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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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주인공 고하루는 빵을 좋아해서, 집에서 가까워서, 친구 유키코가 같이 하자고 해서 빵집 알바를 하고 있다. 유키코와 고하루는 하세키란 배우 덕질도 함께하는 사이. 두 사람은 하세키가 출연하는 공연 라이브 뷰잉(해외나 먼 지역에서 하는 콘서트나 공연을 위성 생중계로 송출받아서 보는 것)을 함께 보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공연 전 날, 유키코가 갑자기 파토를 낸다. 먼저 가자할 땐 언제고 빵집 알바 때문에 못 간다고? 왜? 근무 일정은 약속하기 전에 정해져 있었는데? 뭔가 수상쩍다…

이것이 첫 에피소드의 전개 부분이다. 고하루는 이런 수수께끼를 친구와 주변 사람들의 언행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풀어낸다. ‘그 순간, 다 구워진 빵처럼 머릿속에서 그렸던 생각이 단숨에 부풀었다.’라는 문장과 함께. 그 유명한 <소년탐정 김전일> 속 명대사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에 해당하는 문장인 셈이다.

크루아상, 바게트, 시나몬롤, 초코소라빵, 카레빵과 관련된 다섯 편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각 에피소드는 해당 빵의 기원이라든지 관련 지식을 얘기하면서 마무리된다. 예를 들면, 내가 여태 프랑스에서 처음 만든 빵인 줄 알았던 크루아상이 사실은 17세기, 튀르키예군의 침입을 막은 오스트리아가 튀르키예의 상징인 초승달을 빵으로 만들어 먹으며 승리를 자축한 데서 유래했단 사실 같은 것들. ㅎㅎㅎ

베이킹에 관심이 있다거나 빵순이인 초중등 친구들에게 흥미롭지 않을까? 첫번째 에피소드의 유키코가 약속을 파토낸 사연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신체적 장애가 없는데도 순간적으로 오른쪽과 왼쪽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좌우맹’이란 증상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좌우맹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진짜 있는거여 없는거여… 걍 어느 가수의 노래 제목인겨…? 실존 여부는 알아내지 못한 이 좌우맹 증상은 미스터리물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떡밥수거와 연관되어 있다. 괜찮은 소재였단 뜻. 잘 읽었다. 이제 재미있어 보인다고 했던 친구들에게 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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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영혼의 왈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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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 아포칼립스, 문명 판타지라는 키워드에 이끌려 오랜만에 읽은 베르나르의 작품인데 후회 없다. 아포칼립스는 후킹에 불과했지만 1권을 정말 빨려 들어갈 듯 읽으며 소설의 매력을 모처럼 느꼈기 때문.

베르나르의 작품을 꾸준히 접한 독자 일부는 이제 뻔하다고 평하기도 하던데 워낙 확고한 세계관으로 다작하는 창작자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난 베르나르 작품을 절반도 안 봤지만 13살때부터 기록한 혼자만의 비밀 노트를 바탕으로 끝없는 상상의 세계를, 수십년째 일관된 주제의식으로 구축하고 있는 이 작가님이 아직까진 경이롭다. 그의 통찰에도 동의하고. 절이 싫어진 중은 떠나면 될 일이다. 내가 정유정과 기욤 뮈소를 떠났듯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떠날 이유는 아직 찾지 못했다.
오히려 기꺼이 찾을 것 같고 떠날 일은 생기지 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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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신화 신박한 정리 - 신과 인간의 거대한 연대기를 한 권으로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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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건국신화를 처음 접할 때 놀랐다. 단군신화를 셀 수 없이 접하는 동안 다른 나라의 건국신화를 궁금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나라에도 건국신화가 있으리란 생각조차 못했다. 스스로에 대한 충격이 가시자, 다른 국가의 건국 신화는 선민사상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을지, 당시 시대상은 어떻게 녹여냈을지 무엇보다 어떤 공통 요소들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이 책이 해결해주었다.

목차 봤을 때 설렜다.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아프리카, 서아시아와 인도, 게르만-북유럽, 켈트, 슬라브- 동유럽/ 튀르크-몽골, 말레이제도와 오세아니아 신화까지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한국 신화도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한국 신화는 분량이 적고 한국사를 공부한 적이 있다면 대부분 알 얘기라 굳이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제일 만족스러운 부분은 의외로 서론. 가장 궁금했던 신화들의 공통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신화는 일정한 패턴과 구조를 공유하는데 다섯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으며 창세, 인류 탄생, 홍수, 건국, 영웅이 그것이란다. 각각의 키워드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해석하는 보편적 틀로 기능하는데 나한테 인상깊은 키워드는 창세와 홍수였다.

