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기도
김학중 지음 / 예수전도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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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슬럼프에 빠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기도가 꺼려지고, 예배하는 자리로 나아가는 게 두렵고, 찬양조차도 염치없어서 고백할 수 없는 때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회 형태의 공예배를 드리기가 어려운 시기인만큼, 요즘 특히 그런 그리스도인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 역시 예배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지다 못해 싸늘했다. 방음이 거의 안 되는 자취방 핑계를 대며 소리내어 기도하기를 피했다. 분명 작년 이맘 때에는 매일 괴로운 마음으로 울면서 기도했는데... 그새 은혜를 잊고, 또다시 "주님이 제게 주신 삶에서 좋은 것이 대체 무엇이 있습니까?" 라고 따지며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붙드셔서 이 책을 읽게끔 하셨고 기도하고 회개하도록 인도해주셨다. 매섭게 꾸짖기보다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천천히 당신의 마음을 알려주심에 감사하다. 아직 내가 깨닫지 못한 부분들도 많지만 말씀을 곱씹다보면 알려주실 거라고 믿는다.

다른 어떤 예화도 아니고 성경 본문에서 직접 기도하는 장면을 들어 소개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기술적으로 기도하는 방법이 아니라 왜 기도해야하는지, 어떤 때에 기도해야하는지, 잊고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콕 집어서 보여준다. 마냥 감정적으로 호소하거나 강요하는 느낌이 없어서 납득하고 밑줄을 치면서 읽을 수 있었다.

💛 구성 면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이 있다. 매 챕터가 마무리될 때마다 기도문이 예시로 나와있어서 따라 읽으며 기도할 수 있었다. 어떻게 기도를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도무지 혼자서는 기도할 힘도 의지도 바닥난 사람들에게 <답은, 기도>를 권한다.

별 고민없이 산 책이라면 몇줄 읽다가 책장에 도로 꽂아두었을 텐데, 서평을 쓰기로 한 약속 덕분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다시 기도할 기회를 주신 예수전도단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너무 자주 까먹고 의심하는 몇 부분들을 꼽아보았다.

🔖(p77) 하나님을 붙들 힘을 잃을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도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최악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p106) 우리는 무언가를 결심하고 나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러나 그것이 이루어지는 때는 하나님만이 아신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하나님이 이루실 그 날을 믿고 감사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p124) 우리의 삶 가운데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챈 적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하나님이 하신 일을 마치 나의 힘으로 이룬 것으로 착각하진 않았는지, 혹은 나의 노력과 열심으로 이룬 것으로 여기며 기도를 잊진 않았는지 살펴봐야한다.
🔖(p169) 기도는 행동하는 것이다.
🔖(p188) 금식기도는 내 계획과 생각을 하나님께 관철시키기 위한 기도가 아니다. 식음을 전폐하고 시위하는 기도도 아니다. 힘겨워도 하나님의 뜻을 인정하는, 억지로라도 하나님의 뜻에 따르겠다고 고백하는 기도이다.
🔖(p204-205) 야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기도하면 주님이 책임지신다는 말을 오해한다. 기도하기만 하면 주님이 도와주신다고 생각하고 넋을 놓고 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때, 하나님께서 그 노력 위에 더 좋은 방법으로 도우신다.
🔖(p221) 혼자보다 함께 하는 기도가 강력하다.
🔖(p247-248) 모세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이스라엘 백성을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우리도 하나님이 주신 책임감을 기억해야, 미운 감정을 이겨낼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배우자를, 자녀를, 직장 동료를 구원하시기 위해 나를 보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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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시간 -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 이덕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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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느린', '오래된' 시간을 읽을 수 있다. 책에 손을 얹으면 몇십년, 몇백년은 족히 살았을 법한 나이테의 튀어나옴과 패임이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시간 :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는 '빠름', '쉼 없음', '짧음'을 거의 절대적으로 추앙하는 현대의 분위기를 전면적으로 반박한다. 28편의 짤막한 글이 '느림의 미학'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나열되어있다. 짧은 글들 사이에 긴밀한 연결성은 없지만 오히려 그 특성 덕분에 자투리 시간에 챙겨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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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11) 어떤 대상에 시간을 들이는 일은 모든 사람에게 불안의 시대 한가운데서 내면의 중심을 잡아 주는 방호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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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3~84) 인간이 여러모로 지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잏는 인류세의 시대에, 호모데우스, 즉 인간은 마치 자신이 심인 것처럼 활개를 치고 있다. (...) 우리의 삶이란 그저 영원의 한가운데를 스쳐간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p106) '스프레자투라(sprezzatura : 노력하고 신경 쓴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일종의 가장된 무심함의 태도)'를 내뿜는 사람은 언제나 신중하고 느긋하다. (...) 스프레자투라는 폭풍우 속의 고요한 눈이며 고된 노동 속의 가벼움이다.

