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고 - 역사적 오류에 얽힌 이야기 혹은 우리 가슴속에 묻어둔 희망을 두드리는 이야기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삼우반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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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왜 글을 쓰는가?

자신의 관심도, 자신의 처한 상황에 대한 각성, 미래에 대한 비전의 제시, 각각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왜 이 글을 썼을까?

책 읽기의 구체성을 요구한다.

츠바이크의 문체의 미스테리를 파헤친다.

글쓰기가 갖는 독약 같은 매혹이 여기 있다.

유태인들이 가졌던 언어에 대한 신비스런 믿음이랄까.

"언어", "말" - 이거 조심해서 써야 한다.

한번 터져나온 말은

괴테의 <마법사의 제자>에서 제자가 주문을 잘못 외어

이상야릇한 일이 발생하듯이.

"아메리고". 언어와 인식의 문제가 들어 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 돌아가는 자의,

뭔가를 얻어가는 자의

등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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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벨룽겐의 노래 -상
작자미상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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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벨룽겐의 노래, 유명하다.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역시 유명하다. 이 <니벨룽겐의 노래>는 바로 독일판 무협지이다. 거기에 숱하게 등장하는 과장법을 보라. 앞에 나온 사람은 뒤에 나온 사람에게 치이게 마련이다. 돈이나 생긴 거나 명예나 하다못해 옷감까지도. 종의 숫자를 보라. 비호와 같은 날랜 몸동작. 후려치는 칼 솜씨, 이게 무협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여기 등장하는 인간들의 그 철두철미한 복수욕을 보라. 인간미 하나도 없는 여자들의 질투심. 종족이 씨가 마를 때까지 죽고 죽이는 이전투구, 그리고 피바다! 게르만 족의 질풍노도적 끝간데없는 싸움, 그 한 양상을 본다. 그래서 히틀러가 좋아했던가?

나는 이 작품을 인간의 본성의 드라마로 보고 싶다. 그렇게 보면 또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무협지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이다. 인간의 삶의 보편적 양상이 다 들어 있으니.

기억을 돕기 위해 운문 형식으로 되어 있던 것이다. 번역하면서 이것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는 수 없다. 그래도 좀 더 분위기를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어족이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거의 사돈의 팔촌지간이니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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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10
구스타프 마이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책세상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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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 유대인의 수호신. 진흙으로 만들어졌다. 체코 프라하 게토 지역을 지키며 그곳을 떠돈다. 주인공은 골렘에 얽힌 미스테리를 추적하는 가운데 실제로 뭔가 환타지 같은 세계로 빠진다. 우리가 보통 그리워하는 유토피아 같은 세계. 그런데 그것을 찾아가기 위해 전제로 하는 것이 있으니...

더 이상은 쓰지 않으련다. 다음에 읽는 분들의 재미를 위해서. 단, 반지의 전쟁이던 다른 게임 캐릭터이건, 이 작가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골렘의 이미지에서 많은 것을 가져왔다는 것만은 밝혀둘 필요가 있다. 유태인 특유의 문자와 글에 얽힌 상상력, 언어에 대한 통찰, 삶에 대한 인식 등 많은 것이 담겨 있는 인생 지침서 같은 책이다.

아, 너무 많은 것을 말해버렸다. 괜히 내가 이러다가 스포일러가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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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창비시선 172
신경림 지음 / 창비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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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실루엣, 그림자, 흐릿한 그림: 순서도 어머니가 먼저고 할머니가 나중이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그만큼 더 생생하고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그만큼 더 멀다. 실루엣을 말하는 것은 추억을 말하는 것이요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다. 왜 시인은 회상하는가? 인간의 가슴속에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겪고 느낀 온갖 것들이 가을 단풍잎처럼 물들어 있다. 그것을 꺼내 보여주는 행위만으로도 시쓰기 작업의 첫 걸음은 이루어진 것이다. 문학이 자연스럽게 꺼내진 추억, 회상 속에 독자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언제나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시인은 논문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말하기 쉽게 누구나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 일단은 현실 직시가 아닐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가림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문학은 큰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혹, 대안이 있다. 유토피아, 그리스 말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말. 이거 쉽지 않다. 꿈이다. 신기루다. 차라리 현실에 코를 박아라! 흙 냄새, 땀냄새를 맡아라. 인간의 모든 판단은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통시적으로, 공시적으로 눈길을 들어 한 번 보라. 자기의 생은 어떤가.

