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그리면서 배운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이종범 지음 / 동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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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소재로 삼은 최초의 웹툰 《닥터 프로스트》로 유명한 웹툰작가 이종범의 작법서다. 뒤표지에 캐릭터 창조와 콘티 기획부터 가독성 연출과 마음 관리까지, 웹툰 창작의 핵심 고민들에 답하는 실전 가이드란 책소개가 있다. 웹툰작가는 아니지만 창작과 떼려야뗄 수 없는 일을 하다보니 '창작의 핵심 고민에 답하는' 이라는 어구가 눈에 확 띄었다. 이종범 작가가 웹툰을 그리며 배운 101가지를 담은 이 책의 하나의 가르침과 한 컷의 그림이 짝을 이루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웹툰작가 지망생 또는 아마추어 웹툰작가에게 가장 유용할 책이긴 하지만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특히,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작사작곡을 하든 모든 창작에 통용되는 법칙을 재확인할 때 그랬다. 예를 들면, 오래 앉아 작업해야 한다 (웹툰은 엉덩이로 그리는 것이다)라든가 체력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근육은 마감에 도움이 된다)이라든가 필사를 해보라(좋아하는 영화를 통째로 그려보는 연습도 존재한다)든가...하는 것들은 좋은 작가가 되는 법과 일치한다.

지금도 매일 한줄이라도 쓴다는 성실한 글쟁이이자, 나의 최애작가님인 노희경 작가님을 떠올리게 하는구나... 하고 있는데 뜻밖에 또다른 작가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바로 정새랑 작가. 지난주 독서모임에 정 작가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가져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녀에 따르면 정 작가는 '작가가 먼저 해야 할 일'에 있어 무척이나 진심이었다. 창작과 삶을 대하는 자세, 건강한 마인드가 인상깊었는데 이종범 작가도 멋진 사람인 것 같다. 생각보다 드문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 작가가 세상에 관심이 없으면 세상도 그 작가에게 관심이 없다는 원칙을 가장 사랑한 나머지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창작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람...크으...
세상에 멋진 사람이 참 많다!! <더 지니어스>에서 문철마삼만 되뇌던 이종범은 이제 잊어줘야지ㅋㅋ

이 책은 동녘 출판사에서 기획한 창의적인 작업을 위한 작지만 묵직한 기본서 101가지 시리즈 중 하나다. 글이 많지 않아서 가볍게, 그러나 오래 여러번 읽을 수 있는 책이라 관련 또는 관심 분야를 골라 접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난 <광고학교에서 배운 101가지>와 <영화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찜꽁!!

ㅡ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대로 작성한 서평입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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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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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사바사겠지만 일반적인 프랑스인들의 결혼과 연애관 파악가능한 콘텐츠, 책이든 영화든 다큐든 추천 좀 해주세요~ (혹시 몰라서 파비앙 님 유튜브 채널 댓글로도 문의해 둠)

📕<어떤 미소>는 1954년 <슬픔이여 안녕>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사강이 2년 만에 발표했던 차기작이다. 이 작품 역시 데뷔작만큼 큰 사랑을 받았고, 일부 평론가는 전작보다 더 훌륭하다고 호평했다는데 난 글쎄...내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유교걸이라 그런가... 이 작품의 남녀 주인공은 재활용도 못 할 쓰레기 같은 느낌이라 사강의 섬세한 묘사에도 영 공감 포인트를 못 찾겠는 걸...

📗여주 도미니크는 이지적인 스무살 대학생이다. 베르트랑이란 남친이 있는데 그의 외삼촌 릭과 아내 프랑수와즈와도 친분을 쌓게 된다.
프랑수와즈는 도미니크를 딸처럼 여겨 진짜 잘해주고 도미니크도 프랑수와즈를 진심으로 좋아하는데도 릭과 불륜을 저지른다. ㅂㄷㅂㄷ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이들의 복잡한 심리를 사강이 특유의 비유와 문체로 생생하게 표현했다지만 글쎄... 이런 상종도 못할 불륜남녀의 심리따위 내가 알아 뭐하지? 1도 안 궁금해.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착한 프랑수와즈한테 상처를 그렇게 주고도 제딴에는 아픈 사랑했답시고 비로소 성숙해진 자신을 보며 짓는 미소라니...소름끼치지 않는가?
작품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영 꺼림칙하다.