🔖(p120) 신흥 기업가나 창업자가 도태되는 창업자와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버티기 능력이다. 끈기는 장기간의 성공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 성공은 재능이나 수려한 외모, 높은 IQ 덕이 아니라 실패 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장기적인 목표 의식과 경험에 힘입는다. (...) 지구력이 필요하다.

🔖(p125) 헨리 제임스는 (...) 예술의 출발점으로서 개인적 경험이 중요함을 서문에 다시 한 번 언급했다. 헨리 제임스는 이것을 '씨앗', '입자', 혹은 '황금 알갱이'라고 칭했다.

🔖(p194)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인간의 언어란 춤추는 곰을 들끓는 가마솥에 올려놓은 채 음악을 틀어놓고는, 별을 헤아리고자 하는 것이느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p213) 우리는 영원히 미완의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야망이나 호기심, 헌신적 태도를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 무력함을 깨닫는 것은 절대적 필요성에서 비롯된 압박을 덜어준다. (...) 지속적으로 최선을 다하되 우리의 나약함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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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글이 더 많긴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벚꽃 kirschblüten> 편이다. 일본의 고요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글인데, 왠지 오리엔탈리즘 이 가미되었다는 느낌을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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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이 짜임새가 탄탄한 것은 아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유유히 흘러가는 편도 있고 주제의식이 명확한 편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애초에 무언가 강하게 피력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독자는 그저 200쪽이 조금 넘는 텍스트와 이미지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여유롭게, 부유하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된다.

어떤 대상에 시간을 들이는 일은 모든 사람에게 불안의 시대 한가운데서 내면의 중심을 잡아 주는 방호벽이 될 수 있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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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하루 - <만약은 없다> 두번째 이야기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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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냉혈한인 나도 울었다...☆
24편(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합하면 총 26편)의 글에 관찰력과 세밀한 마음이 녹아들어 있다.

전체적으로 아주 지쳐있고 무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응급실에서 계속 일해야하는 책임감이 250쪽 가량 계속해서 교차하는데, 피로감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더 집중해서 읽었다. 남들은 다 불을 끄고 잠을 청할 깊은 새벽 침대 옆에 스탠드 하나 놓아두고, 쉴새없이 움직이며 당직을 서는 응급실 의사를 상상했다. 생각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들의 사연을 격일마다 마주하며 기록까지 남기는 남궁인 작가님이 존경스러웠다. 넘쳐나는 격정적인 상황과 업무와 때로는 폭력마저도 견뎌내는데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뜻하다.

#제법안온한날들 을 먼저 읽어서 눈에 띄는 부분도 있었는데, 3년 전에도 작가님은 곳곳에 #안온한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지독한 그리고 #유난한 하루 가운데도 안온한 순간들이 존재하는데, 가장 평화로운 에피소드는 <라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방금 자신의 체온을 나누어가진 사람을 미워할 수 있을까. 지금 자신의 이마에 손을 얹은 채 온기를 나누어 받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을까. 나는 대화를 이어가며 그들의 표정이 안온해지는 광경을 본다. (p67)

곧 <제법 안온한 날들>을 택배로 받을텐데 한 번 더 찬찬히 읽고 작가님의 3년동안 더 깊어진 성찰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한 번 더 시큰거리는 순간을 느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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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이야기를 꺼내보겠다. 나는 (초보)페미니스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드러내기가 껄끄러운 게 사실이지만 어차피 영영 숨기고 살 생각은 없으니 이참에 말해본다.


이 책은 나처럼 페미니즘에 대해 들어는 보았으나, 관련 서적을 읽거나 시위에 참여하는 등의 공부를 해본 적은 없는 사람들에게 유익할듯하다. 페미니즘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현대 한국사회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잘 짚어냈다.


페미니스트가 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계기는 모두 같다. 가장 근복적인 계기는 성(sex)차별을 인식하는 것이다. 나는 가부장제 하에서 자랐다. 해마다 명절이면 친할머니와 엄마와 숙모들과 내가 궂은 일을 맡았고, 친할아버지와 아빠와 삼촌들, 그리고 남동생은 소파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TV를 보거나 정치 이야기를 했다. 아주 흔한 사례이다. 너무 흔해서 이를 차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성차별은 대개 여성혐오의 길로 빠진다.