온갖 색깔, 온갖 멜로디, 온갖 숨결로 삶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려낼 줄 아는 신경림 시인이 있어 별이 뜨지 않는 겨울 하늘에서도 반짝임을 보고 냉기어린 방에서도 푸근함을 느낀다.

신경림의 문학적 화두는 사실 사랑이다. 사랑이 대안이다. 사랑에는 이성이 말을 듣지 않는다. 브레이크 역할을 못한다. 사랑은 감정에 충실하다. 감정은 엑셀레이터! 사랑이 좋은 이유? 사랑은 가속도가 붙으니까.

추억하는 자의 즐거움. 실루엣! 어린시절의 흑백사진도 아니다. 시골집 창호지에 어른대는 부모님의 실룻엣. 내 마음에도 실루엣이 어린다. 내 머리가 살아 있고, 가슴에서 추억이 흐르는 한 나를 아는 사람은, 내가 알던 사람은, 이 세상에 있거나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모두 실루엣으로 살아 있다.

추억하기 위하여! 사랑을 추억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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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6
노발리스 지음, 김재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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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예술가들의 생은 세상에서 유일무이할 정도의 독특한 사랑으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경우가 많다. 이 <푸른꽃>의 작가 노발리스는 그런 면에서 단연 두각을 보인다. 20대 청년으로서 시골에서 처음 만난 13세의 소녀 소피에 반해 그 다음해에 약혼을 하고---물론 소피의 부모를 설득하여---그녀의 나이 15세때 그녀를 잃고 광기어린 삶에 사로잡혔던 노발리스. 그가 죽음을 맞으면서까지 그리워했던 소피를 향한 사랑이 바로 이 소설 <푸른꽃>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푸른 빛깔은 하늘의 색이며 바다의 색이다. 멀리서 보면 파란 빛깔로 우리의 눈을 유혹하지만 막상 가보면 푸른 빛은 다시 저 멀리 멀어져 있다. 그러니 푸른꽃 역시 그런 꽃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자기의 것으로 늘 주변에 있지만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것, 그것이 푸른꽃이다. 멀리 있는 것으로만 보이는 꽃. 그 꽃을 찾아 독일의 낭만주의자들은 미지의 땅을 찾아 십자군 원정을 시작한다. 그 십자군 원정은 애당초 죽음의 세계로 가야 하나,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대개의 경우 꿈의 세계로 몰입한다. 그 꿈의 세계와 맞닿은 세계가 현실에도 있으니 그것은 바로 시문학의 세계이다. 시문학의 세계를 통해 우리 인간 의식의 끝간데 없음을 낭만주의자들은 증명해보이려고 한다. 그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순수한 결합을 통해서만 미지의 세계로 가는 손전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른꽃>은 이 과정을 섬세한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주변의 애정소설을 발견하려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혼을 몸통 삼아 가는 길목에 핀 '푸른꽃'을 찾겠다는 심정으로 갈 때 이곳의 하인리히처럼 무엇을 발견하기도 하고 무엇을 잃기도 하리라.

또 하나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문학에 대한 노발리스의 거의 철학가에 가까운 입장이다. 독일 소설의 장점은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세계에서 나오는 순간 뭔가 머릿속에 잔상이, 교양적 잔상이 진하게 남아 자신의 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아랫 분이 쓰신 것처럼 무서운 독이다. 이 독이 무서운 사람은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그러나 자신의 영혼을 튼튼하게 만들고 싶은 분은 한번 도전해보아도 좋으리라. 책 읽기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콜럼버스나 아메리고 같은 탐험가의 정신으로 무장한 발견에의 의지이니까. 지리적 대발견의 기쁨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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