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경제학자가 하는 말을 믿지 마라' 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저자 짐 스탠포드는 경제학자다. 자신이 경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가 하는 말을 믿지 말라니... 그럼 자신이 지은 이 책의 진실성까지 의심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자는 경제학자의 입장에서가 아닌, 경제 활동을 하는 한 사람의 입장으로 이 말을 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경제학자들은 중립적이지 못하고 기업과 자본가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기에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가 어렵다. 따라서 저자는 평범한 일반 사람들도 경제학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경제학자들에게 속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 또한 경제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경제와 관련된 질문에 이미 만들어진 해답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학자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속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경제학에 대한 상식은 알아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경제학이라 말하면 다소 어렵게 느끼기 쉽다. 아니 사실 어렵기는 했다. 대학시절 전공과 매우 밀접한 학문이 경제학이었기에 여러 경제학 수업을 들으면서도 어려운 점이 많았다.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들이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여러 번... 그러나 이 책은 경제학이 그리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경제학이란 우리가 하는 일에 관한 학문이며 누군가 무엇을 생산하면 그것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그리고 분배 받은 이는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학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경제학이란 사실 너무나 쉬운 학문이다. 이 책은 내가 과거에 전공수업을 들었던 그런 복잡하고 세밀한 경제학에 대한 개념이 아닌, 노동자와 소비자 등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경제 상식을 노동이나 임금, 소비와 투자와 같은 개념을 통해 읽는이들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특히 노동자들이 생산 활동을 할 때, 자신의 권익을 위해 싸우라고 말한다. 자신의 정당한 몫을 얻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지 알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경제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필수인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 생활에 변화를 일구어 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1부 '경제학의 기초'부터 5부 '자본주의의 평가와 개선'까지 읽어나가면서 우리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경제학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은 태어나면서부터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학문이다. 따라서 경제학과 자본주의의 개념을 경제학자들의 전유물로만 생각지 말고 나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경제학에 대한 이해와 이를 통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과거 노동자의 임금이 낮아지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 말했지만 이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임금이 줄자 소비를 줄이게 되었고 그에 따라 기업의 이윤도 떨어져 생산과 고용 역시 줄어들게 되었다. 이처럼 짐 스탠포드의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는 경제학이라는 어렵게 생각되는 학문과 이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여러가지 이론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서 잘못된 이론을 바로잡고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왕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거 제대로 된 자본주의의 이해 속에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짐 스탠포드가 무조건 경제학자들의 이론이 잘못된 것이라 한다면 이 자체가 잘못된 판단일 것이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닌,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이 자본주의를 좀 더 쉽고 가까이 느끼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는 경제 활동을 하는 수 많은 보통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경제 속에서 해야 할 역할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또한 정당한 권익을 얻기 위한 길라잡이를 하고 있는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너무 어렵게 생각되는 경제학을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흡사 경제학 강의를 듣던 시절 읽었던 무시무시한 책들을 연상케하는 책의 구성은 좀 아쉽다. 좀 더 부드럽고 편안한 구성이었다면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쉬운 경제학에 대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