔잔한 삶에 파문을 일으켰듯, 노나카 히라기의 『연인들』역시 읽는 내내 잔잔함을 주는 책이었지만 나의 삶에 일으킨 파문은 컸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발음은 좀 이상하지만 제목을 『인연들』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소설속 주인공들도 서로 '인연'이고 내가 이 소설을 만난 것도 '인연'이라는 생각도...

가끔은 이렇게 조용한 책 한 권이 내 삶의 빛깔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책은 영원한 나의 '연인'이 된다. 그 '연인'이 좀 많아서 문제일 때도 있지만...

 

자신의 삶이, 자신의 사랑이 원하던 빛깔이 아니라해서 상처를 받는다던가 포기라는 것을 한다면 그것은 참 어리석음의 절정이다.

소설속에서 아야카가 세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순간 세계도 아야카를 따뜻하게 품어줌을 느꼈듯, 나도 언제든 세계에 대한 감촉이 변화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슴 깊숙이 품고 살아야겠다.

그리고 아야카가 좋아한 화가 요시코씨처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강렬하게 아름다워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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