내가 처음으로 피부에 와닿게 느꼈던 '여성혐오'는 나와 가장 가까운 여성에 의한 것이었다. 십대 중반까지는 그런 개념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머리를 짧게 자르자 달라지는 시선이 느껴졌다. 중학교 내내 교칙을 준수하며 지루핰 단발만 유지했던 터라 고등학생이 되는 기념으로 숏컷을 시도해보았다. 별다른 함의 없이 그냥 자른건데 놀랍게도 엄마가 화를 냈다. 왜 남자같이 보이려고 하느냐는 것이 논지였고 한술 더떠서 "네가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을까봐 걱정된다"는 소리까지 분을 내며 하셨다(7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이야기를 시전하신다). 사례가 어이 없게 들리는가? 축하한다! 당신은 내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에 한 발 가까워졌다.


성인이 되고서는 가족뿐만 아니라 학교와 사회에서도 혐오 어린 시선을 종종 받았다. 20살 무렵 "술자리에 여자가 있어야 분위기가 칙칙하지 않지!"라는 🐶소리를 들었다. 기분이 매우 나빴지만 정확히 반박할 근거를 찾지 못했고, 내 나이의 두배나 되는 사람과 싸우면 질 게 뻔해서 아무 말도 못했다. 나중에야 그것 또한 흔해빠진 여성혐오적 발언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성차별과 여성혐오가 아직도 팽배하다. 내 어조가 분노하는 것처럼 들린다면 당신이 정확히 본 거다. 페미니스트가 되는 첫걸음은 성차별을 인식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가 막연한 남성혐오로 이어지지 않고 제도와 인식의 변혁을 위한 움직임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남자와 여자, 그 밖의 사람들은 페미니스트가 된다.


페미니즘은 '억압받았던 여성'을 남성과 평등한 위치로 만들기 위해 출발했지만, 현대 페미니즘의 지향점은 단지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한 것만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요지이다. 즉, 우리는 차별과 혐오를 하나씩 줄여나가는 세상을 만드는 '인간됨'을 추구해야한다. 교차성(intersectionality)를 기억하며 젠더 정의(justice)뿐만 아니라 계층, 인종, 성적지향, 장애 등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정의를 실현해야할 것이다.


⚘평등사회를 향한 페미니즘의 다섯 가지 과제

1. 침묵하지 말고 문제제기를 하자

2. 혐오와 차별의 문제는 피해 당사자만이 아닌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하자

3. 다양한 양태의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운동에 연대하자

4. 나 자신의 인식론적 사각지대를 보는 성찰적 용기를 키우자

5. 혐오를 조장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들에 '페미니스트 보이콧'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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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창비시선 439
이영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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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의 시어는 추상적이다. 반복적이고, 힘이 빠진 느낌도 든다. 그러나 근본 없는 단어의 나열은 아니다. <외곬>처럼 아주 구체적인 상황묘사가 담긴 시도 있고 <주방장은 쓴다>, <임상연구센터>처럼 화자의 시선이 명확한 시도 있다. 시의 흐름을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곳곳에서 '모나미 볼펜'이나 '노란 리본'이라든가 '죠스바'와 같은 낱말이 눈에 띄어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서늘하지만 시리도록 차갑지는 않고 노을이 다 저물어갈 때의 따스함이 담긴 시를 천천히 눈에 담을 수 있다. 고요함이 그리울 때 다시 펼쳐보면 좋을듯하다.

야금야금 아껴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부분에는 밑줄을 치고 일기장에도 옮겨적으며 곱씹어보았다.

p25~27 <낭만의 우아하고 폭력적은 습성에 관하여>
...들개들이 쓰는 일본어를 들었는데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라는 중국어를 엿들었는데 아름다워지고 맙니다 인류는 관계로 낄낄대고요 안전한 낭만에 갇힌
봄입니다
...이곳의 들개들은 휘파람입니다 남해의 습하고 더운 바람으로 기쁨이 식어도 기쁨이 식지 않는
봄입니다 노을이 없고 밤이 없고 바닥이 없어 어둠에 둥둥 뜬 지붕이 홀로 봄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p135~137 <모를>
...모를, 곳이다 익숙한 꽃나무와 내가 심지 않은 꽃나무들이 개천가에 늘어서 있다 오늘은 우산을 갖지 못한 사람이 많아 적은 비가 내린다 일정한 모양의 조약돌을 조약돌에 던지는 여태 소년의 흰 뺨을 몰래 읽는다 빛이, 있다

p148~149 <마당을 쓴다>
...마당에 조용한 능선을 그려넣으면
다음 고양이가 몸을 켠다

나는 마루 위에 사는 귀와 함께
마당 한편의 숲을
숲으로 듣는다

p162~163 <편집자의 시끄럽고 조용한 정원>
...사과합니다, 굉장하고 쓸쓸한 나의 편협이 굉장하고 쓸쓸한 너의 편협을 다정히 사랑해서

p172.<노루잠>
돌과 온도가 같은 사람 새가 지저귀는 사람 빛이 부서지는 사람 시냇물이 흐르는 사람 산이 완만해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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