특히 홍수는 이 재난 서사가 등장할 때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대로라면 신화 속 이야기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단 불안감. 언제나 에어컨 희망온도는 18도를 유지하고 가디건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 50여년 만에 찾아온 덜 더운 여름임에도 잠깐의 더위도 참지 못하는 사람들. 아니, 애초에 참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 단순 전기요금 문제가 아닌데 그저 돈돈돈… 뭐든 돈으로 치환하는 꼬라지들이… 우주의 먼지만도 못한 존재들이 그러고 있으니 어딘가에 창조주가 존재한다면 나 같아도 물청소 한번 하고싶어 질 거 같달까.

암튼 책은 전반적으로 흥미로운데 솔직히 다소 중언부언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공통적인 내용이 많은만큼 어쩔 수 없단 생각도 들지만 똑같은 얘길 한번 더 짚느니 한두 편의 신화라도 더 깊이있게 다루면 어땠을까. 이 책을 교두보 삼아 관심 있는 문화권의 신화만 다룬 책으로 건너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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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행복 톤 텔레헨의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
톤 텔레헨 지음, 김고둥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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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란 단어는 언제나 나의 관심을 끈다.
철학도 마찬가지지만 동시에 거리감도 느끼는데
철학 ‘동화’라고 해서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일로 읽어야 하는 책이 많아지니 읽는 재미가 덜하고
가벼운 책이어야 그나마 손이 가는지라 더 그랬다.

저자 톤 텔레헨은 네덜란드의 국민작가로 한다.
의사로 일하면서 시인으로 활동하다 동화작가로 전향했다고.
<고슴도치의 행복>은 네덜란드에서만 1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는 그의 철학 동화 시리즈 중 하나로
관계, 자존감, 외로움, 번아웃 등에 관한 고민으로 잠 못 드는 어른아이들에게
톤 텔레한이 내린 마음 처방전이다.

시리즈의 주인공은 귀뚜라미, 코끼리, 다람쥐 등 다양한데
첫번째 주인공은 고슴도치다.
다른 동물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자신의 가시가 탐탁지 않지만
자신을 고슴도치답게 만드는 가시야말로 그의 정체성.
따라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전개될 것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난 도대체 뭐지…’ 싶을 때 보면 작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고
자신에 관한 충분한 사색,
두 번 다시 쓰지 않을 물건 버리기,
함께할 동료 구하기 등과 같이
자아정체성을 파악하는데 유효할 구체적 방안도 구할 수 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실천을 하느냐 마느냐지.

6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잠과의 싸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든 일이 내 맘처럼 되지 않을 때 상기하면 좋을 것 같다.

주어진 현실을 수용해야 하지만
방식과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항해서 싸울 수 있다고 언젠가 개미는 말한 적이 있었다. 잠하고도 싸울 수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싸우더라도 항상 승리하는 것은 잠이었다. 그래서 고슴도치는 어느 따뜻한 여름날 저녁에 집 앞에 앉아 잠이 들었다.”-p.152

이미 물은 엎어졌다. 방치한 채 한탄만 할 것인지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인지는 나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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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가짜 정의에 열광하는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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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그동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태극기 부대와 서북지법 사태를 일으킨 2030 폭도들을 조금은 납득.. 아니, 조금은 진심으로 연민하게 되었다.

비합리를 넘어 비상식적으로 보였던 그들의 신념과 행보는
한마디로 생존불안 때문이었다.

오늘날 한국의 노인 세대는
해방 이후 좌우 정파 대결과 한국전쟁,
연이은 독재 정권의 탄압과 학살을 모두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느 편에 서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처절하게 체득했기 때문에
극우 세력, 군대, 국가폭력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한
이들은 보수 이념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
태극기부대 알바를 하시는 분들은 조금 다른 얘기지만
생계를 위한 선택임을 고려하면 생존불안과 직결된다.

청년 세대는 말할 것도 없다.
돈 되는 능력만 인정받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성장해 극한 경쟁과 생존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력감과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청년들은 개혁하려는 의지는 없고, 개인 간 경쟁이 공정하기만 바랄 뿐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가치, 개인주의의 필연적 결과다. 생존불안이 공동체보다 자기 자신을 우선시하게 만든 것이다.

오늘날 보수와 진보의 싸움은 개인주의 대 우리주의의 싸움이라 볼 수 있다.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 곧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가치에서 출발한 한국인은 공동체를 중시하는 ‘우리성’을 지닌 민족이고. 그렇다면 그 핵심 가치인 정의로움을 바탕으로,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희망차게 마무리짓고 싶지만
개인주의와 생존불안은 심화될뿐이니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책 전반에서 찰떡 예시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속 장면을 차용해 이해를 돕는 데 효과적이었다. 딱 하나가 걸렸는데 247페이지, ‘기본소득 때문에 일을 안 한다’는 자본가 계급, 지배층의 논리이자 편견이라는 대목이다. 그런가? 근로소득이 없어야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노동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실례들이 존재한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라든지, 정교한 반박이 보완되었다면 더할나위 없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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