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미세 스트레스라는 걸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신경이 쓰이지만 별 일 아닌 걸로 치부하며 애써 넘겼던 일들. 하지만 요즘은 내가 수없이 누적된 미세 스트레스에 짓눌리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사소하지만 내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문제들. 여름철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모기처럼 잡히지 않고 계속 맴도는 고민들. 요즘 들어 느끼는 알 수 없는 허함과 괴로움은 미세 스트레스에서 온 게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방법에 집중하며 읽었다.
어떤 이야기는 친구같고 어떤 이야기는 나인 것도 같다. 하루가 시작될 때면 떨림을 느낀다. 두려워서. 오늘은 어떤 전쟁같은 상황이 날 기다릴까 싶어서. 어떤 조마조마한 상황을 맞닥뜨릴까 싶어서. 당장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은 나에게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앞으로의 삶에 잘될 일만 남았다는 것을 미리 알고 싶은 조급함을 느낀다. 설령 인생이 시시해진다고 하더라도 당장 이 불안감을 없애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터무니없는 생각이겠지만 그것이 나의 솔직한 마음인 것을 어쩌겠는가.
처음 알았다. 내가 내 생각이라는 상상에 갇혀있다는 것을. 그것을 그저 지켜보고 그대로 지나가게 두는 게 훨씬 이로운 일이라는 걸. 역할은 내가 하는 일이지 나 자신이 아니라는 걸. 나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있지 못하는 것도.평생 괴로운 감정에서 해방될 수는 없겠지만 온갖 감정을 느끼는 와중에도 자유로움을 느끼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작고 큰 실패와 실수, 아픔 속에서 부러지는 게 아닌 다시 일어서는 힘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절실하게 필요하다. 상처를 입었을지언정 다시 걸음을 내딛게 하는 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또한 내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치순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최우선가치와 일치하는 삶을 살 때 뛰어난 회복탄력성을 가지게 된다니 하나씩 고민해볼 일이다.
모든 요소가 적절하게 만나는 흥미로운 소설.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상한 나라에 초대된 앨리스가 되었다.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예상치 못한 소설의 내용. 이상하지만 사랑스러운 이들 앞에서 나는 기꺼이 항복하리라.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더니. 역시나 내 인생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는 왜 이다지도 흥미진진할까.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담겨서인지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현실과 언뜻 엉뚱해보이는 상상력이 만나 만들어진 이야기. 한편으로는 코앞으로 다가온 지구의 위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싸울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