📒그거 하난 얘기해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의 육체적 부정은 정신적 부정보다 낫다고 할 수 있나? 어쨌거나 종전까지의 사랑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텐데? 불륜남 뤽은 아직도 초보적 윤리 개념을 갖고있는 거냐고 반문한다.

📢 읽지마세요. 불륜남녀에게 양보하세요.

명색이 협찬도서 서평인데 이래도 되나 싶지만 주관대로 적을 수밖에 없다. 남들은 좋다는데 난 아닌 책 TOP5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함께 나란히 공동 1위 자리에 올려둔다.

자, 요새 너무 소설만 봤으니 딱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까지만 읽고 장르전환 가즈아!

ㅡ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대로 작성한 서평입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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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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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p "우리는 셋이서 여기 있어요. 날씨는 감미롭고, 지구는 둥글죠. 우리는 건강하고 행복해요...그런데 우리의 관계들은 왜 굶주리고 쫓기는 형국을 하고 있는 거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

📕📔📗사강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섬세한 심리 묘사의 대가'란 평이다. '작가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그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았다'는 평가도 늘 그 뒤를 따른다.

<슬픔이여 안녕> <한 달 후, 일 년 후 ><마음의 푸른 상흔> <길모퉁이 카페>까지 읽었을 때의 나는 전자에 전적으로 동의했으나 후자에는 이견이 있었다. 읽을수록 그녀의 통찰력, 문장력에 감탄하며 사강이란 인물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커졌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구성에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표현이 나올지는 기대되는데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안 궁금하달까. 아이러니하지만 작가는 좋은데 작품은 그만큼 좋지가 않았다.

그런데 뜻밖의 작품을 만났으니 바로 <마음의 파수꾼>이다.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45세 도로시가 20대 중반의 루이스란 남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인데 (스포를 안 하려다보니 완전 진부해보이네ㅜㅜ)

사강의 섬세함에 흥미로운 전개까지 더해져 글자 그대로 단숨에 읽었다. 이렇게 읽은 책 너무 오랜만이야ㅠㅠㅠ 폭풍독서 하고나니 궁금한 게 산더미.... 도로시와 루이스는 대체 어떤 인간 유형인가? 이런 관계를 어떻게 명명할 수 있을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분석한 거 없나??? 해줬으면 좋겠다~~~!!!!

진짜 예상치 못했다…제목은 세상 잔잔한데 전개는 격랑같다. 재밌어 재밌어 겁나 재밌어💜💜💜 아직도 흥분 상태 ㅋㅋㅋ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기 전이긴 한데 사강 작품 중 나의 베스트는 <마음의 파수꾼>으로 남을 확률이 매우 높다!!

혹시 읽고 싶으시다면 온라인 서점이나 포털사이트에 있는 책정보 읽지 말고 보세요. 스포가 너무 많습니다. 그럼 전 이만… <마음의 파수꾼> 분석글 없는지 검색하러 갑니다ㅎㅎㅎ 모두 즐독하세요 !!

ㅡ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대로 작성한 서평입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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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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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스완슨을 처음 만난 건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가 독서모임 지정도서였을 때였다. 최근 몇년 사이에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데이트 폭력과 혐오 살인이 주 소재이고 히치콕 영화 <이창>을 떠올리게 하는 면 때문에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는데 웬 걸. 내게는 '훔쳐보기 권장도서'로 읽히는 데다 장점을 찾기 힘들었고 함께 읽은 모임원들도 혹평 일색이었다. 신기한 건 모두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재밌었다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타인의 평가에 기대기보단 직접 판단하길 선호하고 궁금한 것 못 참는 편이라 서둘러 읽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여름철 휴가지에 가져갈 책으로 손색이 없었다.

