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
실아지거나 살거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상처 주고 상처 입고
이별하고 잊히고 잊어버리고 잃어버리면
별이 지고 해가 지고
감사하고 미안하고
슬퍼도 밥은 먹어지고
고되건만 고역처럼 어느새
목구멍에 삶이 꾸역꾸역
또 하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온 레인 데이브 로비쇼 시리즈
제임스 리 버크, 박진세 옮김 / 네버모어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피가 튀고, 피가 끓고, 뜨거운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자가 등장한다. 하드보일드 소설 전형. 주인공은 휘어지느니 부러지겠다는 형사다. 그는 터지고 물어뜯기면서도 거대한 어둠을 쫓는다. 작품이 작가가 유명한 사람이라던데 묘사가 정말 생생하다. 주인공이 고문을 당하거나 나도 고문을 당하는 느낌이다. 그가 죽을 위기에서 탈출할 때는 나도 숨이 거칠어진다. 소설은 어찌 보면 뻔하다. 어디서 많이 본 소재와 구성과 내용 아닌가? 옛날 책 같다. 작품이 쓰인 시기가 30년 전이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그런데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계속 보게 되는 것은 작가의 필력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의 신작이다. 추리소설이 아니라 공포 소설이다. 공포 소설? 어떤 신선한 이야기를 담았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너무 뻔한 소재인 기숙사 7대 괴담과 악마 소환이 등장한다. 같은 기숙사를 쓰는 친구들 하나씩 괴담에 희생된다. 주인공 아화는 에에 맟서 친구들을 구하려 한다. 작품은 일본 만화를 소설로 옮겨 놓은 듯한 장면과 인물들의 연속이다.


 작가가 덕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악마 소환 의식, 밀교, 종교 탄압, 닌자, 일본 만화... 덕후가 아니면 아리송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을 투영한 듯한 '위키'라는 덕후가 등장한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라. 인터넷 중독인 위키 덕에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덕질이 이렇게 이롭다. 위키가 파헤친 괴담의 진실은 나름 과학적(?)이다. 이 진실을 읽으니 관념론이 생각난다. 세상은 내가 의식하는 것이 전부인 것이라는. 깨고 나면 결국 사라지는 환상 같은 세상. 작가가 여기까지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공포 소설이지만 작가가 추리 소설을 주로 써서 그런지 복선은 모두 훌륭하게 회수한다. 그의 필력을 다시 확인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덕의 시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덕의 시간(스포주의)
꿈의 서가/책 2020. 3. 26. 00:00

 

이 책에는 여러 명의 도덕이 등장한다.

피해자의 도덕. 프로이트의 초자아 같은 '모두 씨'를 설파한다. 모두가 지켜야 할 무언가. 그가 말하는 도덕은 개인의 양심을 뛰어넘는다. 더 거대하고 절대적이다. 그러나 그 '모두 씨'는 나의 행위를 책임지지 않는 핑계가 된다. 내 행위의 준거는 내 안이 아닌 밖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하루토의 도덕이다.

가해자의 도덕. 그의 범행 동기는 시시하지만 처참하다. 비참한 자신의 삶을 대중에게 팔기 위해서다. 생존하기 위해서. 그런 이유로 무고한 사람을 헤쳐도 되는 것일까? 진짜 피해자의 도덕. 그녀는 그녀의 삶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진정한 복수와 생존을 자신의 도덕으로 선택했다. 무고하게 세상에게 버림받은 사람에게도 도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까?

아이들의 도덕. 아이들이 친구를 위해 선택한 수단은 올바르지 않다. 그렇지만 동기를 생각하면 비난만 할 수 있을까?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그렇게 작가는 묻는다. 진정한 도덕이란 무엇인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간의 집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막장이 있나! 그놈의 이중생활. 다시 생각해 본다. 불륜은 어떻게 불멸의 컨텐츠가 됐나.


 신기하게 지난달에 이어 법정물을 읽게 됐다.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재판 장면이 아주 재밌게 연출되리라. 동생의 무죄를 증명하려는 오빠의 피나는 노력과 반전을 거듭하는 증언.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공방은 현대 소설에 뒤쳐지지 않는다. 보험금의 주인이 범인으로 몰릴 거로 생각했다. 역시나 루시가 범인으로 몰렸다.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구인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앨러리 퀸이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을 보고 다시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밝혀진 범인의 정체와 살인의 동기는 중간의 집 제목과 거리가 멀다. 지리적이면서 계층적인 의미를 가졌다고 했지만 얕다.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도 계층 대립을 다루긴 하지만 곁가지였다. [중간의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빠져도 이상할 것 없는 설정이다.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허점도 있긴 하고.


 그래도 연역 추리와 소거법으로 무장한 고전 명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