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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비 ㅣ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아프리카'….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부분 밀림이나 정글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기아로 허덕이는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하는 이런 모습 외에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무궁무진하다.
한가지 예를 들면 전 세계 석유의 9.5%와 다이아몬드의 60%가 아프리카 땅에 묻혀있다고 한다.
이렇듯 아프리카는 우리가 단순히 생각할 때 빈곤의 땅이라 여겨지지만 사실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곳곳의 내전과 갈등, 잘못된 부의 분배는 아프리카를 여전히 빈곤의 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아프리카의 문제들은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기도 했고 덕분에 우리가 자세히는 알지 못하더라도 아프리카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마주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통해 아프리카의 아픔을 마주하는 일은 드물었었다.
이런 와중에 서머싯 몸 수상 작가 '크리스 클리브'의 두 번째 소설 <리틀 비>를 만났다.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아름다움 임과 동시에 가슴 저릿한 슬픔이다.
<리틀 비>는 그 슬픔을 시작으로 한다.
아프리카 서부, 기니만(灣)에 면한 나라 '나이지리아'.
아프리카 석유 사업으로 파괴된 마을에서 살아남아 도망친 '리틀 비' 자매를 몇 명의 사내들이 뒤쫓아 온다.
어려워진 관계의 회복을 위해 나이지리아 해변으로 남편과 휴가를 온 영국인 '새라'.
부부는 그 해변에서 도망치고 있던 리틀 비 자매를 만나게 된다.
자매는 해변에서 마주친 새라 부부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다.
그러나 새라 부부가 묵고 있는 호텔의 경비군은 새라 부부에게 위험하니 빨리 호텔로 돌아가라고 한다.
게다가 리틀 비 자매를 쫓아 온 낯선 남자들은 부부에게 자매를 살리는 조건으로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건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새라 부부. 바로 이 날의 사건은 리틀 비 뿐만 아니라 새라의 앞날에도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리고 2년 후,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던 새라 앞에 갑자기 리틀 비가 나타난다….
소설 <리틀 비>는 '리틀 비'와 '새라', 두 여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리틀 비'의 목소리로 '리틀 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새라'의 목소리로 '새라'의 삶을 알아갈 수 있기에 지루할 틈 없이 더 재미있었고 한 여인이 자신이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는 동안엔 다른 여인의 일을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난 매력도 있었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주는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이름까지 버리고 '리틀 비' 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게 된 소녀.
백인들의 땅에 온 리틀 비가 난민 수용소 생활을 하며 겪는 일들과 그곳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읽는이의 가슴을 저릿저릿하게 만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리틀 비가 가족과 함께 자신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사는 길은 없었는지...
'리틀 비'는 어린 나이에 많은 아픔을 겪었지만 '새라'와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아픔을 하나 둘 극복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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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곳에서 살던 두 여인의 삶이 이토록 엉키고 설키게 된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사실 난 운명을 그다지 믿는 편은 아니지만 우연한 첫 만남 이후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엮어 놓은건지, 사실 그들이 서로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운명'이라는 단어 이외에 다른 단어는 생각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머릿속의 멍해지도록 전해오는 터질 듯한 감동'이라는 띠지에 적힌 글이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소설 <리틀 비>는 우리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는 게 사람이지만 희망 또한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소설이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려했던 부끄러운 우리들에게 이 작은 책 한 권이 던지는 메세지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영화가 개봉되면 그 때 다시한번 <리틀 비>의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
『흉터가 아름다운 이유는 죽어가는 자에게는 생기지 않는 것이 흉터이기 때문이다. 흉터의 의미는 '생존'이다.』라던 리틀 비의 이야기에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