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시킨 정조
김용관 지음 / 오늘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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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왕들 중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왕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조선 제 22 대 왕「정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극적이고 인상적인 생을 살았던 왕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방송된 여러 드라마 속에서도 정조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김용관의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는 일반인들에게 '경영'이라는 다소 낯선 분야의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정조'의 삶을 통해 여러 이유로 그동안 이 분야의 책을 가까이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이 분야의 독서를 통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경영 부문 독서의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정조'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것은 '드라마'이다.

나는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이 드라마들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본인은 드라마 광으로 어쩔 수 없이 쓰는 글이니 읽기 싫은 분은 패스하시길...)

우선 생각나는 드라마만 해도 이서진 주연의 MBC 드라마 '이산'과 책으로 출간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 그리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깊게 보았던 KBS 드라마 '한성별곡 正'까지….

이 드라마들 속에서 정조의 모습은 많은 부분 서로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 세 드라마 속에서 정조는 공통적으로 '개혁 군주'임이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 MBC)

드라마 '이산'의 경우 500년 왕조사에서 가장 파란만장하고 가장 굴곡진 인생을 살았던 임금으로 그 인생의 성공과 좌절,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주로 담았으면서도 정조의 열린 생각과 민주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 출처 : SBS)
 

 '바람의 화원'에서는 정순왕후와 벽파로부터 벗어나 아버지 사도세자를 복권시켜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정조의 모습을 그린다.  여기에 정조의 예술적 치세를 강조, 드라마의 중심을 이끄는 역할의 정조를 만날 수 있었다.

   

 

 
 

 

 

 

 

 

 

 

 

 

  (사진 출처 : KBS)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정조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한성별곡 正'... 

이 드라마는 내가 수작이라 생각하는 몇 안되는 드라마 중 하나이다.  

사실 드라마 홈페이지의 등장인물 소개에는 '정조'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었고 다만 '임금'이라 소개되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 특성상 역사적인 사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한 역사 왜곡이라는 질타를 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거나 '정조'가 '시호' 즉 왕이 죽은 뒤 붙여진 이름이기에 '정조'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추측은 해볼 수 있겠다.  한마디로 드라마적 허구성을 충분히 이해해달라는 그런 뜻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 누구나 그 '임금'이 '정조'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 속에서는 번뇌와 갈등속에서 다소 괴로워하는 정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의 신념이 현실에 조롱당하고, 나의 꿈이 안타까운 희생을 키우는데... 포기하지 않는 나는 과연 옳은 것이냐..." 라고 묻던 드라마 속 정조의 대사는 특히 잊혀지질 않는다. 

이제 책으로 돌아가보겠다.

"내 인생은 고로여생(孤勞勵生)이다." ─p.253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으면서 다른 드라마 보다도 특히 배우 '안내상'이 '한성별곡'에서 연기한 정조의 모습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자신의 인생을 고로여생, 즉 고단하고, 힘들고, 외로운 인생이라 표현한 부분과 이미지가 자꾸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난 여태껏 30년 동안 나를 비방하고 나를 욕하는 자들 속에 묻혀 살았다. 나는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잠든 날이 많고 옷을 벗지 못하고 지쳐 쓰러진 날이 많았다. 함부로 불이 꺼진다느니 생애를 마치려 한다느니 그런 나약한 소릴 하지 마라. 그대와 나는 그런 호사스러움도 없는 운명이다" ─p.286

정조의 인사 배치에 임명장 받기를 거부했던 '이가환'에게 한 이 말에서 이 '고로여생'은 그대로 드러났다. 정조의 이 이야기에 눈물로 임명장을 받은 이가환을 누구나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p.20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에서 강조하는 정조의 모습은 이 책의 부제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 통치의 무기로 삼았다는 점이다.

정조의 할아버지 '영조'는 어머니가 천민 출신(무수리 출신)이라는 점과(참고로 요즘 한창 방송되고 있는 MBC 드라마 '동이'의 주인공 한효주가 바로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다.) 이복형인 '희빈 장씨'의 아들 '경종'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으며 집권하게 되었고 이러한 컴플렉스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 결국 양위 파동으로 아들 사도세자를 비극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그러나 정조는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는 엄청난 취임 일성을 시작으로 자신이 죄인의 아들이라는 컴플렉스를 자신감으로 승화시켰다.

즉위 초반부터 정조가 우리에게 교훈을 남기는 대목이다.  

또한『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다보면 문득문득 나오는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오늘날의 정치, 정치가들의 문제와 매우 흡사한 상황때문이었다. 

"권력을 쥔 자들이 탐욕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이를 본받고 있는 꼴입니다. 돈을 가진 부자들이 각 지방의 도로들을 점유하고 갑자기 값을 올려 팔고 다시 사고팔고 해서 재산이 적은 사람들은 토지를 가질 수 없습니다." ─p.123 

1778년 '윤면동'이 올린 상소의 내용이다. 이 부분을 읽다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왠지 씁쓸해진다.
 

"시대의 소명은 경장更張이다."  ─p.135 




 
위 정조가 등장하는 세 드라마를 이야기하면서 드라마에서 표현된 정조의 공통적인 모습이 '개혁 군주'라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 책에서도 정조는 끊임없이 개혁을 화두로 삼고 "선비 한 명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공자의 말을 믿고 따르며, 개혁을 실천하지 않는 관료들을 꾸짖고 많은 반대 속에서도 개혁의 상징 인물들을 꾸준히 배치했다.

또한 이를 위해 무조건 내 편이 아닌 '강력한 적이 있어야 강력한 내 편이 있을 수 있다'는 특별한 인재관리 기법을 보여주었다.

느슨한 안정감보다 팽팽한 긴장감을 즐긴 정조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정조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많은 교훈을 남긴다.

신하들에게 따끔한 충고와 함께 선물도 자주했던 정조, 적에게 더 강한 적으로 남을 것을 주문하는 정조, 사치에 대한 폐단을 역설하는 정조, 매년 종로에서 상인들을 직접 만나 대화, 토론했던 정조... 어진 임금이란 무엇인지, 군주다운 군주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정조의 경영에는 분명 배워야 할 점과 함께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분명 한 기업이나 한 나라를 운영, 책임지는 이들에게 있어 이 책은, 하나의 자극이 될 것이다.
 

정조는 끊임없이 개혁을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정조는 끝내 개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다.(정조의 죽음에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1801년, 정순왕후가 수렴청정 기간 동안 정조의 개혁정치 중 하나였던 공사노비 혁파를 실시했던 일과, 1886년 정조를 존경했던 고종이 공노비 해방 85년 만에 개인 노비의 세습을 철폐한다는 개혁 조치를 취한 것을 제외하면 역시나 정조가 죽은 뒤에도 그가 개혁하려던 것들은 실천되지 못했다.

물론 정순왕후와 같은 세력들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무렵 조선은 깨어있지 못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만약 정조가 그대로 죽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임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경영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덕지덕지 많은 포스트잇을 사용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는 정조 그리고 영조와 사도세자의 삶까지 엿볼 수 있었고 그들의 잘못까지도 지적해주는 통쾌한 책이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정조'를 통해 우선 '경영'이라는 다소 낯선 단어는 잊게 만들고, 곧바로 정조의 삶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아...이게 경영이구나.', '경영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느끼게 함과 동시에 '경영'이라는 낯선 단어를 친숙한 단어로 여길 수 있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분노를 차가운 열정으로 승화시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정조에게서 이제 '경영'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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