312호로 한껏 멀어진 피터 스완슨이 가까워졌을 때 하나만 더 읽어보기로 했는데 신작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을 만났고 꽤 두꺼운 책인데 하루만에 다 읽었다.

추리소설이다보니 무엇을 얘기하든 중대 스포가될 것 같아 조심스러운데 한가지 확실한 건 내가 피터 스완슨의 후속작도 읽으리란 사실이다. 너무너무 기대돼서는 아니고 판단 유보임을 솔직히 밝혀둔다. 왜냐면 추리물을 많이 읽다보니......(스포 삼키는 중)

암튼 추리 덕후들이 반길 작품인 건 분명하다. 피터 스완슨 덕에 고전 추리물을 많이 알게됐으니 찬찬히 섭렵해봐야지.간만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부터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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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난치병을 딛고 톨킨의 번역가가 된 박현묵 이야기
강인식 지음 / 원더박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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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들어 세상 나태해진 나를 침대와 떨어뜨려준 이야기의 주인공, 현묵은 혈액을 응고해 주는 인자가 부족하여 피가 잘 멈추지 않는 유전적 질병, 혈우병을 앓고 있다. 혈우병을 앓아도 정상 인자를 보충하는 약이 있기 때문에 대개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데 현묵은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않다. 아주 작은 충격에도, 아니 충격이 없어도 내출혈이 생기는 데다 약을 아무리 써도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는 세계적으로도 아주 특이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양쪽 고관절과 장기까지 공격하는 내출혈 때문에 집과 병원을 오가느라 중고등학교는 단 하루도 다닌 적이 없었던 소년 현묵의 매일은 고통이 섬광처럼 몸을 뚫고 지나가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2020년 봄, 고졸 검정고시를 패스했고 여름에는 국내에 번역된 적 없었던 J. R. R. 톨킨의 책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번역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것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수능을 보고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 놀라운 성취다. 그런데 이보다 더 혀를 내두를 만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현묵이 삶에 임하는 자세다. 난치병과 장애를 극복한 현묵의 이야기는 긍정의 힘과 낙천적 사고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묵은 16살에 처음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혈우병 환자의 수명이 일반인보다 크게 짧은 건 아니에요. 죽을 만큼 아플 때는 많아도 실제로 죽기는 쉽지 않죠. 이렇게 어른이 되는 것이죠. 그럼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파서 잠이 안 오니까 더 그런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요." 68p

나라면 신세한탄이나 하거나 포기해버렸을 순간에 현묵은 달랐다. 누구보다 자립적이고 진취적이며 밝은 현묵의 성격은 엄마를 닮았다. 정말 본받아아 할 '놀랍도록 건강한 정신'이랄까...

현묵의 이야기를 '장애인의 인간 승리'가 아니라 '매우 드문 어떤 기적에 관한 이야기' 또는 '공부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정의하는 저자에 동의한다. 실제로 현묵의 서사는 톨킨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대학 입학도, 번역도 모두 현묵이 진정한 톨키니스트 (J.R.R. 톨킨을 좋아하고 그의 저작물을 사랑하는 사람)로서 성취한 것이기에 '덕후의 승리'로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나도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정도는 대사를 줄줄 꿰고 있는 사람이라 현묵을 통해 톨키니스트들의 세계를 엿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는데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다…ㄷㄷㄷ

다행히 2019년 6월부터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한 이후로는 응급실행이나 중환자실 입원 없이 생활하고 있다는 현묵...여전히 정상적인 보행이나 움직임은 불가능하다지만 어제보다 행복한 오늘이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스스로 나태하다면…소중한 이가 나태하다면…. '나태하지 않은 영혼' 박현묵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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